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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안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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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안 부결

대의원대회에서 경노사위 참여안 무산...김명환 "새로운 사업계획 내겠다"

10시간 넘는 릴레이 토론 끝에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석 결정이 또다시 무산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여와 결합된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서 중앙위원회에 제출하겠다"며 사실상 경사노위 참여안을 폐기했다. 이로써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20년 만에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려던 민주노총의 노력도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28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 홀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주요 안건으로 하는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전체 대의원 1273명 가운데 과반인 977명(76.7%)이 참석했다.

이날 경사노위 참가 관련, 발의된 안건은 총 4건이었다. 김명환 지도부에서 발의한 원안인 '경사노위 참여'안을 비롯해 '불참'안, '조건부 참여'안, '참여 후 조건부 탈퇴' 안 등 수정안 3개 등이다. 하지만 제출된 3개 수정안은 전부 부결됐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원안과 다른 수정안이 제시되면 원안과 가장 내용이 다른 안부터 표결에 부친다. 그리고 그 순서대로 가장 먼저 과반수 찬성 가결된 안을 채택하는 방식이다. 이날 표결은 원안과 가장 거리가 먼 ‘불참'안 - '조건부 참여'안 - '참여 후 조건부 탈퇴'안 순으로 진행됐다.

▲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에 반대하는 수정안에 대해 표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정안 세 가지 모두 부결

가장 먼저 표결에 들어간 김현옥 대의원 등이 발의한 경사노위 ‘불참' 수정안은 저녁 9시께 표결에 들어갔다. 경사노위를 불참하고 최저임금 개정 철회와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등을 위해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수정안은 배석 958명 중 331명이 찬성해 부결됐다.

이어 표결이 진행된 황우찬 금속노조 사무처장 등이 발의한 경사노위 ‘조건부 참여'안도 재석 936명 중 찬성 362명으로 부결됐다. 황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려면 노정간의 최소한의 신뢰조치가 필요하다"며 △탄력근로시간제 개악 철회 △최저임금제도 개악 철회 △노조법 개악 철회 및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노정교섭 정례화 등을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8개 산별노조 대표자들이 제시한 '참여 후 조건부 탈퇴안'도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이 안은 경사노위에 우선 참여한 후,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할 경우, 경사노위를 즉시 탈퇴하고 총파업 투쟁에 돌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재석 911명 중 402명 찬성으로 부결됐다.

사실상 폐기된 경노사위 참여안

마지막 수정안조차도 부결되자 김명환 위원장이 수습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집행부 원안 표결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더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며 경사노위 참여 원안을 포기했다.

마지막 수정안은 사실상 민주노총 집행부에서 통과되길 기대했던 안이었다. 김 위원장은 산별노조 대표들이 제시한 '참여 후 조건부 탈퇴'안을 표결하는 과정에서 "산별노조 대표들이 제출한 안에 대해 결정해 준다면 저는 더 이상 경산노위 참여 원안과 관련해서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안도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현장 대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명환 위원장은 "질서 있는 토론 과정에서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대의원의 의지는 확인했으나 아쉽게도 결정하지 못했다"라며 "이 같은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기업 편향적인 정책 행보에 따른 현장의 분노인 이상, 이후 새로운 사업계획 수립으로 반영해가겠다"고 밝히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 경사노위 참여를 전제하지 않는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 이후 방안 등을 재구성해 제출키로 했다. 경사노위 참여안은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투쟁' 선택한 민주노총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안 부결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참여해봤자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민주노총 안팎에서 제기됐었다.

그간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확대, 그리고 최저임금위원회 개편까지 이어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발해왔다.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으나, 현장 조합원들의 그간 쌓인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부 반발에도 김명환 지도부는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돌파해야 한다며 경노사위 참여를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대화만이 아닌 투쟁도 함께 진행한다며 "총력투쟁을 포함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펴내고, 이른바 승자독식으로 경도되려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그대로 지켜보는 게 아니라 적극 개입하고 치열하게 투쟁과 교섭을 함께 하면서 한국 사회를 대개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대의원대회로 민주노총은 '대화' 대신 '투쟁'을 선택하게 됐다. 민주노총은 올해 2월, 노동기본권, 사회안전망 쟁취 등을 기조로 2월-4월 총파업 총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6월과 7월에는 비정규직철폐 및 사회공공성, 사회안전망, 노동소득 확대 등을 위한 총파업 투쟁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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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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