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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초비상

공적 자금 부실화 책임 표적될 수도

김용채 자민련 부총재의 구속은 그가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최측근이라는 ‘정치적 문맥’외에 그가 공적자금 부실화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경제적 문맥’에서도 앞으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김부총재가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 유관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자민련의 도덕성에 치명적 손상이 가해지는 것은 물론, 다른 경제 유관기관에 나가있는 상당수의 자민련 인사들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경제계에는 이와 관련한 각종 정경유착설이 나돌고 있으며 일부 유관기관의 경우 벌써부터 몸조심을 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김용채 스캔들’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대해 정ㆍ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용채, 공적자금 2백억원 부실화**

인천지법 제3 형사부 권동주판사는 1일 오후 김부총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부총재는 김종필총리 비서실장(차관급)이던 지난 99년 10월부터 11월말 사이에 집무실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복사지 상자 등에 넣은 현금 2억1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뢰)를 받고 있다.

김부총재에게 뇌물을 준 이는 인천 남동공단 S금속의 전사장 최상징씨로, 그는 공적자금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인천지검 특수부의 수사망에 걸려 조사를 받던 중 김부총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실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김부총재에게 뇌물을 건네며 부실어음 97억원을 당시 성업공사(현재의 자산관리공사)에서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1천만원을 전달했다. 또한 98년말 S금속에 대한 전 대한보증보험(현재의 서울보증보험)의 어음발행 한도액을 늘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부총재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JP(김종필)를 비롯한 자민련 캠프는 회복하기 힘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휘말려들 전망이다.
김부총재가 부실기업에 대한 어음할인 및 어음발행 한도액 증액을 압박한 성업공사와 대한보증보험은 다름아닌 공적자금 유관기관이기 때문이다.
성업공사는 현 자산관리공사의 전신으로, IMF사태 발발후 무더기 도산한 부실기업들의 자산관리 및 자산처분을 전담하는 중차대한 부서이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구조조정의 본산이라면, 자산관리공사는 기업구조조정을 책임맡고 있는 총본산이다.
또한 대한보증보험은 현 서울보증보험의 전신으로, 보증을 서준 기업들이 연쇄도산하면서 자본이 완전잠식될 정도로 부실화하자 98년 11월 한국보증보험과 합병해 오늘날의 서울보증보험이 됐다. 이 과정에 정부는 10조2천5백억원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이처럼 공적자금 관리의 센터격인 성업공사와 대한보증보험에 김부총재가 부당한 압박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곧 S금속에 부당하게 대출해준 근 2백억원대 공적자금이 공중으로 사라지게 됐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2억원대의 뇌물을 받고 그 대신 받은 뇌물액수의 1백배에 가까운 2백억원을 국민이 떠맡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부총재는 총재 비서실장 재직시(99.5~2000.1) 이처럼 공적자금 부실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공로를 인정(?)받은 탓인지, 그후 한국토지공사 사장(2000.1~2001.8), 건설교통부장관(2001.8~2001.9)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건교부장관이 된 직후 DJP공조가 깨지자 한달만에 장관직을 내버리고 자민련 캠프에 합류, 자민련 인사들로부터 “역시 김용채”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김부총재는 그후 JP의 한층 두터운 신임을 얻어 “JP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JP대선기획단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이번에 쇠고랑을 차게 됐다.

***자민련 낙하산인사 1백명 초긴장**

김용채 구속으로 자민련은 도덕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됐다. 다른 때 같으면 ‘정치 탄압’ 운운했을 자민련이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김용채 스캔들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파만파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DJP 공조로 현정부 들어 경제부처 산하기관의 상당부분을 자민련 인맥이 차지하고 있었던만큼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DJP공조후 경제관련 산하기관에 1백여명의 자민련 인사들이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번 김용채 부총재 구속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가 공적자금 부실화를 조사하던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이다”며 “제2, 제3의 김용채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적자금 부실화에 대한 국민의 비판여론이 드높자 재경부, 예금보험공사, 대검 중수부,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유관부처는 부실채무기업 특별조사반을 만들어 공적자금 부실화 여부를 전방위로 조사중”이라며 “수사가 진행될수록 비슷한 사례가 많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벌써부터 적잖은 경제부처 산하기관에서는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런 대표적 예가 모신용보증기금이다. 이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그동안 신용보증업무 과정에 자민련 고위인사의 입김이 깊게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하며, 그 여파인지 최근 들어 이 기관은 신용보증 업무를 극구 기피하고 있다.
과연 김용채 스캔들이 일회성 사건으로 끝날지, 아니면 그동안 세간의 의혹을 받아온 공적자금 부실화의 진상을 파헤치는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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