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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김홍걸 비리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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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번에는 '김홍걸 비리의혹'

DJ 前보좌역 "김홍걸에 9억제공" 주장

이번에는 김대중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씨의 비리 개입의혹이 제기됐다. 이로써 김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비리 의혹에 휘말려 들게 됐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가주대학(USC)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김홍걸씨는 그동안 미국에서의 호화주택 구입 논란 등으로 야권의 부단한 의혹 제기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때 김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던 측근인사가 김홍걸씨에 대한 물적 지원 사실을 밝힘으로써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규선, "홍걸에게 9억원을 줬다"**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42)씨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미래도시환경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홍걸씨와의 관계를 밝혔다.

최씨는 "94년 미국 유학때 홍걸씨를 만나 형제처럼 지내왔다"며 "홍걸씨에게 용돈으로 한번에 1천만~2천만원씩 몇 차례 용돈을 준 적도 있고 홍걸씨가 미국에서 집을 살 때 아내가 수만달러를 부쳐주고 차를 살 때도 1만달러를 도와줬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대가성 여부와 관련해서는 "나는 홍걸씨를 통해 어떤 청탁을 하거나 이득을 얻은 적이 없다"며 "단순히 돌봐준다는 차원에서 돈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는 오래 전부터 사업을 해와 수십억원의 재산이 있어 홍걸씨를 도와줄 처지가 된다"며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또 "98년 9월 청와대에 근무하던 중 외자유치와 관련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음해가 들어와 사직동팀(당시 경찰청 조사과)의 조사를 받을 때 홍걸씨가 대통령인 아버지를 찾아가 울면서 '진상을 철저히 가려달라'고 부탁했고 그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그러나 공동기자회견후 조선일보 기자와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는 98년부터 지난해까지 그가 홍걸씨에게 준 돈은 9억원에 달한다고 보다 구체적 물적 지원 제공 내역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벤처 투자자금으로 5억원을 홍걸씨에게 건넸고, 지난해 4월부터는 주택 구입자금, 차량구입비, 용돈 등으로 다시 1만달러씩 수십차례에 걸쳐 4억원을 줬다고 했다. 홍걸씨는 홍콩 벤처 주식 등에 5억원을 투자해 거의 모든 돈을 날렸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라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최씨는 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외에 내가 가진 재산만 1백억원"이라며 "9억원 정도를 의형제사이에 못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규선은 한때 DJ의 최측근이었다**

최씨 주장은 그가 대가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홍걸씨에게 거액의 재물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홍걸씨 본인이나 청와대는 야권의 호화주택 구입 의혹 등이 제기될 때마다 "외부 도움을 받은 일이 없다"고 강력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최씨 주장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9일 "최씨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최씨와는 경제적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다"는 김홍걸씨 주장을 전달했다. 종전의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측 분위기는 대단히 당혹스럽다는 게 한 관계자측 전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재물 제공을 밝힌 최규선씨는 한때 김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던 측근인사였기 때문이다.

문제의 최씨는 전남 나주 출생으로 미국 버클리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한때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스칼라피노 교수의 조교를 하기도 했다. 본인 주장에 따르면, 그는 버클리 대학 재학시절인 94년 남가주 대학에 유학중이던 김대통령 3남 김홍걸씨를 만나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인연을 바탕으로 최씨는 97년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국제담당 보좌역, 98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통령당선자 보좌역 등 김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활동했었다. 그는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 당선직후 일산 자택에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을 초청, 김당선자와 만나게 해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자복표 낙찰 대가로 주식과 10억원을 받았다"**

이처럼 김대통령 및 김홍걸씨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최씨가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씨와의 관계를 공개한 것은 최근 최씨 자신이 검찰 수사를 받게될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최규선씨의 비서이자 고향 후배인 천호영(37)씨가 경실련 사이트에 '최규선의 비리'라는 제목의 폭로문을 게재했다.

천씨는 이 글에서 "한국전자복권과 타이거풀스 간에 2002년 월드컵 복권 경합중에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를 뒷배경으로 타이거출스에 낙찰을 시켰다"며 "그 대가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배당받고 김홍걸씨 몫은 박X, 김XX, 유XX이라는 세 사람 앞으로 분배해 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 당시 르네상스 호텔에서 타이거풀스사장 송재빈씨로부터 10억짜리 수표를 건네받는 것을 그 당시 최규선의 운전기사 곽XX와 본인이 직접 목격하였다"고 덧붙였다.

천씨는 또 이 과정에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강원랜드와 타이거풀스간 유착 의혹, S건설의 구로구 개봉동 현대아파트 상가 분양권 낙찰 의혹, C병원 비리 무마 의혹, 현대증권의 AIG사 매각 중재 의혹 등 굵직굵직한 의혹을 함께 폭로했다. 천씨는 또 이 과정에 K모 전 정무부시장, 경찰청 특수수사대 C모 대장 등 고위관계자 이름도 실명으로 거명했다.

천씨 폭로가 있자 최씨는 즉각 반박문을 경실련 사이트에 올리며 천씨가 전과 11범이며 자신에게 6억원을 달라고 협박해 이미 경찰에 고소한 상태라는 등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비난을 제기했다. 천씨는 며칠 뒤인 지난달 31일 분당경찰서에 검거됐으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풀려나왔고, 이에 천씨는 8일 최규선씨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최씨는 또 8일 문제의 최규식씨와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A사의 손모회장간의 대화의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는 홍걸씨와의 금전거래 등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경찰청 C모대장 등의 이름도 언급되고 있다.

검찰은 천호영씨가 최씨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해 옴에 따라 곧 최씨를 소환, 구체적 비리 의혹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천호영씨의 폭로문에 언급된 고위층 인사들도 소환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의혹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홍걸씨 미국 호화주택 구입 의혹**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김홍걸씨도 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검찰 주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김홍걸씨가 현재 연루된 사안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최규선으로부터 9억원의 금품을 제공받았는가이다. 검찰은 특히 최씨가 "김홍걸씨가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할 당시 수만달러를 도와줬다"는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지난 몇년간 야당의 집요한 공격대상이었던 미국내 호화주택 구입 논란과 유관하기 때문이다.

김홍걸씨는 지난 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부 토런스시 스틸 애비뉴에 단독주택을 34만5천달러에 매입했다. 홍걸씨는 당시 계약금으로 8만달러를 내고 나머지는 주택저당 은행융자금 25만8천여달러로 충당했으며, 월 1천7백~1천8백달러를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당시 남가주대학 국제관계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어 수입이 없는 학생인 홍걸씨가 어떻게 이 집을 구입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러던 중 이번에 최규식씨가 이 집 구입 당시에 수만달러를 도와줬다는 진술을 함으로써 매입자금의 일부가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다른 하나의 사안은 천호영씨 폭로대로 김홍걸씨가 전자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에 개입, 타이거풀스(현재의 스포츠토토)에게 낙찰이 되도록 한 뒤 타이거풀스 주식을 받았는가라는 의혹이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홍걸씨는 명백한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는 게 검찰 주변의 판단이다.

김홍걸 의혹이 표면화됨에 따라 앞으로 정치권에는 한차례 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 수사 결과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동안 이를 극구부인해온 청와대는 도덕성에 치명적 손상이 예견되고, 그결과 레임덕(권력누수)이 극심해지면서 대선정국에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칼자루는 검찰에게 넘어갔다.

검찰은 이번에 분당경찰서가 검거한 천호영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분명히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이미 드러냈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보다 많은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명재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수사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요컨대 이른바 '이명재 변수'가 향후 정국의 최대변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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