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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의 저주', 그 불안한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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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의 저주', 그 불안한 징후들

[최창렬 칼럼] 서영교‧손혜원 의혹에 민주당은 무얼 했나?

지난 연말과 연초에 제기된 여권 발 일련의 사태들은 당혹과 우려를 동시에 낳게 한다. 김태우, 신재민의 폭로 의혹의 여진과 손금주, 이용호 의원의 입당 불허, 손혜원 의원의 목포 문화재 투기 의혹 및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이 그것이다.

국회의원의 입당과 탈당, 복당 등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정치에서 의원들의 당적 변경은 개인의 정치적 입지만을 노리는 정치적 이기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 전후에 나타나는 정당의 이합집산 또한 마찬가지다. 긍정적 관점에서는 연합정치와 정치적 연대로 표현할 수 있겠고, 부정적인 측면은 총선의 민의가 왜곡된다는 점이다. 어차피 권력 현상이 정치를 움직이는 동인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면 보기에 따라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나 개혁입법의 실종이라는 정치 부재의 상황에서 입당 불허 이유로 내세운 '인위적 정계개편과 이합집산은 없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두 명의 입당이 국회법상의 의결 정족수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친다는 논리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외연 확장과 협치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인다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비판했기 때문에 정치적 지향이 다르다는 논리도 옹색하긴 마찬가지다. 내년 총선 때 두 의원의 출신 지역구의 공천을 둘러싼 당내 계파의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추론이다.

노선과 정책에서 차별성이 거의 없는 인사들의 입당을 불허한다면 보수와 진보라는 분명한 구획선이 있는 보수야당과의 협치는 물론이고 진보야당과의 연대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두 의원의 입당 여부의 논점은 다른 계파 인사에 대한 포용의 부재다. 특정 계파가 집권세력의 핵심 기득집단이라는 사실이 확대 재생산된다면 권력은 강해지기커녕 취약성을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포용과 개방에서 동력을 찾고 상생과 가능성을 창출해 나갈 수 있다. 혹시 존재할 수 있는 특정 이너 서클의 폐쇄성과 배타성은 정치부재와 실종을 부채질할 수 있다. 가뜩이나 사회경제적 균열을 정책의제로 조직화내지 못하는 한국정치의 취약성에 비추어 볼 때 집권 측 지도부의 선 굵은 정치가 아쉽다.

손혜원, 서영교 의원의 사안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진상이 어떻게 밝혀질지 예단할 수 없지만 이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서 의원의 경우 재판청탁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 부정청탁법 발효 전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인식은 민심을 외면하는 처사다.

물론 서 의원 관련 사안을 애써 외면하고, 손 의원 비난에 집중하는 자유한국당의 속내가 뻔히 읽히지만, 국회의원이 사법부의 판사를 호출해서 재판에 관련된 사안을 언급한다는 자체가 삼권분립 훼손이며 권한 남용에 해당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정법상의 유무죄 여부는 별개의 문제며, 정치적 사안을 모두 사법적으로 재단하려는 정치의 사법화는 더 큰 문제다. 사법농단의 단죄라는 적폐청산의 동력을 살려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손 의원의 경우 처음에 언론에 보도될 때 보다 투기 의혹은 수그러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투기 여부와 각종 법률 쟁점들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민주당에게서 손 의원 탈당 이전에 이해 충돌 금지 원칙 등 여러 쟁점들을 면밀히 따져보는 신중함은 찾기 어려웠다.

여론과 민심의 소재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집권 3년차에는 측근 비리, 권력 게이트, 권력 내부의 폭로와 분화 등 휘발성 강한 이슈들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슈가 제기될 때 이에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 레임덕 여부가 갈린다.

여론과 국민의 보편적 상식의 기준에서 대처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집권 엘리트의 기득권을 포기할 때 가능하다.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권이 여타의 정권들과 같은 정치패러다임에 갇히고 퇴행적 정치문화에 안주한다면 정체성 상실에서 오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집권 3년차의 위기다. 오죽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증후군을 '저주'로 표현했겠는가.

정치제도 개혁에도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집권여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정치개혁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설 때 집권 3년차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다.

연동형 비례제의 도입이 극우세력의 출현을 가능케 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극우세력의 주장이 정치영역에서 대표되는 게 이상할 게 없다. 그런 세력은 다음 선거에서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민주주의다. 경제적 위기와 양극화 해소,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개혁을 위해 정치제도의 개혁에 적극 나설 때 집권 3년차 징후들에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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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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