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사측이 유족에게 사인(死因)을 "심장마비"라고 통보했으나 1차 부검결과 "장기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인이 뒤바뀐 탓이다. 유족은 사건 발생 엿새째 장례식을 미루고 진상규명 싸움에 들어갔다.
6일 포스코, 노조(금속노조포스코지회), 유족, 관계 당국의 말을 종합한 결과, 지난 2일 토요일 오후 5시 43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제품부두 12번 선석 하역기 지상 약 35m 부근에서 인턴사원 1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던 생산기술부 제품출하직 노동자 김모(53)씨가 혼자 쓰러진 채 발견됐다.인턴사원을 운전실에 남겨둔 채 연락이 두절돼 인턴이 현장에 갔더니 김모씨가 발견됐다는 게 사건 개요다.
인턴직원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뒤 정모 과장에게 알렸고 오후 5시 46분 포스코 사내 119가 사고 현장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후 오후 7시 5분 사외 119 구급차가 왔고 김모씨를 병원에 이송했지만 의사는 오후 7시 17분 김모씨에 대한 사망 판정을 내렸다. 포스코에서 일한 지 30여년만에 현장에서 숨진 것이다. 이후 오후 8시 40분 과학수사대가 도착해 현장 수사를 벌였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감독관도 현장 조사를 벌였다. 경찰과 노동청은 현재도 계속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유족인 딸 김모(29)씨는 "사고 당일 회사 관계자가 전화해 '아버지가 심장마비(심정지·심근경색 등으로도 표현)로 돌아가셨다'고 최초 통보했다"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또 "아버지가 외상도 딱히 없고 혼자 있다 돌아가셔서 그런줄로만 알았다"며 "부검도 주변에서 '해봤자 똑같다'는 식으로 말해서 처음에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소 심장 질환이 전혀 없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신 게 납득이 안돼 부검을 했다"면서 "그 결과 지난 3일 부검 집도의로부터 '직접 사인은 장간막·췌장 등 장기파열로 인한 과다출혈'이라는 1차 부검결과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 관계자는 '심폐소생술 상처일 수 있다'고 했지만 부검의는 '약1.8L(리터) 피를 쏟을 정도면 외부의 강한 충격이 의심된다'고 말해 심장마비라는 회사 말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뿐만 아니라 사측은 '당시 현장 기계가 오프(OFF.꺼짐)돼 있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는데, 최초 사고 목격자는 '기계를 조작했고 그 장소가 위험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사인을 고의로 은폐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유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슬픈데 자부심 넘치던 회사에서 진실을 감춘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며 "힘들어도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유족은 진상규명까지 장례식을 미루고 노조와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오는 8일 사측 관계자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설명 듣고, 다음 주에는 '산재 은폐 의혹 규탄,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열기로 했다. 금속노조포스코지회(지회장 한대정)는 이날 소식지를 내고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심정지로 덮으려고 한 포스코의 산재 은폐를 규탄한다"며 "반드시 진상규명하겠다"고 했다. 공형우 포스코지회 복지부장은 "포스코에서 앞서 발생한 여러 산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측은 항상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왔다"며 "이번 사고도 앞선 사례들을 봤을 때 진실을 외면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산재 은폐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유족과 함께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 회사는 관계 기관 조사에 협조해 빨리 상황을 수습하고 안정화 되길 바란다"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또 "조사가 진행 중이라 아직 산재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면서 "정확한 원인이 나오면 유족과 협의해 추후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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