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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과 청와대의 '계속되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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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홍걸과 청와대의 '계속되는 거짓말'

"미국집 100% 은행돈으로 샀다"더니 "집 팔아 합의금 주려 했다"고

김대중 대통령 3남 김홍걸씨가 이신범 한나라당 전 의원에게 민사소송 취하 대가로 56만달러를 주기로 합의했고, 이같은 합의과정에 당시 LA총영사관 공보관이었고 현재는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중인 윤석중씨가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윤석중 비서관은 당시 '김홍걸씨의 지인이자 개인' 신분으로 중재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부족하다. 당시 그는 LA총영사관 공보관이라는 분명한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신범씨에게 주기로 약속했던 56만달러(우리돈 7억3천만원)라는 거액을 과연 김홍걸씨가 어떻게 조달하려 했는가도 큰 의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씨는 미국 자택을 팔아 조달하려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그러나 김씨가 자신의 미국 집을 은행 융자를 받아 샀다고 주장해온 그동안의 주장과 정면배치된다.

해명이 또다른 의혹을 증폭시키는 국면이다.

***한나라당,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 공작 주장**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18일 대통령 3남 김홍걸씨가 이신범 한나라당 전 의원과 민사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 합의금의 출처 공개와 홍걸씨의 즉각 귀국을 요구했다. 그는 또 윤석중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이 홍걸씨의 소송대리인 역할을 한 것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남 대변인은 "윤 비서관을 LA총영사 공보관으로 내보낼 때부터 홍걸씨 뒤를 봐주라고 보낸 것이며, 개인적 일을 봐준 대가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령냈다"고 주장했다.

윤 비서관은 지난해 4월 김홍걸씨에 대해 미국 오렌지 카운티 법원의 강제증언 명령이 나오자, 그해 5월 김홍걸씨의 소송대리인을 맡아 이씨에게 56만달러를 주고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이씨와 합의했다.

그러나 김홍걸씨가 10만달러만 주자, 이씨는 계약위반, 협박, 사법절차 남용 등의 혐의로 윤 비서관 등을 고소했다. 윤 비서관은 이에 지난 1월 이신범씨를 상대로 맞고소했다. 당시 이신범씨는"윤 비서관은 홍걸씨 주택 구입 과정에 상당한 역할을 했고, 소송 과정에도 여러 번 취하 압력을 행사했었다"고 주장했다.

***윤석중, 그는 누구인가**

문제의 윤 비서관은 현 정권 출범후인 지난 99년 대통령 해외언론 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특채돼 김대중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그 후 LA 영사관의 공보관으로 영전해 2년간 근무하다가 지난 2월 청와대 해외언론 비서관에 임명돼 귀국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윤 비서관은 연대 정외과를 다니다가 80년대 후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99년 귀국 당시까지 10여년간 미국 LA 부근에서 살았다.

90년대 그는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공부를 하던 김홍걸씨와 만나 친구 사이로 발전했고, 이것이 인연이 돼 김홍걸씨 추천으로 99년부터 김 대통령의 영어 통역 담당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비서관의 영어실력은 대단히 빼어나 김 대통령의 신임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비서관은 또한 충남 공주 출신으로 충청 출신인 이희호 여사와도 지연이 닿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석중 비서관의 설득력 없는 변명**

이처럼 김홍걸씨와 친분이 두터운 청와대 현직 비서관인 윤석중 비서관이 홍걸씨 문제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이신범씨와의 거래에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어느 정도 개입됐느냐가 비상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 내외까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알고 있는 윤 비서관은 17일부터 핸드폰을 꺼놓고 있으며 연락 요청에도 묵묵부답이다. 합의금이 부족해 5만달러를 개인적으로 내기도 했다는 윤 비서관은 그 대신 17일 서면으로 기자단의 질문에 답변했다.

다음은 기자단과의 서면답변 내용이다.

-소송당사자가 된 이유는….
"홍걸씨의 지인으로서, 개인 자격이다."

-본인이 5만달러를 주기로 한 이유는 무언가.
"이 전 의원이 요구한 56만달러 가운데 홍걸씨가 마련할 수 있는 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돈을 더 줄 생각인가.
"이 전 의원과 합의가 진행중이다. 돈을 더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지급 합의금은 어떻게 마련하려 했는가.
"홍걸씨 집을 팔아서 그 시점에서 주기로 돼 있었다."

***김홍걸씨측의 앞뒤 안맞는 해명의 연속**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김홍걸씨가 지난 해 5월 이신범씨에게 56만달러라는 거금을 어떻게 지급하려 했는가에 대해서도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홍걸씨의 소송대리인인 윤석중 비서관은 이에 대해 "김홍걸씨의 미국 집을 팔아 주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그동안 김씨가 펴온 주장과 정면배치된다.

김홍걸씨는 지난 2000년 5월 LA 고급주택가인 팔로스버디스에 97만5천달러(12억7천만원)짜리 집을 구입했다. 그러나 호화주택 구입이 정치문제화되자, 그는 미국 월드세이빙스은행에서 60만달러, 재미교포 은행인 한미은행에서 37만5천달러를 빌렸다고 주장해왔다. 집값 전액을 은행에서 빌려 샀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김씨는 집을 팔아보았자 10원 한푼 건질 게 없다. 제돈이 아닌 은행돈으로 산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집을 팔아 합의금을 주려 했다는 김씨 주장은 완전 거짓이다.

일각에서는 "김홍걸씨가 일산 지역에 보유하고 있던 2억원짜리 땅을 팔아 합의금중 일부를 주려했다"는 해명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해명 또한 소득이 없는 김씨가 과연 어떻게 일산에 땅을 보유하게 되었는지, 만약 이 땅이 김 대통령으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라면 양도세를 제대로 냈는지, 파고 들수록 각종 의혹만 증폭될 뿐이다.

***유선호 정무수석도 이신범과 협상**

이신범씨는 지난해 5월 홍걸씨측과 맺은 비밀 합의가 파기된 후에도 여러 차례 청와대와 접촉, '포괄적 타협'을 내용으로 한 2차 비밀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가 지난해 11월 24일자로 유선호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낸 팩스서신이 18일 한국일보에 입수돼 공개됐기 때문이다.

유 당시 수석은 이에 대해 "의원 시절부터 이신범 전 의원과 잘 아는 사이여서 이 전 의원이 내게 중재를 부탁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팩스를 잘 보지도 않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김홍걸씨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중 하나였다는 점을 보면 설득력이 부족해보인다. 만약 당시 유 정무수석이 홍걸씨를 대신해 미국에 있던 이 전 의원과의 합의를 시도했다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홍걸씨 문제를 비호,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한 마디로 말해 이번 김홍걸-이신범 의혹은 '법의 힘'을 빌어야만 진상이 명백히 드러날 전망이다. 김홍걸씨나 청와대측 해명에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한 번의 거짓말은 백 번의 거짓말을 낳는 법이다. '거짓말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이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김홍걸씨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에 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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