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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 아르헨티나?"

전국민 54% 가 극빈층 전락

아르헨티나에 연간 물가상승률이 5천%가 넘었던 1980년대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다시 재연될 것인가. 아르헨티나가 지금 절망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신임 두알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경제회복을 위해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그 핵심은 달러화 대 페소화의 환율을 1:1에서 1:1.4로 29% 평가절하한 것이다. 이번 환율은 페르디난도 데 라 루아 전대통령이 물러난 뒤 거의 3주만에 오는 9일(현지시간)부터 재개되는 외환시장에 적용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경제난에 시달렸던 1980년대 라울 알폰신 정부가 작은 폭의 평가절하로부터 시작했으나 일부 국민의 달러화 및 상품 사재기와 경제에 대한 불확신, 인플레 심리의 확산으로 순식간에 초인플레 시대를 맞았던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평가절하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두알데 정부는 10만달러 미만의 달러 표시 부채를 1:1로 페소로 전환하도록 했다. 예금인출도 1인당 매달 현금 1천달러로 제한되며. 기업들은 앞으로 90일간 종업원을 해고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조치들이 국민들에게 당장 페소화 평가절하의 충격을 줄여줄 수는 있을지 모르나 아르헨티나인들은 이미 심리적으로 초인플레이션에 대한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자본, 조직적 반발**

대부분이 외국계가 된 은행들은 달러 표시 예금이 페소로 전환됨에 따라 1백억~2백억달러를 손해보게 되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카를로스 메넴 정권의 공기업 매각 조치에 따라 약 3백억달러를 아르헨티나에 투자한 스페인 기업들은 페소화 평가 절하 등으로 30억달러의 투자 손실을 볼 전망이다.

스페인의 통신회사 텔레포니카는 미국 달러로 요금을 지불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연동시킨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최대의 석유회사 렙솔-YPF도 아르헨티나 정부의 조치를 ‘약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페소화 가치하락에 따른 은행들의 손실을 보존하기 위해 메이저 석유수출업자들로부터 20%의 세금을 징수할 계획이라고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두알데 정부는 로얄더치 쉘, BP, 엑손 모바일 등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석유회사들로부터 연간 60억달러 수출되는 석유에서 12억달러의 세금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4,5개월 후 두알데 정부는 달러 대 페소화에 대해 이중환율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무역에서는 공식 환율을 적용하고, 여행 등 다른 모든 분야는 변동환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레메스 레니코브 경제부장관은 지난해 2백20억 달러를 지원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백50억~2백억 달러의 추가자금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르헨티나는 1천3백20억달러의 부채에 지난해 예산적자 규모만 1백1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주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자를 갚지 못해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했다.

***전국민의 54%가 극빈층으로 전락**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부터 연 11%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인구의 44%가 빈곤층으로 전락한 데다 6년간 최고치인 18.3%가 넘는 실업률 등 과거보다 훨씬 경제여건이 나빠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한 민간연구소는 최근 아르헨티나의 3천7백만 인구 중 현재 1천4백50만명이 빈민으로 추정되며,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평가절하에 따른 인플레 현상으로 생계비 지출이 20% 가량 늘어나면 상황은 더욱 악화돼 빈민층은 전인구의 절반 이상인 54.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도 매일 2천명이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국민들 대부분이 구매력을 상실해 당장 물가가 올라도 우려할만한 고인플레를 나타내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평가절하의 4가지 부작용**

그러나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7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의 이번 평가절하 정책은 4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 보도했다.

첫 번째, 은행들이 부채는 달러 표시로, 자산은 평가절하된 페소화로 떠안고는 견디지 못할 만큼 취약한 상태이며, 이 때문에 달러로 표시된 예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중환율제는 이미 악명높은 아르헨티나의 부패관행을 심화시킨다.

세 번째, 가격통제정책과 기타 대중영합적인 정책들로 인해 수출주도형 성장보다 보호주의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 평가절하는 그 자체가 외국과의 경쟁에 대한 보호조치다.

네 번째, 페소화의 가치하락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페소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싶어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독립성이 없고,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에 따라 새로운 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페소화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평가절하에 따라 금융권과 페소화의 붕괴가 동반된다면 최악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국내외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이러기 위해선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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