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고 밝힌 자유한국당 황교안 후보의 주장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제 와서 탄핵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 부정이고 민주주의를 수호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황교안 당시 총리도 담화문을 통해 탄핵 결정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열린 한국당 당 대표 후보 TV토론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어쩔 수 없었냐'는 질문에 황교안, 김진태 후보는 탄핵 반대 입장을, 오세훈 후보는 탄핵이 불가피했다는 뜻을 나타냈다.
나아가 황 후보는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황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돈 한푼 받은 게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탄핵 타당했던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탄핵 찬반을 묻는 질문에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즉답을 피했던 황 후보가 작심하고 친박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으로 보이지만, 이는 되레 '탄핵 총리'라는 부정적 꼬리표를 재확인했다. 2.27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유력한 황 후보가 자유한국당의 간판이 될 경우, 민주당은 탄핵 프레임으로 그를 가두려 할 전망이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또다시 퇴행적인 역사인식을 드러냈다"며 "5.18 망언으로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더니 어제는 황교안 전 총리 등 당권주자들이 앞다퉈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잘못됐다고 했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을 준수하지 않는 정당은 존립의 가치가 없다"며 "한국당은 건전한 보수가 아닌 극우의 길을 가겠다는 건지 제1야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하고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한 바 있다"며 "이 발언만으로도 공당 대표의 자질이 의심될 수 있는데 또 다시 국민을 무시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황 전 총리가 탄핵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또 정당성 부정은 아니다고 하면서 자기 발언 안에서 상호 모순되고 충돌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른바 친박표도 구해야 할 것 같고, 또 탄핵 자체를 완전히 정당성을 부정하겠다고는 말도 못하고, 제가 보기엔 당당하지 못한 자세"라고 했다. 이어 "제1야당 대표 후보로 자격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반증하는 자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들도 탄핵을 부정하는 황 후보의 인식에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역사인식의 수준이 개탄스럽다. 박근혜 탄핵은 법적 정치적 절차가 완결된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탄핵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 뿐이고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지지표를 얻기위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어정쩡한 태도로 눈치만 보던 황교안 후보가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국정농단 박근혜 정부의 부역자로서 그에 딱 맞는 정체와 본색을 드러냈다. 사실상 도로 박근혜당 회귀 선언"이라고 했다. 이어 "(황 전 총리는) 당 대표로 출마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태극기 부대 대표에 출마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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