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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P 복원 조짐, 官街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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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P 복원 조짐, 官街 긴장

자민련 몫 1백개 자리에 큰 관심

임기말 개각의 공통점은 외부인사들이 입각을 꺼린다는 사실이다. “막차를 타서 뭐 하겠느냐”는 식이다. 입각해 개혁을 하고 싶어하는 인사들도 그렇고, 자리 욕심이 적잖은 명망가들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꾹 참고 있다가 새 정권에 들어가겠다는 게 지배적 생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임기말 개각은 ‘내부인사’들의 잔치가 되곤 했다. 특히 관료들의 승진 잔치판이 되곤 했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에서까지 물러날 정도로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심하다 보니, 그 정도가 한결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각 후보자 선정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중립 내각 차원에서 외부에서 사람을 찾으려 해도 마땅한 적격자를 찾을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일각에서 교체 요구가 큰 경제부처의 경우 사람찾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이번 개각은 관료들의 승진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관부터는 '정치적 빽'이 승진 여부 결정**

관료들은 생태학적으로 승진에 대단히 민감한 존재다. “단 하루를 하더라도 장관을 해봐야 한다”는 게 대다수 관료들의 굳은 생각이자 일생 목표다.
그러나 장관이 되는 것은 실력만으로 안된다. 이른바 ‘관운(官運)’이라는 게 따라야만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관료들의 생각이다.
관료들이 말하는 ‘관운’이란 사주풀이식의 운명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관운은 ‘정치적 운’과 ‘정치적 빽’을 의미한다.

재정경제부의 한 국장의 이야기다.
“예전에 한 기업인이 한 30억원까지는 자신의 실력과 노력으로 돈을 벌 수 있었으나, 그 이상 돈을 벌려하니 정치권이나 관청 등 여러 곳에 연줄이 없으니 안되겠더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공무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장까지는 자기 실력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차관이상이 되기 위해선 정치적 후견인이 있거나 정치적으로 운대가 맞아야만 한다. 공무원들이 정치 돌아가는 데 극도로 민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대중정부 들어 관료,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관료들의 경우 관운이 썩 좋지 않았던 편이다. DJP 공조의 탓이다.
여소야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DJP 공조의 결과,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극소부 경제부처를 제외한 대다수 경제부처가 자민련 몫으로 돌아갔다.

자민련은 신이 났다. 현역 국회의원과 관료출신의 OB들을 대거 장관으로 투입했다. 경제부처에 딸려있는 수많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에도 자민련 관련인사들을 대거 ‘낙하산 인사’ 조치했다.
현 정권 중반에 경제부처 장관을 지냈던 K씨 증언에 따르면, “JP가 김대통령에게 경제부처 산하기관에 내려보낼 자민련 인사들 명단을 보이면 대통령이 아무 말 없이 승인을 해줄 정도”였다.

***DJP 공조로 1백여개 산하기관 자리 자민련에게 돌아가**

이는 현역 경제관료들 입장에서 보면 속된 말로 ‘환장’할 일이었다. ‘인사 순환고리’가 끊겼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행시 몇 기’ 하는 식으로 ‘기수(期數)’가 지배하는 사회다. 이들은 평소 승진을 놓고 치열한 내부경쟁을 벌인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 장관이 되면 다른 동기는 산하기관장 등으로 자리를 옮겨간다. 산하기관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면 ‘두 번’까지는 자리를 챙겨주는 게 오랜 관행이다.

그런데 자민련이 이 순환고리에 장애물로 등장했다. 자민련은 과거 공화당시절의 인맥이 중심을 이루는 정당이다. 따라서 과거 개발연대의 전직관료들인 늙은 OB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이 DJP 공조의 여세를 몰아 상당수 장관직과 산하기관 자리를 독식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9월 DJP 공조가 깨졌다. 집권여당은 경악했으나, 관료들은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인사 순환고리가 복원될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당시 “자민련 TO(몫)로 현재 산하기관에 나가 있는 인사들이 1백여명은 된다”며 “이들도 대부분 연말 인사때 밀려나게 되고 그 대신 이 자리들은 민주당 인사들이나 공무원들 차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DJP 복원은 관료들의 최대 비극?**

그러다가 최근 들어 다시 관료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DJP 공조가 복원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충청권 공략에 자극받은 자민련이 한나라당과 적대적 관계를 보이는 동시에, 민주당과는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경제관료는 “이러다가 1백여개의 산하 기관 자리가 다시 자민련 몫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불평 겸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풍향 및 이에 따른 낙하산 인사에 대해 산하 기업들은 불만이 크다.
한 공기업 중견국장은 “예전에는 연말연초가 되면 대충 인사의 틀이 나왔으나 지금은 언제 인사를 할지, 누가 내부에서 승진할지 아무면 누가 외부에서 낙하산을 타고 올 지조차도 도통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엔저(低)로 내년 경제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 조직 분위기마저 어지러우니 내년 한해가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김대중정부는 금명간 학연,지연,혈연 등 각종 연을 깨는 '탕평인사'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 김대중정부가 공언한대로 경제회복을 최우선시하는 개각, 더 나아가 낙하산 인사가 없는 공기업 인사를 할지를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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