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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역사상 가장 환영받지 못한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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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역사상 가장 환영받지 못한 방한

환영 플래카드나 성조기 찾아보기 힘들어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21일 한국을 떠난 조지 W. 부시대통령의 방한은 역대 미국대통령의 방한 가운데 가장 '환영'받지 못한 방한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아니였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국내에서 부시를 받는 분위기는 썰렁하다 못해 냉랭할 정도였다.

***성조기와 플래카드 게양 금지**

부시의 방한 기간중 서울 거리에서는 대단히 이례적으로 미국 성조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거 미국대통령이 방한할 때에는 길거리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내걸었었다. 이는 미국대통령이 올 때뿐 아니라 아프리카 같은 무명국가의 대통령이 올 때도 빠짐없이 행했던 환영 레파토리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서울시청이나 일부 관공서 건물을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목격할 수 없었다. 성조기를 길거리에 내걸 경우 부시 방한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이를 손상시킬 위험이 크다는 정부 판단에 따라 이를 게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었든간에, 부시대통령은 한국을 찾은 역대 미국대통령은 물론 전세계 수뇌부들 가운데 가장 초라한 대접을 받은 셈이 됐다.

성조기뿐 아니다. 그 흔한 환영 플래카드조차 목격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미 통령이 방한할 경우 서울시내 주요건물과 관공서에는 이를 환영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리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디서도 그런 플래카드를 목격할 수 없었다.

기업들 입장에서 볼 때, 여론조사 결과 전국민의 70%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을 성토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국민감정에 반하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도박을 할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숙소 근처, 철통 방어**

워낙 반(反)부시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당연히 길거리 환영인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에는 미대통령 방한때 양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환영인파가 동원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내의 반부시 분위기가 워낙 강하다보니 가두행렬 등 일체의 공개행사가 마련되지 않았다. 기껏 한 것이 철통같은 보안 속에 청와대 구내에서 어린이들이 동원된 환영행사뿐이었다.

부시가 머문 미국대사관 관저 주위분위기도 살벌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미대통령의 숙소마저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보안상 이유'에서였다. 부시 대통령이 머물렀던 숙소는 서울 덕수궁 뒤편에 있는 미국대사관저였다.

이곳으로 통하는 길은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기 이전부터 개미 한마리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철통같이 봉쇄됐고, 21일 아침 일찌기 부시 대통령이 오산기지로 이동한 후에야 비로소 봉쇄가 해제됐다.

***미 대사관, 여론조사 결과에 큰 충격**

이같이 부시 대통령 방한이 유례없이 썰렁한 부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유중 하나는 미 대사관이 공개행사를 할 경우 보안에 자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 대사관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한국민 70%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는 여론조사에 내심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방한에 앞서 강남 코엑스의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사무실이 점거되는가 하면, 여의도의 보잉사 간판에 반미 플래카드가 걸리는 등 시위강도가 남다른 대목에 크게 긴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방한기간중 일정을 보안 중심으로 짰고, 그 결과 역대대통령 방한과 비교할 때 가장 초라한 방한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부시는 방한에 앞서 일본에서는 메이지신궁에 고이즈미총리와 함께 참배해 일반인들과 만났는가 하면 국회연설을 했고, 중국 방문기간중에는 내년초 중국주석이 되는 후진타오 부총리와 함께 후진타오의 모교인 칭화대를 방문하기로 하는 등 공개행사 일정을 마련한 상태다.

과연 부시가 이처럼 차별적인 한국에서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향후 주목할 대목이다.

부시가 한국민들의 생각을 정확히 읽는 기회가 됐으면 더없이 바람직하겠으나, 20일 휴전선에 가서 부시가 "북한은 악으로 불릴 만하다"는 발언을 하는 등 여전히 종전의 인식체계를 드러낸 대목을 본다면 그 어떤 희망적 기대를 갖기란 힘들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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