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부를 뽑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태극기 부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6년 말~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거리에 나섰던 지지자들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시작된 '태극기 부대'가 2년 만에 한국당의 중심부를 뒤흔드는 골칫거리로 등장한 모양새다.
'5.18 망언' 사태를 계기로, 이들은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는 지만원 씨 등 제도정치권 바깥 인사들과 한국당을 연결하는 '세력'으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2.27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대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태극기 부대'는 1천 명 이상 운집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후보 등을 향해 거친 야유와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됐다.
한국당의 극우화를 견인하는 '태극기 부대'가 전당대회 '우려 요인'으로 지목되자, 김진태 의원은 19일 유감 표명인지 지지 호소인지 모호한 짧은 입장문을 냈다.
그는 "어제 대구 합동연설회장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런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면서도 "특히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 앞으로는 보다 품격있는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박계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가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면 안 된다"며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태극기 부대'에 비판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드물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이상한 모습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당에는 충분한 자정 능력이 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답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도 전당대회 우경화에 관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고 나 원내대표는 전했다.
실제 34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한국당 당원 가운데, 현실 정치와 동떨어진 극우적 성향의 '태극기 부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 8000여 명이 대거 입당 원서를 냈다는 점을 감안해도 소수다.
하지만 30% 남짓에 불과한 역대 전당대회 투표율에 대입해보면, 투표 참여 가능성이 높은 '태극기 부대'의 결집도 등이 변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황교안, 오세훈 후보로 나뉜 양강 구도 자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더라도 극렬 지지자들 눈치보기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태극기 부대' 문제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이들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까지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나 원내대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김태우 수사관 폭로 사건 등과 관련해 "예전 닉슨 대통령이 '대통령이 하는 일이라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오히려 이러한 국민 의혹에 답하기 보다는 여권에서 제기하는 역사 왜곡 프레임을 앞장서서 제기했다. 마치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자기부정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부자고발이 계속 나오면서 결국 닉슨은 26개월 만에 사임하고 만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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