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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범과 DJ일가의 '괴이한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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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범과 DJ일가의 '괴이한 악연'

이희호 일가와 사돈, 87년 대선 계기 견원지간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가 한나라당 이신범 전의원에게 작년 6월 10만달러를 지급했던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청와대측은 이씨가 하도 사생활 침해를 계속하면서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하자 합의금으로 56만달러를 주기로 하고 이 가운데 우선 10만달러를 주게 되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같은 청와대 해명은 여러 모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신범 전의원의 폭로가 청와대 주장대로 '사실무근'이었다면 왜 거액을 주면서까지 이 전의원의 입을 막으려 했는가이다. 아울러 소득이 없는 김홍걸씨가 무슨 돈으로 56만달러(우리돈 7억3천만원)의 거액을 선뜻 이 전의원에게 주기로 합의했는가도 의혹거리다. 김홍걸씨 이상의 DJ일가 및 청와대 고위층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그동안 'DJ저격수'를 자처해온 이신범 전의원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은 그동안의 폭로가 '돈'을 노린 게 아니었느냐는 의혹의 시선이다.

이신범과 DJ일가의 '괴이한 악연'을 알아본다.

***악명높은 DJ저격수 이신범**

이신범씨는 지난 99년이후 김대중 대통령 일가에 대해 무차별적 공세를 펴온 한나라당의 대표적 'DJ저격수'로 유명하다. 현 정부 출범이래 여권으로부터 모두 6건의 고소·고발을 당할 정도로 그의 DJ 공격은 집요했다.

이신범씨가 그동안 제기한 의혹은 많다.

이씨가 DJ 일가를 향해 직격탄을 최초로 날린 것은 지난 99년 6월의 일이다. '옷로비 의혹'이 한창이던 이때 한나라당의 고급옷로비사건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은 그는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로부터 1억원대의 고가 미술품과 옷을 선물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0년 1월에는 이희호 여사가 2천만원이상 나가는 샤넬 등 명품 옷을 입고 다녔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사진 20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2000년 2월부터는 공격목표를 김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로 맞추었다. 그는 김홍걸씨가 미 군수업체 로비스트 조풍언씨 소유의 6백만달러짜리 로스앤젤레스 호화 저택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김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구입했던 인물이다.

김홍걸, 조풍언씨 등이 이씨의 주장을 적극 부인하자 그 다음달인 2000년 3월에는 홍걸씨가 로스앤젤레스 고급주택지에 97만5천달러짜리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홍걸씨가 유학생 신분으로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호화주택을 구입한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홍걸씨가 한미은행 로스앤젤레스지점 계좌에 23만달러를 입금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신범씨는 "이런 정도 집의 할부금을 내려면 월 할부금의 3배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게 미국 은행의 내규다. 그래서 미국에서 박사과정만 7년째 다니고 있는 홍걸씨가 은행 융자 신청서류에 월 수입이 1만8천달러라고 허위기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 사실을 폭로한 후 지난 3월 주간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며칠 전 이곳 교포 수십명이 서명해서 크로포드 미 법무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내용은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을 그토록 신속하게 체포한 미국 정부가 왜 홍걸씨의 융자사기와 미국 부패방지법 위반 등에 대해 처벌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서한이었다. 이에 따라 연방 수사당국에서 홍걸씨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잘못하면 과거 노태우 대통령의 딸 소영씨의 외환관리법 관련 사건보다 더 큰 나라망신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밖에 지난해 7월 홍걸씨를 비롯해 이희호 여사, 박지원씨 부부 등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홍걸씨측이 56만 달러를 주기로 약속하고도 "이씨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나머지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신범과 김홍걸 사이의 10만달러 뒷거래 사실은 이같은 갈등과정에 드러난 것이다.

***이희호 여사 조카사위가 이신범씨 남동생**

이처럼 이신범씨와 DJ일가는 '지독한 악연'을 맺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씨가 한때 더없는 'DJ의 민주화운동 동지'로서 DJ일가와 오랜 인연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한다리 건너 사돈지간이기도 한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다. 이씨의 남동생이 이희호 여사의 조카사위다. 더 구체적으로는 이신범씨 남동생의 아내가 이희호 여사의 큰오빠인 고 이강호씨 집안 사람이다.

이희호 여사 동생인 이성호씨도 이씨의 미국 망명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다. 이씨의 어머니와 이희호 여사와는 각각 아들과 남편을 감옥에 보냈던 시절, 감옥 밖에서 함께 투쟁한 경험이 있다. 그런 인연 때문에 91년 이씨의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는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문상을 다녀가기도 했을 정도로 집안끼리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이씨와 DJ의 정치적 관계는 87년 결정적으로 틀어졌다. 이씨가 그해 평민당을 떠나 DJ의 정적인 YS의 상도동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적 이유와 관련, "87년 대선에서 당시 김대중 후보가 '4자 필승론'(노태우, 김영삼, 김종필 후보가 모두 출마하면 표가 분산돼 김대중 자신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를 펴 이에 대한 실망감으로 김대중 진영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충성을 한 자신을 그다지 인정해주지 않은 DJ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이 컸다는 해석도 있다.

그후 90년 3당합당이 되면서 그는 신한국당이라는 집권여당의 인사가 됐고, 96년 총선때는 서울 강서을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 뱃지를 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후 그는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대통령선거 공약개발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반DJ전선에 앞장섰으며, 2000년 4월 총선에서 떨어진 이후에는 DJ일가 저격수로 본격 나서 자신의 지명도를 이어가려 애썼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신범씨가 DJ일가 비리에 대해 계속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DJ일가와 먼 인척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많다"며 "이번 사태 또한 결국은 DJ가 친인척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에 스스로 덫에 걸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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