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28일(현지시간)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3개국 순방에서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자신의 입장을 거듭 확인하자 일본과 한국은 북한의 심기를 다독거리느라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 발언으로 한반도에 긴장 고조"**
IHT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을 비난하면서 북한정권을 '악'으로 계속 규정함으로써 평양과의 회담은 물건너간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에 대해 "착한 심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는데,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인신공격적 발언은 심각한 모욕이라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은 부시의 발언에 분노하면서 "부시야말로 테러의 축'이라며 그의 3개국 순방을 "전쟁놀이"라고 비난했다.
일본과 한국은 부시가 북한과의 회담을 거듭 제안하는 것으로 보아서 말이 험악할 뿐이지 부시행정부가 북한을 그렇게 적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IHT는 김대중 대통령이 25일 "부시 대통령의 발언들이 한반도에 상당한 정도로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솔직하게 시인했으며,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우리는 지금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북한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으로 매우 큰 위협을 느꼈음에 틀림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대중 대통령 '전쟁 가능성' 경고**
김 대통령은 25일 '국민의 정부' 출범 4주년을 맞아 각계 인사 2백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전쟁은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서로 극단적으로 배척하다 보면 터질 수 있다"면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북한은 굉장한 위협을 느끼고 있었으며 우리 국민 사이에서도 전쟁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지난 94년 핵 문제 때에도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었으며 그 때 전쟁을 했더라면 수십만명이 생명을 잃을 뻔했다는 내부자료가 있다"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지금은 그 때보다 더 나쁘며 50년간의 성과가 크게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IHT도 "북한의 반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북한 외교장관으로부터도 나왔다는데 무게가 실린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반발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어 일본과 한국 정부가 당황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북한의 관영매체들의 보도 내용의 변화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우리는 우리의 정치체제를 변경시켜보려 침공의 구실만을 찾고 있는 부시 패거리와는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제도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자들과의 대화는 필요없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또 부시 대통령이 방한기간 중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 "우리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조·미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어 우리를 더욱 고립시켜보려는 어리석은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외교장관은 "남북한 조선 인민의 민족적 감정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은 22일 평양방송이 "남북한간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교류 협력이 확대돼야 한다"면서 남북 최고위급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크게 다른 것이다.
"평양방송의 보도내용은 남측과는 관계개선에 나설 뜻을 시사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이 없다는 점은 남북대화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는 것이 당시 정부관계자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24일 부시 대통령의 남한 방문과 관련해 남한 당국을 처음으로 비난했다.
평양방송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남조선 당국은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수많은 경찰과 군대를 비상사태하에 두고 살벌한 폭압바람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경찰청은 전문 폭압훈련을 받은 259개 경찰특수부대를 고도의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가게 했으며 대중 집합장소들과 무기고 및 탄약고,미군기지 등 4675개 주요 대상경비와 인민들의 반미시위 봉쇄에 내몰아 서울을 비롯한 남조선 전지역은 어마어마한 공포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햇볕정책'의 성과를 무위로 돌리는 '한반도 위기설'이 한갓 호사가의 억측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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