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이 이탈리아팀에게 1대0으로 패배했다"는 사상최악의 작문 오보를 냈던 스포츠투데이가 19일 밤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의 '사고(社告)' 및 독자 게시판 상단에 사과문을 실었다.
문제는 사과문이 '면피성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도리어 독자 및 네티즌들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만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포츠투데이는 또 '작문 오보' 파동을 겪은 지 하루도 안돼, 일부 지방판 신문에 이탈리아 페루자팀이 안정환 선수의 '완전이적' 의사를 밝혔다는 또하나의 작문성 오보를 내보냄으로써 과연 스포츠투데이가 이번 사태에 대해 반성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강한 의문을 낳고 있다.
***스포츠투데이의 사과문 전문**
[사과문] 19일자 34면 기사오류 사과드립니다
19일자 34면 일부 기사의 오류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이날 오류는 경기 종료 이후 단 시간 내에 무려 20여 페이지를 월드컵 관련 소식으로 제작, 강판해야 하는 시간싸움의 과정에서 나타난 실수였습니다.
문제가 된 일본내 동포들의 반응 기사는 지면에 미리 자리를 잡아두기 위해 송고된 기사가 경기종료 후 재송고된 정식기사로 교체되지 못한 채 일부 지방 독자에게 그대로 배달된 것입니다. 이같은 오류를 뒤늦게 발견, 윤전기를 세운 뒤 다시 신문을 제작했으나 이미 인쇄된 신문은 발송차량에 실려 각 지국으로 떠난 뒤였습니다.
스포츠투데이는 4월 중순 국내 스포츠신문 가운데 가장 먼저 월드컵 관련기사를 1면톱으로 고정배치하고 하루 평균 15∼20개 관련 지면을 제작하는 등 온국민과 더불어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리며 앞으로 더욱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로 여러분을 찾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했던 사과**
스포츠투데이의 이같은 사과문은 종이신문이 아닌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의 하단 사고란과 독자 게시판 상단에만 실려 있다.
스포츠투데이의 작문 오보 사실이 통신, 인터넷, 타 종이신문을 통해 이미 온 나라에 알려진 대형사고라는 점을 인식하면, 당연히 20일자 스포츠투데이 종이신문 1면에 실려야 마땅했으나 수도권에 배달된 종이신문에서는 이같은 사고를 찾아볼 길 없었다.
더욱 실망스런 대목은 사과를 하면서도 '기사를 작문'한 데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자성도 없이 모든 책임을 '월드컵 중노동'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포츠투데이는 "문제가 된 일본내 동포들의 반응 기사는 지면에 미리 자리를 잡아두기 위해 송고된 기사"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경기종료 후 재송고된 정식기사로 교체되지 못한 채 일부 지방 독자에게 그대로 배달된 것입니다. 이같은 오류를 뒤늦게 발견, 윤전기를 세운 뒤 다시 신문을 제작했으나 이미 인쇄된 신문은 발송차량에 실려 각 지국으로 떠난 뒤였습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 변명에 불과하다.
자리를 잡아놓기 위해 그렇게 공들여 작문을 하는 법은 없다. 또한 "오류를 발견했으나 이미 인쇄된 신문은 발송차량에 실려 각 지국으로 떠난 뒤였다"는 주장도 어이없기란 마찬가지다. 신문이 문제의 전주 지역에 배달된 시간은 그 다음날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오류를 시정할 시간은 충분했다.
한마디로 말해 이번 사건은 스포츠투데이의 '작문 불감증(不感症)'과 무질서한 관리시스템의 총체적 산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문 말미에 "스포츠투데이는 4월 중순 국내 스포츠신문 가운데 가장 먼저 월드컵 관련기사를 1면톱으로 고정배치"했다며 자화자찬까지 하니, 어이없을 뿐이다.
***네티즌들의 분노 재폭발**
이 사고를 접한 독자와 네티즌의 분노는 당연히 증폭됐다. 스포츠투데이 게시판에는 사고를 본 뒤 더 화가 난 네티즌의 이메일이 쇄도했다.
"난 일본 사람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일 저질러 놓고 오리발 내미는 정치인들이나, 무책임한 언론쟁이들을 볼 때마다 가끔 일본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언젠 줄 알어? 바로 자기의 잘못을, 받는 사람이 송구스러울 정도로 머리를 굽히고 용서를 비는 그런 모습을 볼 때다...
너희들은 몇 년 전 야마이치 증권이 파산했을 때 울부 짖으며 용서를 빌던 그 회장의 모습을 본 적이 있냐? 그 회장 울부짖으며 뭐라 했는지 아냐? 모든 잘못은 나한테 있으니, 죄없는 사원들 비난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울부짖더라...
그리고 토우카이무라라는 곳에서 방사선이 누출되어 일반 시민들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담당 기관 간부들이 TV앞에서 무릅 꿇고...배울 건 배워라...
난 한국의 정치인들하고 소위 말하는 언론쟁이들이 참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단다...일을 저질렀으면....'내 탓이오!' 하고 남자답게 나설 줄 아는 정치인이나, 언론인을 내 생애 딱 한 번 만이라고 좋으니 봤으면 한이 없을 것 같다..."(아이디 스투피투)
"이미...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투의 오보에 대한 태도가 넘 성의 없네여...
신문으로서 가장 큰 실수를 범했는데도...단지.. 스투 게시판에다 사과글 달랑 올려놓으면...다인가여?
제가 보기에는..사람들이 하도 뭐라 그러니까.. 그냥..형식적으로 올려놓은 것처럼 보이질 않네여..그리고, 글 내용도 독자에 대한 사과의 내용보다는 핑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인 걸 보구...
하여튼 이젠 스투 절대 못 믿겠네여... 뭐..기사의 90%가..이런식으로 다 지어낸 것일 테니까여...
담에는...소설 쓰실 때... 잘 때려 맞추세여"(아이디 ㅎㅎㅎ)
"조기자 및 담당 편집국장등 스투에서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인사조치를 내려야할 것입니다..
최소한 담당 기자는 해임시켜야 될 것이고 담당 국장도 경질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그러면 신문사가 아닌 사이비 글쟁이들 집합소지.."(아이디 X기자)
***연속되는 '작문 오보' 사태**
더욱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스포츠투데이가 '작문 오보' 파동을 겪은 지 하루도 안돼, 일부 지방판 신문에 이탈리아 페루자팀이 안정환 선수의 '완전이적' 의사를 밝혔다는 또하나의 작문성 오보를 내보냈다는 사실이다. 과연 스포츠투데이가 이번 사태에 대해 반성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다음은 스포츠투데이 게시판에 실린 네티즌의 고발이다.
"제가 오늘 신문 보는데...서울지역은 어떻게 기사가 나왔는지 몰겠는데 여기 경기도에선 3면에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페루자가 안정환을 임대에서 완전이적으로 영입할 뜻을 밝혔다"
도무지가 이해가 가질 않네요...다들 보셔서 아시겠지만...이탈리아내에선 보복으로 안정환을 팀에서 방출한다는 내용이 메인홈페이지에 나와있고 온갖 언론매체에서도 이같은 내용으로 보도를 했는데 신문에선 대전에서 특별취재반이 소설 쓴 걸 그대로 신문에 실었네여.....
이젠 도저히 신문 믿고 못보겠다..우리동네 지국 왜 전화 안 받아..."(아이디 XXX방)
본인들이 자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스포츠투데이는 지금 절대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위기'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면 '스포츠투데이'는 '스포츠예스터데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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