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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세번 잘렸으니 이제 큰나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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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근태, 세번 잘렸으니 이제 큰나무 될 것"

팬클럽서 돼지저금통 전달받고 그가 울먹이던 날

춘천에서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던 24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내 의원동산에서는 4백여명의 지지자들이 노란 리본을 흔들며 한 정치인을 열렬히 맞이했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 등장한 정치인은 민주당 대선경선 과정에서 정치자금 양심고백을 한 후 최저득표라는 역풍을 만나 경선을 중간에 포기해야 했던 김근태 의원이었다.

경선포기후 일체의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았던 김 의원은 이날 그의 팬클럽 '희망'이 마련한 '힘내라 김근태 정정당당 대한민국'행사에 참석함으로써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김근태를 경선에서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는..."**

팬클럽 회원들이 후보 사퇴 후 칩거 중이던 김 의원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정대철, 장영달, 신기남, 김민석, 임종석 의원 등 정치인과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 시인 김초혜씨, 이해학 목사, 가수 장사익씨, 만화가 이희재씨 등 다양한 인사가 참석해 김근태 의원이 만들 '희망의 봄'과 한국정치에 대한 '경고의 옐로우카드'를 의미하는 노란 리본을 함께 흔들어 눈길을 끌었다.

팬클럽들의 자발적인 준비로 꾸며진 이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맡은 신기남의원은 "김근태를 경선에서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는 김근태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조정래씨는 "내 일이 바빠 김근태를 돕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왔다"고 말하고 "정치(가) 하면 양심도 도덕도 없는 형편없는 것이라는 혐오가 군사정권 이후 문민이나 국민의 정부에서도 계속 커왔으나 양심과 도덕을 지키다 산화하여 우리 정치에 희망과 자정능력을 보인 김 의원이야말로 희망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김의원, 돼지저금통 전달받고 울먹**

팬클럽이 마련해준 노란 자켓을 입고 참석한 김의원은 감개무량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역풍에 부닥쳐 뒤로 물러서야 함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에 힘이 되기 위해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이 광주에서 지역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보였다. 국민경선제가 성공해서 정치권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딛고 깨끗한 정치가 시작되도록 지켜주고 함께 하겠다."

김 의원의 연설이 끝난 후 앞으로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이뤄지길 바라는 회원들의 마음을 담은 돼지저금통이 전달됐다. 김 의원은 돼지저금통을 품에 꼭 안은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지지자들도 여기저기서 눈시울을 붉혔다.

팬클럽 관계자들은 "앞으로 김 의원이 정치자금에 관련되지 않도록 4월부터 1만명이 한달에 1만원씩 후원금을 내는 '만인클럽'을 조직하여 2007년에는 '깨끗한 대통령'을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이해학 목사는 "오동나무가 크게 자라기 위해서는 세 번은 잘라줘야 하는데 김 의원은 학생시정 제적이라는 시련과 87년의 그 끔찍한 고문을 겪었고 이제 경선포기로 스스로 세 번째 시련을 겪었으니 한(큰)나무가 되는 것만 남았다"고 덕담을 했다.

***"대중정치가로서 다시 태어나라"**

이날 행사장에 온 지지자들 중에는 "대중정치가로서 김근태는 아직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강미혜씨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강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김 의원은 일반대중에게 인지도마저 낮아 아쉽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이며"앞으로 김 의원은 대중에 다가가는 많은 행사에 참가해 모습을 보일 계획이며 오늘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아태재단을 벤치마킹한 한반도재단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첫 대권도전에서 좌절했다. 그러나 '좌절'후 김 의원은 도리어 '부활'했다. 사즉생(死卽生)이다.

이번 행사후 정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김 의원이 제2의 '노사모'를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촌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의원측은 "자발적인 지지자들의 순수한 모임으로 봐 달라"고 언급하면서도 "만인클럽이 성공하면 정말 강한 조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희망'의 한 관계자도 "노사모와는 달리 '희망'은 김근태 의원이 깨끗한 정치혁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매달 1억원을 모아주는 실천적 후원조직이 될 것"이라며 그 어떤 정치적 해석도 배격했다.

공식행사가 끝난 직후 <프레시안>은 김의원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김 의원은 자신의 정치자금 공개후 여타 민주당 경선후보들이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언젠가 우리 정치가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김근태 의원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대선후보 경선을 관철시킨 당사자로서, 민주당을 회생시키고 한나라당도 국민경선을 도입하게 한 소감은?

김근태: 혼자의 힘이 아니고 여러 사람의 노력이 이룬 결과다. 97년 내가 처음 주장할 때 대부분 소 닭 보듯 했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그래야 하지만 이번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국민경선이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랬다. 도입하는 데 노력하고서 지금은 비껴서 있는 것이 가슴 아프다.

프레시안: 현재 경선과정의 부작용이나 음모론에 대해서는?

김근태: 국민경선은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한다. 조직, 돈 선거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복권식으로 당첨되는 국민선거인단도 뭔가 보완은 필요하다고 본다. (김 의원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음모론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프레시안: 경선과정에서 느낀 아쉬움은 없었는지?

김근태: 섭섭한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나의) 현재 고민은 투명한 정치를 해야 도약이 가능한데 (양심고백에 대한) 동의나 참여가 기대만큼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 정치가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뜻에는 다 지지를 보내면서도 대부분 머뭇거렸다. 그런 만큼 이제 정치가의 자기희생이나 고통을 감수한 헌신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유흥수 의원(한나라당)의 진심어린 지지는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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