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차인표씨의 '사람됨됨이'가 또 한차례 세간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차인표씨는 지난해말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한 냉전회귀적인 미국 MGM사의 007 시리즈 출연 제의를 거절해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또한 그는 해외파 연예인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3년간 병역의무를 다해 병역기피로 물의를 빚은 가수 유승준과 좋은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부인 신애라씨와의 성실한 가정생활도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차씨가 이번에 불러일으킨 감동은 '돈'과 관련된 것이다.
***2억원보다는 신의가 중요하다**
요즘 TV를 틀면 차인표씨를 광고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달부터 시작된 기업은행의 세칭 '잘 되시죠?'라는 광고가 그것이다.
이 광고는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주제가가 배경음악으로 경쾌하게 흐르는 가운데 차인표씨가 수화로 '고객은 하늘입니다'를 표현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어 기업은행 명예직원으로 등장하는 차씨가 아침부터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경쾌하게 가방을 앞뒤로 흔들며 출근을 한다. 이어 샐러리맨, 꽃가게 점원, 중소기업 사장, 어린이, 자영업자 등 출근길에 만나는 고객들을 향해 "잘 되시죠?"라고 기분좋게 인사를 나눈다.
이 광고는 경기회복과 더불어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기업은행 이미지를 제고시킨 성공적 CF로 평가받고 있다.
차인표씨가 기업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하반기때 일이다. 지난해에 기업은행 광고에 출연했을 때만 해도 그의 이미지는 탤런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007 출연 거절 등으로 차씨가 우리 사회의 폭넓은 사랑을 받으면서 기업은행은 기대 이상의 큰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 2월5일 국회에서는 노무현, 김근태 고문 등이 한반도 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할리우드 진출을 포기한 차씨에 대해 "우리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고 격찬할 정도였다.
당연히 기업은행은 6개월 만기가 도래한 지난 2월 차씨와의 재계약을 추진했다. 이때 문제가 생겼다.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차씨에게 광고계약을 제의한 것이다. 같은 금융기관의 광고에 겹치기 출연을 않는 것은 불문율이다. 그러나 상대업체는 같은 은행업종이 아닌 금융기관이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었다. 더욱이 상대방은 2억원으로 알려진 기업은행 계약금보다 배 가까이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
차씨는 매니저를 통해 기업은행측에 광고에 동시출연을 해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내심으로는 차씨가 기업은행 광고를 포기하고 다른 금융기관과 계약할까 봐 적잖은 걱정을 했다 한다. 그러나 차씨는 큰 망설임 없이 억대의 개런티 차이를 포기하고 약속을 지켰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김종창 기업은행장은 차인표씨와 재계약을 체결한 지난 3월초 차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그를 명예직원으로 임명, 감사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기사화 안되는 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
당시 기업은행 일각에서는 차씨의 미담을 알리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가 "기사화 안 되는 게 상대방 금융기관에 대한 예의"라는 입장을 밝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던 중 최근 차인표씨가 출연한 '잘 되시죠?'라는 광고가 광고업계에서 성공적 CF로 평가받고, CF 제작과정이 취재되던 과정에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차인표씨가 돈보다 신의를 선택한 데 대해 기업은행원 모두가 더없이 고마워하고 있다"며 "직접 만나 본 차씨는 몸에 밴 겸손함이 느껴지는 신사였다"고 말했다.
차인표씨는 요즘 KBS 2TV에서 다큐 프로그램인 '차인표의 블랙박스'를 맡는 등 활동영역을 지적 분야로까지 넓혀가고 있다. 차씨는 원래 미국 뉴저지주립대학 경제학과를 나왔다. 그의 동생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재직했을 정도로 집안 전체가 두뇌집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돈보다 신의를 택한 차씨의 사람됨됨이는 최근 '3홍 비리'로 구린 내음이 진동하는 우리 사회에 아직 그래도 희망은 남아있음을 알려주는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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