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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열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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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열풍 <2>

학생ㆍ직장인도 '빨리 배우자'

지난 7일 서울 종로의 고려 중국어센터.
쌀쌀한 새벽공기에도 아랑곳없이 직장인은 물론이고 대학생, 심지어 교복 입은 고등학생까지 새벽반(07:00-08:00)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몰려든다. 학원로비에는 일찍 도착한 수강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개인 학습에 열심이다.

이곳에서 중소 무역회사 중역이라고 밝힌 J씨를 만났다. J씨는 업무차 한달에 1~2회 가량 중국을 방문한다. 그러나 J씨의 중국어 학습 경력은 이제 한달을 갓 넘긴 ‘초짜’. 나이 50을 넘긴 J씨가 뒤늦게 중국어 공부에 몰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지인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

J씨는 “처음에는 주로 현지 조선족들을 고용해 통역 도움을 받기도 하고 그쪽(거래처)에서 통역할 사람을 데리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문분야에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깨너머로 배운 몇마디로는 어렵더라"며 "사업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듣지 않으면 답답해서 일 못한다”고 농담아닌 농담을 던졌다.

현재 J씨의 회사에서는 중국어 학습 열풍이 대단하다고 한다. 그는 "회사규모가 작아 아직 회사차원에서 어학학습 지원을 해주지는 못하는 실정이지만 일반 사원들뿐 아니라 간부들까지 중국어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진1>

고려 중국어센터 관계자는 “매달 1천명이 넘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수강을 한다”며 최근의 중국어 열풍을 전했다. 이 학원에서는 새벽반만 10코스를 개설해 놓아 3백50여명의 직장인들이 수업을 듣고 출근한다. 요즘에는 40대 이후의 실업자들이 뒤늦게 중국어를 배우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기업측의 출강요청 쇄도**

서울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북경중국어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직장인들은 주로 새벽반과 저녁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얼마 전까지는 오후반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영업자들과 실직자, 대학생들의 수강인원이 늘면서 낮에 중국어 강의를 듣는 일반인들도 적지않다.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에서 사업이라도 하려면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아서는 곤란하다는 경험이 전해지면서 재기를 모색하는 고급인력 중심으로 중국어에 도전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다.

사실 중국어에 대한 관심은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92년직후 한때 급속히 높아진 적이 있었다. 북경중국어학원의 변회숙 원장은 “한중수교 당시 장기적 비전을 보고 사업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나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때 중국어 붐이 일었으나 당시는 실질적 필요를 느끼는 소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까지 중국관련 업체와 학생들 사이에서 중국어 학습 분위가가 꾸준하게 확대됐으나 IMF 사태를 겪으면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 예산이 삭감돼 중국어 학습 열기가 주춤하는 듯 했다.

변원장은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중국에 관한 보도가 매스컴을 장식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측에서 출강을 요청하는 등 중국어 열풍이 또다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원의 기초반은 지난해에 비해 70% 정도 수강인원이 늘었으며 출강을 의뢰하는 기업체도 급격하게 증가하여 현재는 20여개 업체에서 중국어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

변원장은 “학원에 등록한 대학생들도 기존에는 중국관련 학과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중문과 학생이 절반정도”라며 “경영학과, 정치학과 등 타전공자들도 어학연수 등 중국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중국유학생 숫자만 3만~4만명**

중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현저히 늘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에 따르면,99년까지는 해마다 약 2천5백여명이 중국유학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았는데 지난해에는 5천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중국대사관은 2000년말 현재 1만6천여명의 학생이 중국에 유학중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유학비자가 아닌 비자를 받아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인원까지 감안하면 유학생 숫자는 3만명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에 유학중인 한 한국 학생은 "유학생 숫자가 4만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북경중국어학원에서만 한 학기에 수강생 가운데 50명가량이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있다. 그러자 중국의 대학들도 한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열린 중국유학설명회에만 36개의 중국 대학이 참여했고, 올해는 46개 학교에서 참여를 통보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중국 유학의 장점으로 적은 비용으로 중국 현대언어를 배울 수 있어 미국 등의 유학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점을 꼽고 있으며, 최근 취업률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1년에 두 번 치르는 HSK(한자수평고시) 응시자도 해마다 늘어나는 실정이다. 공식적인 중국어 검증시험인 HSK는 93년 처음 실시할 당시 응시자수는 불과 3백~4백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10월에 치러진 올해 마지막 시험에는 5천여명의 응시자가 몰렸다. 한국 HSK 실시위원회 사무국 양미경 실장은 “매회 4백~5백여명씩 응시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중국어 관련학과, 대학원도 급증세**

사설학원뿐 니라 대학가에도 중국어 열풍이 뜨겁다. 지난 50년대에 전국에 4곳에 불과했던 중국 관련학과는 현재 1백10여개에 이르고 졸업생만 한해에 6천여명이 배출되고 있다.

학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중문과 지원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한 예로 숙명여대 제2외국어문학부(중문, 불문, 독문)는 1백20명 학생 중에 1백여명이 중문과를 지원하는 바람에 10반으로 반을 나눠 수업을 진행중이고, 성균관대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기존정원의 150%까지만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2>

통역대학원도 계속 신설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외에 96년에 이화여대, 지난해에는 제주대, 올해는 선문대, 한동대에 통역대학원이 신설했고 고려대에도 곧 만들어질 예정이다. 외국어대는 통역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정원을 10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

지난 3일에 실시한 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입학시험에는 20명 정원에 1백50명의 지원자가 몰려 7.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98명이던 응시자수에 비해 3분의 2가 늘어난 수치다. 각 학교의 통역 대학원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동시통역사는 전문적인 대학원 과정을 이수해야만 공인된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시험에 응시한 중국유학생 출신의 신진화(26, 직장인)씨는 “중국시장에 대한 전망을 갖고 오래전부터 동시통역사를 준비했다"며 "동시통역이 아니더라도 중국과 관련된 직업은 앞으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원동기를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을 상대로하는 기업체에 취직할 수도 있고 가능하면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싶다”며 “중국 현지에 직접 가보면 직업적 전망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는 기본, 전문 업무능력도 겸비해야…**

그러나 정작 기업체들은 중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들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일본어를 배우는 데는 약 2천자, 중국어는 약 4천자의 한자를 외워야 하는데, 한글전용세대인 40대 이전의 세대들은 한자에 약해 중국어를 배우는 데 상당한 장벽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기업 및 개인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26일 밝힌 결과에 따르면 중국어 가능 인력에 대한 채용공고수는 지난해 1~9월 35건에 지나지 않았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백91건으로 무려 4백46%나 늘어났다.

반면 인크루트에 등록한 구직자중 중국어 자격시험인 HSK 등급을 취득한 구직자는 지난해 1~9월 6백1명에서 올 같은 기간 6백12명으로 11명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인 9-11급의 HSK 등급을 취득한 구직자는 지난해 전체 1백명에 지나지 않았으며 올들어 9월까지도 89명만이 9급 이상 등급을 취득한 것을 파악됐다.

이처럼 중국어를 배우는 저변은 확대되었지만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들은 아직 태부족인 게 현실이다. 더욱이 기업측은 단순한 어학 능통자가 아니라 마케팅이나 컴퓨터 활용능력 등 플러스 알파를 겸비한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전문 채용정보 업체인 한중인력 엄주호 팀장은 “기업들은 중국어 외에 영어는 필수 사항으로 간주하고 있고 해당 분야에 적합한 전문지식을 구비한 인력을 구하고 있다”며 “실무 경험이 있는 경력자들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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