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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후보 사퇴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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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후보 사퇴의 노림수

<해설> 노무현에 '3홍 비리' 결단 압박하며 反轉 도모?

이인제 후보가 돌연 17일 경선 포기를 발표한 배경을 놓고 각종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주말 충북, 전남 경선이 끝난 뒤 금주초까지만 해도 그는 끝까지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 후보의 경선 포기 결정은 이 후보 혼자의 결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 진영의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 후보의 측근 비서들조차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이같은 분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었다. 단지 이날 오전 김기재, 이희규, 원유철, 전용학 등 측근 의원 4명을 서울 시내 모호텔로 불러 사퇴 결심을 통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대체 왜 급작스레 이 후보의 심경이 바뀐 것일까.

***이인제 사퇴는 '작전상 후퇴'**

가장 일차적 이유는 앞으로 남은 부산, 경기, 서울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 주말까지 13개 지역에서 경선을 치른 결과 이인제 후보의 패배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대전, 충남, 충북 등 3개 연고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패배한 데다가, 여론 조사 등을 보더라도 남은 세 지역에서 반전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끝까지 경선에 참여해 현저한 표차로 패배, 훗날 재기를 도모할 명분조차 사라지기 전에 중도사퇴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 민주당 안팎의 지배적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만 갖고 이 후보의 사퇴 이유를 설명하기란 미진해 보인다. 이 후보가 아직까지 대통령 꿈을 접었다고 볼 수 없는,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여러 군데에서 감지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이인제 고문의 이번 후보 사퇴를 '작전상 후퇴'로 보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새천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하는 꿈을 접기로 했다"며 "앞으로 당의 발전과 중도개혁노선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하는 꿈'과 '중도개혁노선의 승리'라는 구절이다.
이 고문이 이날 접은 꿈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이지 '대통령 후보'는 아닌 것이다.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아닌 곳의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중도개혁노선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발언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는 이 고문이 비록 후보 사퇴를 하긴 했으나 앞으로도 계속해 노무현 후보에 대해 이념공세를 전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하다. 요컨대 후보 사퇴후 노무현 후보를 돕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며, 틈새가 생기면 반전(反轉)을 노린 공세를 전개하겠다는 의미다.

***6월 영남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패하면 대반격할 계획**

그러면 과연 이고문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올까.

이 고문 캠프에서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지난해말 "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의 광역단체장을 1명 이상 당선시키지 못하면 재신임 받겠다"고 말한 바 있다. 노 후보는 16일 수원 팔달 지구당에서 "이 약속이 아직도 유효하냐"는 질문에 대해 "조건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 그 약속은 실현될 수 있고 나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고문 캠프가 노리고 있는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오는 6월13일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영남 지역에서는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 등 5개 광역단체장 자리를 놓고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 지역에서 과연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노무현 후보측은 최근 이들 지역에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이회창 후보 지지율을 앞선 대목을 내세우며 최소한 한곳 이상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아는 법이다.

이 고문측은 만약 영남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경우 노후보의 '재신임' 약속을 명분으로, 대선후보 교체를 요구하며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고문이 사퇴하며 "중도개혁노선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의미심장한 표현을 쓴 것도 이때를 대비한 포석으로 읽힌다.

***'노무현과 DJ의 결별' 압박수?**

이 고문이 돌연 후보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최근 폭발하고 있는 '3홍 비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보인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인제 고문은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에게 아들 및 측근인사를 척결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해왔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아직 DJ와 결별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김대통령의 세 아들이 예외없이 비리에 연루된 세칭 '3홍 비리'가 정치권의 최대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바람을 3홍 비리라는 역풍으로 잠재우겠다는 계산아래 이 문제를 핵심쟁점화하고 있다. '이명재 검찰'도 아직까지는 성역없는 수사를 전개중이어서, 앞으로 3홍 비리의 파장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이렇게 상황이 돌아가면 노무현 후보의 입장은 크게 곤혹스러워진다. 어떤 형태로든 3홍 비리에 대한 입장표명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인제 고문의 후보사퇴로 사실상 노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지어짐에 따라 노무현 후보에게 3홍 비리, 보다 본질적으로는 DJ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압박은 증폭될 게 확실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인제 고문의 급작스런 사퇴가 노후보와 DJ간의 결별을 의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제 공은 노무현 후보에게 넘어갔다**

과연 이인제 고문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제 노무현 후보가 명실상부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됐다는 사실이다. 여권의 대통령후보가 됐다는 사실은 그에게 권한과 동시에 책임이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노 후보가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일은 최근 정국의 최대쟁점이자, 범국민적 의혹으로 급부상한 3홍 비리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다. 아울러 검찰 수사 결과 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예상되는 DJ의 정치적 위기에 대한 '선택'일 것이다.

노 후보가 정론과 여론에 기초해 선택을 한다면, 이인제 고문의 반격은 원천봉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공은 이제 노무현 후보에게 넘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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