제1야당이자 보수진영의 '큰집' 자유한국당이 27일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박근혜 정부 총리·장관을 지낸 이력과 함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우경화' 논란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한국당에 여러 과제를 예고하고 있다.
黃, '박근혜 그림자' 걷어낼 수 있을까
먼저 한국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스스로 우익·강경보수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교안 신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장관·총리로 4년여 간 봉직했다. 국무위원이 되기 전에는 공안검사였고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까지 있었다.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황 대표는 구(舊) 친박 그룹의 지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을 맡거나,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당에 발탁된 의원들이 그를 측면 지원했다. 과거 대표적 친박 핵심으로 꼽혔던 무소속 서청원 의원, 한국당 홍문종 의원,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을 돕던 인사들이 선거캠프에서 그를 돕는 모습도 보였다.
황 후보는 전당대회 최종 득표율 50.05%로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이는 작년 연말의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구 친박계가 여전히 한국당의 주류임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최대 이슈는 여전히 '박근혜' 였고, 주요 후보들의 발언도 이 지점에 집중됐다.
황 대표 본인도 "박 전 대통령이 돈 한푼 받은 게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거나 "그런 상황에서 탄핵이 타당했던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19일 2차 TV토론에서)는 발언으로 박근혜 향수에 젖은 당원들의 표심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태블릿 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21일 4차 TV토론)라고 말해 '탄핵 불복' 논란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여권에서는 '도로 탄핵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총선을 1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새로이 당의 지휘봉을 쥔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일반 여론과 아직도 '박근혜 향수'에 젖은 한국당 당원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물음표가 찍히는 대목이다.
민심과 괴리된 '당심'…한국당 극우화할까
민심과 '당심'(당원 여론)의 괴리는 전대 과정에서부터 지적됐다. 지난 24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기관이 지난 20일부터 사흘 간 한국당 지지층 710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는 황교안 60.7%, 김진태 17.3%, 오세훈 후보 15.4%였다.
반면 19~21일 '한국갤럽'이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자체 조사에서는(표본 수 1001명) 오세훈 후보가 37%를 얻어 황 대표(22%)와 김진태 후보(7%)를 앞섰다. 이 조사에서도 한국당 지지자만을 대상으로 하면 순서는 역전(황 52% 오 24% 김 15%)됐다.
이런 경향은 지난 15~17일의 알앤서치-아시아투데이 조사나 16~18일 쿠키뉴스-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황 대표는 한국당 지지층에서는 50%를 상회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전체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는 오 후보와 5%포인트 미만의 격차만을 보였다.
실제 전당대회 득표 결과는 황교안 50.05%, 오세훈 31.07%, 김진태 18.88%였다. 한국당 전당대회는 당원 선거인단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집계한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결과로 파악된 '당심'이 거의 그대로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총선·대선 승리, 집권을 노리는 대중정당으로서는 이같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실제로 당 내에서도 '이대로라면 총선이 어렵다'는 경고가 들린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26일 <연합뉴스>와 한 퇴임 인터뷰에서 "당심과 민심이 많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며 "차기 지도부는 당심과 민심이 벌어지면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신임 황교안 지도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전당대회 전후로 불거진 이른바 '5.18 망언' 논란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더 벌어지게 했다. 이종명 의원은 당 윤리위에서 제명 결정을 내렸지만, 처분을 확정할 의원총회는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졌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라는 이유로 윤리위 심의 자체가 유보됐다. 김순례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되며 황교안 지도부의 일원이 됐다. 때문에 김 최고위원과 김진태·이종명 의원에 대한 처분 등 5.18 문제는 황교안 지도부가 마주한 첫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 대표 본인도 전당대회 경선 중이던 지난 25일 "5.18은 역사적 평가가 끝난 것이다. 5.18(은) 민주화운동"이라면서도 "문제는 그(유공자 명단) 안에 5.18에 기여하지 않은 분들도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과연 유공자 중에 잘못된 선정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며 "유공자들이 제대로 선정됐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의 일)로 되돌릴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최근에 (유공자로) 들어온 분들까지라도 살펴보는 것은 필요하다고"고 말했다. 황 대표가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5.18 망언' 논란을 종결지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멀어지는 보수 통합? '빅텐트' 기둥 세워질까
총선 전 정계개편, 구체적으로 '보수 통합' 문제도 황교안 지도부의 숙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 대표와, 탄핵표결 찬성을 창당 명분으로 했던 구 바른정당계 간에는 상당한 정치적·감정적 골이 있다. 범(汎)보수-중도 통합이 총선을 겨냥한 한국당의 세력 확장 방안임은 정치권 내에서 정론에 가까운 주장이지만, 이 역시 이들을 '배신자'로 보는 친박 지지층의 '당심'과는 괴리가 있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중 이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에서 나온 당 아닌가"라며 "당으로(서 한국당에) 들어올 수 있지만 또 개별적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이미 개별적으로 들어온 분들도 많이 있다"고 했다. "당대당 통합도 포기할 수 없다"면서도 "쉬운 것은 개별 입당"이라고도 했다. 바른정당계의 리더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고 당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분들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특정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원론적 언급만 했다.
때문에 황교안 지도부가 이끄는 한국당과 이른바 '중도·개혁보수' 그룹과의 통합은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보다 더 가능성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한국당보다 더 강경 우파적 성향을 보이는 대한애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다. 황 대표는 "이미 대한애국당에 있던 분들 중 한국당에 들어온 분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선거캠프 등 황 대표 주변에 포진한 그같은 인사들의 존재를 시사한다.
이 경우 역시 문제는 '확장성'이다. 갤럽 등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사회에서 스스로 보수적 성향이라고 보는 이들은 약 25~26%, 중도는 28~30%, 진보는 29~30% 내외다. (갤럽 2019년 1월 통합 및 2월 1~2주 조사) 전당대회에서 황 대표와 경쟁했던 오세훈 후보가 "중도를 향한 외연 확장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느냐"며 "더 오른쪽으로 가면 낭떠러지"라고 경고한 이유다.
결국 황교안 지도부에 대한 최종 성적표는 2020년 4.15 총선에서 나오겠지만, 전당대회 직후 있을 올해 4.3 재보선과 북미 정상회담 후속 국면 대응이 '황교안 대표'의 데뷔전이자 1차 평가 무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즉 전당대회 직전인 2월 3주 갤럽 자체 조사(19~21일 조사, 24일 발표)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19%였고, YTN 의뢰 리얼미터 조사(18~22일 조사, 25일 발표)에서는 26.8%였다. 떠나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지지율도 최고 30%까지 올라갔다"(연합뉴스 인터뷰)라고 자부하기도 했다.
기사에 인용된 모든 여론조사의 응답률·표본오차·설문내용 및 통계보정 기법 등은 각 조사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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