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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를 망친 주범은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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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를 망친 주범은 IMF"

12년간 신탁통치, 國富 완전유출

마침내 아르헨티나가 쓰러졌다.
1천3백20억달러의 대외채무를 못 갚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곧 “채권단 입장만 대변해온 국제통화기금(IMF)에 더 이상 질질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곧 ‘IMF의 디폴트’이기도 한 것이다.
이번 아르헨티나 사태는 그동안 IMF의 정책을 신봉하다시피 해온 국내 일각의 정책당국자 및 학자들에게도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을 주고 있다.

***더이상 IMF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로드리게스 사이 신임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우리는 현재의 어려운 난국에 당당히 맞서기로 했다”며 디폴트를 공식 선언했다. 로드리게스는 야당총재 시절부터 일관되게 채권단 이익만 대변해온 IMF 정책을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는 IMF 등 서방 채권자들에게 “부채 원금의 30~50% 삭감, 상환기간 30년으로 연장, 상환이자 2%”를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이같은 요구를 서방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현재 1 대 1로 고정돼 있는 페소화와 달러화간 페그제를 파기, 페소화를 대폭 평가절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방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돼 버린다.
로드리게스의 주문은 “아르헨티나에 빌려준 돈의 일부라도 받고 싶으면 아르헨티나 요구대로 따르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아르헨티나 새 정부의 이같은 요구는 어찌 보면 속된 말로 “배 째라!”는 식의 억지로 들린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도 않다. ‘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89년 1차 외환위기를 맞고 IMF관리체제 아래 들어갔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12년간 아르헨티나는 사실상 ‘IMF의 경제신탁통치’ 아래 있어왔다.

***IMF의 망국적 경제통치 두 가지**

경제총통 IMF의 첫 번째 요구는 ‘국유재산 민영화’였다.
이 지시에 따라 90년에 시작돼 94년에 완료된 민영화의 결과, 전화회사, 항공사, 석유회사, 전력회사, 철강, 석유화학, 가스업종, 석유시추, 철도, 항만, 도로, 상수도, TV, 라디오 등 거의 모든 부문이 민간인 그중에서도 특히 외국계 손으로 넘어갔다. 한 예로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전화국은 프랑스의 스텟과 스페인의 텔레포니카가 샀다. 외환위기전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국영기업의 97%가 민영화됐을 정도로, 외국계는 경쟁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알짜 국영기업을 싹쓸이해갔다. 국제금융계는 “잘 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으나 아르헨티나 경제는 골병 들어갔다.

이 과정에 무수한 정치적 부정과 부패 스캔들이 터져나왔다. 당시 민영화를 주도했던 메넴대통령(89~99년)도 지금 부패 혐의로 가택연금 중이다.
동시에 현재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화요금과 전기요금을 물고 있을 정도로, 민영화된 기업들은 앞다퉈 공공요금을 살인적으로 인상했다. 단기간에 최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발생한 이윤은 곧바로 해외로 반출됐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이를 ‘약탈’로 받아들였다.

IMF의 두 번째 요구는 ‘긴축’이었다.
IMF는 정부 재정개혁이라는 명분아래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에 대한 과감한 재정지출 축소를 요구했다. 공무원 월급이 깎이고 노인과 실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었다.
반면에 이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크게 올랐다. 정부가 가진자들에게서는 소득세를 거의 거두지 못하면서, 부가가치세 등 없는자들에 대한 세금만 대폭 인상시킨 결과였다. 말만 재정개혁이었지, 실제로는 없는자들에게 모든 짐을 덮어씌우는 방식이었다.

지난 18일의 폭동은 이같은 가진자 중심의 정책의 필연적 귀결점이었다.

***

IMF와 서방채권단은 지금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예견됐던 결과지만 막상 터지고 나니 뒷수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동안 '설마'해왔다.
아르헨티나 정권이 바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일 폭동은 불과 하루사이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공무원과 경찰까지 폭동에 가담하는 분위기였으니 그럴 수밖에. 그대로 있을 경우 유혈적 정권교체가 불가피했다. 페르난도 정권은 서둘러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은 새 아르헨티나정부의 디폴트 선언으로 IMF와 서방채권단의 협상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추가지원도 쉽지 않을 상황이다. 아르헨티나가 국유재산의 97%를 매각해 더이상 팔 물건이 남아있지 않아, 정부가 아무리 지급보증을 한다 할지라도 이를 믿고 돈을 꿔줄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몰락은 결국 IMF가 자신이 던진 부메랑에 되맞은 꼴이다.
우리가 IMF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맹목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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