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북 포항 포스코(POSCO.포항제철소) 제품부두 12번 선석 하역기 지상 35m 부근에서 인턴사원을 교육하던 중 홀로 떨어진 곳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생산기술부 제품출하직 노동자 김모(53)씨의 유족은, 8일 고인이 숨질 당시 입은 마지막 작업복 사진을 <평화뉴스>에 제공했다. 사진은 김씨의 동생인 김모(47)씨가 병원 영안실에 있던 고인의 모습을 본 뒤 이상하다고 여겨 찍은 것이다.
당시 고인의 작업복을 보면 하의는 무언가에 말려 들어간 듯 상단이 오른쪽으로 구겨진 채 찢어졌다. 허벅지 부근은 검은 기계 기름 때가 잔뜩 묻었다. 앞서 포스코가 사고 당일 유족에게 "심장마비"라며 사인(死因)을 '돌연사(突然死.갑작스러운 죽음)'로 통보한 것과 달리, 고인의 유류픔은 '사고사'나 '산재'를 의심케한다. 작업복이 사인을 알려줄 증거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부산과학수사연구소의 지난 3일 1차 부검결과(장기파열에 의한 과다출혈)에 이어 고인 작업복도 산재를 가리킨다는 게 유족 주장이다.
동생 김씨는 "옷이 다 끌려 들어갔고 복부엔 피멍과 긁힌 자극이 있었다"며 "무언가에 심하게 눌려 큰 자국이 났고 시퍼런 멍도 있다. 옷에 묻은 기름은 롤러 기름 자국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회사는 외상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형님 사체 옷을 보니 다 찢어져 있어서 더 이상 믿기 어렵게 됐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옷만 봐도 사고사나 산업재해가 확실해 보이는데 왜 심장마비로 돌연사했다고 한건지 모르겠다.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건지 두렵다. 포스코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또 사인을 놓고 말이 엇갈리는 사측뿐 아니라 초동수사를 벌인 포항남부경찰서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보였다. 동생 김씨는 "옷만 봐도 사고사로 보이는데 첫날 경찰은 돌연사라고 했고, 노동청 감독관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서 "부검결과가 나온 뒤에야 산재로 방향을 틀어 수사하는 모양인데 우리가 가만히 있었다면 조용히 묻으려고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유족 요청에 따라 이번 사건 진상규명을 돕는 금속노조포스코지회(지회장 한대정)도 작업복 흔적을 통해 '산재' 의혹에 힘을 실었다. 한대정 지회장은 "전형적인 기계 끼임 사고 흔적으로 보여 심장마비나 돌연사가 아닌 산재 사고사가 의심된다"며 "유족과 함께 끝까지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일주일째인 8일 현재 경찰·노동청은 산재에 초점을 맞춰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실 여부를 놓고 관계자를 불러 수사한다"고 했고, 노동청 관계자도 "산재 가능성에 대해 조사한다"고 했다.
반면 사측은 "하단부 눌림자국은 들것의 고정벨트에 의한 자국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동인권실현과 경영민주화를 위한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산재 사망 은폐한 포스코를 규탄한다"며 "최정우 회장은 진실을 밝히고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시북구 지역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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