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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강조한 김정은, 우라늄 농축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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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강조한 김정은, 우라늄 농축 포기?

[정욱식 칼럼] 한반도 문제, 쟁점과 해법 (2) 국제 핵연료 은행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월 31일(현지 시각)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및 그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때,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시설들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은 이 발언을 크게 보도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합의의 관건은 미국의 상응 조치 수준에 달려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상응 조치도 관건이지만,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 자체도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핵무기 생산과 직결된 플루토늄 관련 시설에 대한 폐기 합의는 어렵지 않게 이뤄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고농축을 하면 핵무기 제조용으로, 저농축을 하면 핵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의 성격이 다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나라의 전력 문제를 풀기 위한 사업" 가운데 하나로 "원자력 발전 능력을 전망성 있게 조성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비건의 말처럼 김정은이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도 선뜻 공약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다.

▲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워장이 2019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노동신문

우라늄 문제가 까다로운 이유

이에 따라 우라늄 농축 문제는 "디테일 속의 악마 중에 악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런지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의 '가상 예시'를 들어 분석해보자.

먼저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합의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이와 관련된 신경전은 이미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이 나온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남북 정상들이 합의한 선언에는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라고 되어 있었는데, 폼페이오는 국무부 성명을 통해 이 앞에 "모든(all)"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 수식어가 포함된 문구에 동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도 차단당할 수 있다고 우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가 합의문에 들어간다면, 관건은 두 가지 단어의 포함 여부로 모아진다. "영변"으로 국한할 것인지, 또한 농축 앞에 "고(highly)"가 붙을 것인지에 따라 그 해석상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측건대 북한은 두 가지 표현이 모두 포함되는 문구를 선호할 것이다. 영변을 적시하면 이곳 이외에 존재 가능성이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 의혹 규명은 추후 문제로 미뤄둘 수 있고, "고농축 우라늄"을 명기할 경우에는 경수로 가동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은 유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 시설 의혹을 검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면, 미국 내에서 혹독한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또한 북한의 저농축 우라늄 시설 보유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합의 경쟁 대상은 이란 핵협정이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이란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담겨두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북한을 상대로 이란보다 강력한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는 곧 미국이 2차 정상회담과 후속 협상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완전히 거세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대안들

관건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인정할 것인가에 있다. 이 권리를 인정할 경우에는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먼저 엄격하고 상시적인 감시를 전제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인정하고 농축 규모를 영변에 있는 실험용 경수로의 가동에만 국한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미국은 이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방식으로 북한이 모든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에 동의하는 반면에, 그 보상책으로 외부에서 경수로 가동에 필요한 핵연료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란이 이 방식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 있다. 북한 역시 핵연료 공급의 안정성과 무상 제공이라는 점이 보장될 경우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 시설 보유를 선호할 것이다. 없는 살림에 많은 비용과 자원을 들여 만든 농축 시설을 계속 활용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외부 공급이 계속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할 것이다.

이에 따라 또 다른 대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합의 당사국들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동으로 국제 컨소시엄을 만들어 우라늄 농축 시설의 관할권을 갖고 이 컨소시엄에서 영변 경수로에 필요한 핵연료를 공급하고 잔여분이 있을 경우에 상업적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방안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먼저 합의를 하고 실행은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 이행 및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이후로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대안이 되었든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난제이다. 그래서 당사자들의 이익과 요구를 두루 반영한 방식을 지금부터 찾아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북한의 평화적 핵 활동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강력한 국제적 통제 하에 둠으로써 군사적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분명히 한다면, 디테일 속의 악마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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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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