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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몰락의 주범은 '외세와 야합한 부패특권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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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몰락의 주범은 '외세와 야합한 부패특권층'

아르헨티나의 교훈 "부패하면 외환위기 다시 오는 법"

국가부도 상태에 빠져있는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3일 '1천달러 이상 예금인출제한'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대규모 외화 유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발표 직전 3일간 1백72억달러가 은행에서 인출된 사실이 최근 드러나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전체 외화 예금액의 20%가 넘는 거액이 단 사흘만에 빠져나갔다는 것은 사전 정보유출을 의미한다. 또한 최근 1개월간 1백억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소식은 강력한 외화유출 방지책도 특권층에게도 소용없음을 말해준다.
아르헨티나의 몰락이 정치, 경제, 사법부의 엘리트들이 '끼리끼리 해먹기'가 극단에 달해있기 때문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구조조정 선도한 '경제영웅'이 실제로는 부패주역**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4월11일자)에서 아르헨티나 지배계급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신랄히 비판했다.

지난 4월3일 아르헨티나의 전 경제장관 도밍고 카발로가 구속되었다. 그의 재산도 압류됐다. 그는 지난 90년대 과감한 시장개방과 국영기업 민영화 추진 등으로 서방의 신뢰를 회복,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의 국가를 구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경제영웅'이라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무기 밀매, 세금 포탈 혐의를 받고 있다. 무기밀매 이외에도 직권남용, 기밀(예금인출 제한 조치)누설 등 각종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그는 2001~2005년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상환 원리금 부담을 1백20억달러 줄이기 위해 2005년이후로 6백60억달러를 증가시키는 기괴한 부채전환을 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러나 카발로는 '전형적 희생양일뿐'이라고 지적했다. "권력을 잃으면 죄인이 된다"는 것이 아르헨티나의 사법체계라는 것이다. 부패세력들은 지금도 여전히 각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카발로는 지난해 3월 경제난으로 내각이 총사퇴하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페르난도 델 라 루아에 의해 다시 경제장관으로 중용되면서부터 파멸위기를 자초했다.
재정, 금융에 관해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그는 시장상황을 고려하지도 않고 페소화를 미 달러화에 1대1로 고정시키는 강한 페소화 정책을 고수하는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

그 결과는 수입증가와, 이에 따른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였다.
특히 재정긴축이란 명목으로 연금지급을 중단하고 은행계좌를 동결, 대규모 군중소요를 유발시키기도 했다. 이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국민들에게 카발로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니라 경제피폐의 원흉으로 지목되었다.

***메넴은 외국 군수업자와 거래하며 천문학적 리베이트 챙기기도**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카발로 뿐만이 아니다.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에미르 요마, 전 국방장관 에르만 곤잘레스 등 과거 집권층의 부정부패에 대해 재조사가 시작되었다.
부정부패의 몸통은 메넴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시각이다. 메넴은 가족 명의로 스위스 은행에 수백만 달러의 비밀 계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해 밝혀졌다.

메넴은 대통령 재직 중 유엔의 무기금수 제재를 받던 옛 유고의 크로아티아와 에콰도르에 1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가택연금에 들어갔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1백67일만에 풀려났다.
메넴은 시가 1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한 뒤 4천만달러 이상의 리베이트를 챙겨 스위스 은행 등 해외비밀계좌에 다른 사람 명의로 예치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의 유명법조인 막시밀라노 루스코니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특별검사와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등 사법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법조인들이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러한 주장은 '너무 이상적'이라고 꼬집었다. 에두아르도 두할데 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의회를 통해 연방법원 판사들 몇 명을 바꾸는 정도일 것이라는 냉소적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말해 아르헨티나 위기의 본질은 외세와 결탁한 부패 정치권력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가 도달한 씁쓸한 최종결론인 셈이다.

아르헨티나 사태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김대중대통령의 세 아들이 예외없이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현상황은 아르헨티나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지배층이 부패하면 외환위기는 반드시 재연한다"는 아르헨티나의 교훈을 진지하게 곱씹어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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