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13일 법안심사소위에 이어 밤샘 협상 끝에 14일 새벽 전체회의를 열어 ICL 도입을 위한 특별법과 등록금 상한제 시행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여야는 이날 통과한 법안들을 법사위원회에서 의결한 뒤, 오는 18일 이들 법안만을 처리하는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최종 통과시킬 예정이다.
▲ "수고하셨습니다!" 오랜 공방 끝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교과위 회의를 통과한 직후, 여야 의원들이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등록금 상한제' 어떻게 되나
이날 처리된 법안을 보면, 먼저 ICL 도입의 최대 쟁점이었던 '등록금 상한제'가 오랜 공방 끝에 합의됐다.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대학 등록금 인상의 규제 장치인 등록금 상한제를 ICL 시행의 전제 조건으로 주장해 왔지만, 사립대에 규제 장치를 둘 수 없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로 평행선을 걸어왔다.
이번에 교과위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위해 각 대학이 교직원·학생·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사실상 등록금 액수를 상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 등록금 심의위원회는 올해부터 공시되는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 근거와 평균 가계 소득,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계획, 등록금 의존율 등을 참작하여 적정 등록금을 책정하게 된다.
또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을 제한하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도 마련됐다. 여야는 등록금 인상률이 최근 3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으면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해당 대학에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했다. 평균 물가상승률이 3퍼센트라고 가정하면, 대학들은 4.5퍼센트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애초 민주당은 물가상승률의 1.2배, 한나라당은 1.5배를 제안했었다.
이 조치로 한 때 10퍼센트 넘게 등록금을 인상했던 대학들의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하게 돼 학생·학부모의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률 평균이 5퍼센트 정도임을 감안할 때, 그다지 큰 제재 장치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교과위는 이 제도로 인한 대학의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향후 10년 동안 대학에 대한 기본지원계획을 수립해 2년마다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폐지된 저소득층 무상 장학금 복원
현행 학자금 대출제와 비교했을 때, ICL은 재학 중 이자 부담이 없고, 취업 후 일정 소득이 발생할 때부터 갚게 되므로 대학생들은 비교적 대출금 부담을 덜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원안에는 소득이 생기면 월급에서 상환액이 원천 징수되고 졸업 후 3년이 지나도 갚지 않으면 소득 조사를 거쳐 강제 징수에 들어가는 등, 상환 기준이 엄격해 오히려 '빚쟁이'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나왔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교과위는 몇 가지 보완 조치를 포함시켰다. 우선 평생 융자금 상환 의무를 지게 한 정부안과 달리, 65살 이상으로 국민연금 외에 다른 소득이 없는 경우 상환 의무를 면제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또 이날 처리된 ICL 특별법은 애초 정부안에서 폐지됐던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 대한 무상장학금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정부가 매년 1000억 원을 출연해 저소득층 성적 우수자에 대한 장학금으로 쓰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 대학생 5만여 명은 종전대로 매년 450만 원 씩 무상장학금을 받게 된다. 정부 원안과 달리,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장학금 혜택이 늘어난 것도 성과로 꼽힌다.
▲ 밤샘 협상으로 이어진 교과위 회의에서 이종걸 위원장이 마침내 ICL 관련법 의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이자율 5.8%로 높아…장학재단 국채 발행은 정부안대로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이 강력하게 개선을 요구한 융자금 이자율은 정부의 원안대로 복리 5.8퍼센트 수준으로 결정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금리 수준인 3퍼센트 대로 이자율을 낮추고, 복리가 아닌 단리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5.8퍼센트의 이자율은 정부의 시뮬레이션으로도 3000만 원을 빌렸을 때, 나중에 9000만 원을 갚게 되는 결과를 낳아 이자에 대한 대학생의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ICL 시행을 위한 대출 재원은 한국장학재단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국채 발행으로 학자금 대출 재원을 마련해 대출 금리를 낮추고, 한국장학재단의 대출 금리와 국채 금리의 차액을 국가 예산을 보전하자는 야당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 등록금 1000만 원 시대. 대학생들은 ICL 도입으로 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을까. 논란 끝에 상임위를 통과한 ICL 관련 법은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등록금 인상률과 고금리의 이자는 한계로 꼽힌다. ⓒ프레시안 |
이종걸 위원장 "등록금 상한제 의미…5.8% 이자율은 아쉬워"
교과위 이종걸 위원장(민주당)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행히 저소득층 장학금이 복원되고 등록금 상한제도 합의됐지만, 이자율에 관련한 부분은 미흡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먼저 물가상승률의 1.5배로 결정된 등록금 인상률 상한에 대해 "원래 민주당이 주장했던 것은 물가상승률 범위 안에서 인상을 막는 것이었으나, 여당 의원의 반대로 1.5배로 양보했다"며 "(1.5배 제한으로는) 실제 상승률 제한의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대신 등록금 심사위원회가 구성돼 등록금 금액 상한제의 원칙이 규정된 만큼,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1.5배는 다 채우지 못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5.8퍼센트의 이자율에 대해서도 "장학채로 하지 말고 국채로 발행하면 이자율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국민 여러분께서 (이 제도를) 기다리고 계시고 한나라당도 국채 발행은 국가 채무의 지수관리상 절대로 할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양보했다"며 "저희도 크게 손을 못보고 시행을 하게 됐다.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야 합의로 ICL 법안이 본회의 처리 수순을 밟게 됨에 따라, 교과부는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15일부터 대출 신청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학 신입생은 15일부터 28일까지, 재학생은 29일부터 4월 18일까지 대출 신청 및 서류 접수를 마쳐야 한다. 신입생은 대출을 받으려면 무조건 ICL을 이용해야 하지만, 재학생은 기존의 학자금 대출제와 ICL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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