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최대 부수의 일간지 USA투데이는 19일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동맹국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이같은 정책노선은 미국에 대항하는 다면전(多面戰)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외교적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악의 축' 발언에 관한 토론란의 '우리의 견해'에서 이 발언 이후 "초기 전투는 그리 잘 되어 가고 있지 않다"면서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북한ㆍ이란ㆍ이라크를 한묶음으로 묶어 적대시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들 세 나라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대처를 해야 하며 지금과 같은 고압적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음 주요 기사 내용.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에 대항하는 말의 전쟁을 시작한지 3주가 흐르면서, 초기 전투는 그리 잘 되어 가고 있지 않다.
오늘 부시 대통령이 방문하는 오랜 우방 한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그의 언급이 반미 가두시위와 국회 내의 난투극을 촉발시켰다. 심지어 친미적인 정부 관리들도 북한 정권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공격은 은둔하고 있는 변덕쟁이 북한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다소 성공적인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란에서는, 부시의 적대감이 격렬한 반발을 초래하여 온건화를 향한 이란의 방향선회가 적어도 당분간은 역전된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발언을 이용하고 있는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은 여론을 재빨리 돌려놓아서 지난 주 수십만의 이란인들이 23년전 이란 혁명을 상기시키는 반미 시위에 모여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온건화를 무난히 이끌어 온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은 지금 수세에 몰려 있다고 한다.
이라크에서는, 사담 후세인에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캐나다와 러시아 같은 여러 걸프전 동맹국들이 후세인 축출을 위한 새로운 전쟁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그러한 공격을 대테러전의 적절한 부분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미군지휘관들이 사령부를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고 체니 부통령이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3월 중동 지역에 대한 방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동맹국들이 공격 전개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졌음을 통보받았다고 말하는 때에 즈음하여 나오고 있다.
현 행정부는 이러한 반응을 미국의 대외 정책에 있어서 그간 위험할 정도로 결여되어 왔던 기개와 일관성을 불어넣기 위해 치러야 할 불가피한 대가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악의 축' 발언은 수차 반복하건대, 실수를 시사하기 시작하고 있다. 즉, 동맹을 멀어지게 하고 좀더 부드럽게 다룰 수 있는 문제를 자극시키는 극도로 단순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부시의 서술 방식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추축국들과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 '악의 제국'이라고 적절히 이름 붙였던 냉전 시대의 러시아와 같은 과거 미국의 최대 적대국들의 이미지를 모방한 것이다. 극히 단순한 의미에서 보면, 이는 오늘날의 적을 분쇄하기 위해 그 만큼의 결의가 필요할 것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법이라는 것은 현실과 부합할 때만 생산적인 것이다. 이번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다.
이란, 이라크, 북한은 모두 추축국이나 제국이 아니다. 사실, 이란과 이라크는 오랜 적대국이기는 하나 이들과 거의 십 년간 경계를 이룬 유혈전을 치르지는 않았다. 대신에, 이들 세 나라는 확고하고도 개별적인 취급을 요하는 작지만 위험스러운 나라들이다.
이란에서 해야 할 일은 장기적인 것이다. 즉, 테러리스트에 대한 후원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면서, 선거를 통해 만들어진 이란 정부를 통치하고 있는 온건파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적으로 선언하는 순간 그는 정반대의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즉, 궁극적인 권력을 보유하고 있는 극단주의 회교 성직자들에게 정치적 연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다른 식으로 분류된다. 북한은 여전히 남한을 위협하고 있고, 아무에게나 무기를 판매하고 있으며, 언젠가 미국을 강타할 수도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지역적 위협은 반세기 동안 억제되어 왔고, 북한은 몰락 직전의 소련보다 훨씬 더 심한 파산 상태에 있으며, 심지어 비판론자들까지도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과 관련된 자신의 약속을 아직까지는 지켜온 것 같다고 시인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열전(熱戰)의 태세가 아닌 냉전(冷戰)의 결의가 필요한 것이다.
이라크는 세 나라 중 가장 위험스럽다.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여전히 국제 감시단을 사찰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느 시점에서는 무력 간섭이 요구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어떻게 적정한 비용 하에 그것을 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는 없다.
9.11 사태 이전에 현 행정부를 비롯한 역대 행정부들은 미 구축함 콜호, 호바르 미 공군 숙소, 아프리카 주재 두 개의 미국대사관 등에 대한 폭파테러 사건 후 혼합된 메시지에서 드러난 위협에 대해서 너무 모호하게 대응했었다. 이러한 대응 방식은 종식되어야 하지만, 고압적인 방법으로 대체되어서는 안된다.
개별적인 상황에 맞춰져 있으면서도 단호한 행동으로 뒷받침되는 명확히 표명된 정책들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메시지를 정제시키고 자신의 정책의 빈칸을 채운다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 행정부는 이로부터 동떨어진 의심스런 출발을 하고 있다.
이란, 이라크, 북한을 동일한 한 덩어리의 축으로 취급하는 것은 다면전(多面戰)으로의 유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실패에 이르는 공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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