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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에 당선된 노동자는 일터를 영원히 버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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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도의원에 당선된 노동자는 일터를 영원히 버려야 하나?

[김선수, 노동을 변호하다]<22>지방의원 당선을 이유로 한 해고 사건

변호사, 의사, 사업가 출신 국회의원들은 많다. 이들은 4년 짜리 비정규직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국회의원 겸직금지 등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관련 법안이 지난 6월에 본회의에서 처리되기 전, 국회의원들은 알게 모르게 겸직을 통해 '영리'를 취해 왔다. 친정부 성향 모 법무법인에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대거 고문으로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던 적도 있다.

변호사, 의사 말고, 노동자 출신 정치인은 어떨까. 이들은 4년 비정규직을 감당할수 있을까? 의원이 됐다는 이유로 해고된다면 이들은 '본업'을 영원히 포기해야 한다. 변호사 등 전문직 출신 의원들의 겸직에는 너그러우면서, 노동자 출신 의원들에게는 본업을 버리라고 한다. '국민 법감정'이라는 게 있다면, 그에 맞지 않다는 느낌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현주 전북도의원(전 군산의료원 지부장)에 대해 군산의료원이 해고를 통보해 사회적으로 파장이 인 적이 있다. 본업과 관련된 일터에 적을 두고 있는 게 도의회 의정 활동에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라면 의회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정 활동 기회를 준다는 목적의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는 무시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변호사, 의사만 지칭하는 게 아니다. 청소 노동자, 편의점 알바도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게 의정 활동의 주요 목적이라면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그들을 대변하라는 역할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정치'는 누가 해야 하는가. 근본적인 물음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편집자)

김선수, 노동을 변호하다
(1)
전태일을 생각하며 변호사를 꿈꾸다
(2) 노동 변호사를 야유한 노동자들, 그 실체는…
(3) 회사는 왜 캐디를 '사장님'으로 만들어줬나
(4) 건설 노동자는 병원 노동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라?
(5) 통상임금 논란, 원조는 25년 전 이 사건!
(6) 1992년, 여의도광장에서 '노동자 대회' 열린 이유는?
(7) 신영철 대법관, 노동자 옥죄는 '이것' 해결해줄 수 없나?
(8) 힘들게 대기업 합격, 그런데 출근은 하지 마라?
(9) "전두환 신군부 때문에 퇴직금 소송만 10년"
(10) "21세기, 이게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이라니…"
(11) 어느 날 캠퍼스에서 사라진 그 교수들, 왜?
(12) 8년 8개월 8일 만에 복직, 대법 판결만 2번…어쩌다?
(13) 노조 위원장 자살, 부위원장 사망…대학은 책임 없나?
(14) 법원 무시하는 사장, 스스로 권위 깎는 법원
(15) 대한항공 남자 승무원 2명의 '11년 법정 투쟁기'
(16) 세계적인 록스타도 한국 자본에 분노했다
(17) 꿈에 그리던 복직…"아이 낳았을 때만큼 기뻤다"
(18) MB정부가 몰아낸 선생님들…교실로 돌아오기까지
(19) '파리 목숨' 대학교 조교들의 눈물을 아시나요?
(20) 알코올중독 치료 병원 매각, 반대에 나선 이들은?
(21) 은행들의 꼼수…"근무 평정 깎고 대기 발령하고"

도의원 당선 및 해고의 경위

원고는 지방의료원에 근무하는 노동자로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약칭 '보건의료노조') 지역본부 산하 의료원지부 지부장으로 활동하다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도의회 의원직에 당선되었다. 지방의료원은 지방공기업법의 적용대상이었다가 2005년 9월 14일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지방의료원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방의료원법 및 '도의 지방의료원 설치 및 운영 조례'(약칭 '지방의료원조례')의 적용을 받았다.

보건의료노조 지역본부장은 지방선거 전에 의료원에 원고가 2010년 6월 1일부로 의료원지부의 상급단체인 지역본부 부본부장으로 전임하게 되었고 추후 지부의 전임자를 재선임할 것임을 통보했다. 의료원은 지역본부장에게 단체협약상 전임자수는 상급단체 전임을 포함하여 1명임을 통보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방선거 이후인 2010년 6월 28일 의료원에 원고 이외의 다른 노조간부를 의료원지부 전임자로 지명하여 통보했고, 지부장도 수차에 걸쳐 의료원에 상급단체 및 지부의 전임자 관련 단체협약을 준수하도록 요청하였으나, 의료원은 이를 거부했다.

원고는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으로 당선되어 2010년 7월 1일 제9대 도의회 의원으로 취임함에 따라 2010년 6월 22일부터 수회에 걸쳐 의료원에 지방의회의원의 겸직을 요청했으나, 의료원은 지방의료원조례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규정된 점, 지방자치법상 겸직금지 규정,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특혜를 부여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의 요청을 거부했다.

겸직허가 요청이 거부됨에 따라 원고는 2010년 7월 2일 의료원에 휴직을 요청하는 한편 2010년 7월 14일 인사규정의 관련 조항에 따라 휴직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의료원은 2010년 7월 15일 지방의료원조례, 의료원의 제 규정에 따라 휴직을 허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의료원은 2010년 7월 20일 원고의 지방의회의원 취임과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에 질의했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8월 17일 의료원에 근로기준법 제10조의 취지는 정상적인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하여 근로자의 공의 직무 집행을 보장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공직취임에 의한 공의 직무 활동으로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근로관계의 유지가 어렵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면 해고(통상)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의료원은 2010년 8월 19일 원고에게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2010년 8월 26일 개최될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여 겸직과 관련하여 소명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원고는 2010년 8월 23일 의료원에 인사위원회의 구체적 부의 안건 등을 사전 통보할 것을 요청했고, 의료원은 2010년 8월 24일 원고에게 같은 취지로 인사위원회에 참석·소명할 것을 재차 통보했다.

원고는 2010년 8월 26일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부의안건 상정 이유가 겸직 관련 규정 위반을 들고 있는 이상, 이는 법령 및 제 규정을 위반한 경우로서 인사규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므로 징계절차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의료원 총무팀장은 원고의 경우 공직 취임에 의한 직무소홀 등으로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근로관계 유지가 어렵다고 인정될 수 있고, 통상해고와 징계해고는 별개인데, 위와 같은 사유는 통상해고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원 인사위원회는 2010년 8월 26일 원고에 대하여 출석위원 전원 일치로 '통상해고'를 의결했고, 의료원은 2010년 8월 27일 원고에게 '통상해고 통보'라는 제목으로 통보했다.

▲ 민노당 소속 전북도의원인 오은미(왼쪽). 이현주 의원(지금은 통합진보당 소속)이 전북도청 앞에서 농성이 들어갔다. 이들은 "대화를 거부하고 도청 출입문을 잠근 채 밖에서 농성하게 하는 것이 버스 파업의 해결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전북도의 모습이냐"고 주장했다. 2011.3.2 ⓒ연합뉴스

행정소송의 제기

원고와 보건의료노조는 2010년 11월 8일 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2011년 2월 23일 원고와 보건의료노조의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원고와 보건의료노조는 2011년 3월 2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1년 7월 5일 '의료원이 원고에게 휴직이나 겸직을 허용하지 않고 정상적인 근로관계의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권리남용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절차상으로도 정당하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원고 및 보건의료노조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 절차는 보건의료노조 소속 노무사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진행했는데, 결과가 여의치 않아 행정소송 단계에서 나를 찾아왔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을 2011년 7월 27일 송달받고, 8월 7일에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소송 단계에서는 원고만이 당사자로 나서고 보건의료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부당해고가 인정되면 실질적인 구제는 이루어지므로 굳이 보건의료노조가 당사자로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보건의료노조의 청구를 법원이 인용할 가능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지대와 나중에 패소 시 변상해야 할 변호사비용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소송의 결과

이 사건은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로 법리적인 다툼이므로 길게 끌 이유가 없었다. 의료원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다. 쌍방간에 법리적인 주장을 전개하는 서면을 두어 차례 주고받은 다음에 2011년 10월 11일과 11월 15일 두 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하고 결심했다. 2011년 12월 1일 판결을 선고했는데, 부당해고 구제신청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 승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였다(서울행정법원 2011. 12. 1. 선고 2011구합25975 판결: 재판장 판사 박정화, 판사 김태환, 판사 이승원).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와 의료원은 항소했고, 원고는 법원의 실무 관행과 부당해고 승소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항소를 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도 법적용 및 해석의 문제만이 다투어졌다. 쌍방 간에 두 차례 서면을 주고받고 2012년 6월 20일 변론기일이 진행되었고, 첫 기일에 결심되었다. 2012년 7월 18일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결론은 항소 기각으로 원고의 승소를 다시 확인했다(서울고등법원 2012. 7. 18. 선고 2012누883 판결: 재판장 판사 안영진, 판사 노경필, 판사 정재오).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을 대부분 그대로 인용하고, 피고 측이 항소심에서 거듭 강조하는 주장에 대해서만 이유를 추가로 설시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는 의료원이 상고했다. 대법원에서 사건번호가 부여되고(2012두18950) 재판부가 결정되어(특별3부), 보건의료노조 및 원고와 상고심 절차의 선임에 관해 상의해서 조건에 합의했다. 그런데 의료원이 상고를 취하한다는 말이 있으니 선임계 제출을 보류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대법원에 확인해보니 의료원이 2012년 9월 20일자로 상고취하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의료원 측 변호사 사무실에 상고장과 상고취하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의료원 측에서 그것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보내줄 수 없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어쨌든 원고 승소로 확정되어 해고가 무효임이 확인되었다.

쟁점 및 법원의 판단 1: 해고의 성질(통상해고인가? 징계해고인가?)

이 사건에서는 먼저 해고의 법적 성질이 통상해고인가 징계해고인가 하는 점이 다투어졌다. 원고 측은 겸직의무 위반이라는 의료원의 관련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해고되었으므로 징계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의료원 측은 공직 취임으로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근로관계의 유지가 어려워 해고한 것이므로 통상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징계해고에 해당하면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의료원이 원고를 해고하면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1심 판결은 의료원이 원고에 대하여 '겸직금지 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징계해고를 한 것이 아니라 '공직취임에 의한 직무활동으로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근로관계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통상해고를 할 의사로 해고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도, 의료원이 원고에 대해 해고를 시행하면서 보낸 해고통보서에 '지방의료원조례 및 의료원 관련규정에 명시된 겸직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의료원 인사규정이 '법령 및 제 규정에 위반하였을 때'를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원고에 대한 해고가 징계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인정했다. 의료원이 원고를 해고하면서 노사 각 5인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위원 2/3이상의 출석과 출석징계위원 2/3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여야 하는 단체협약상의 징계절차를 누락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항소심 판결은 이 부분 판단은 인용하지 않고 제외했다.

쟁점 및 법원의 판단 2: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1심 판결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근로자에 대한 해고 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경우 이러한 제한 사유에 위배된 해고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전제하고, 의료원이 주장하는 통상해고사유인 '지방의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정상적인 근로관계의 유지가 어렵다는 사유'는 정관 및 인사규정상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할 수 있는 경우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은 원고에 대한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사정을 추가로 적시했다.

즉, 원고가 공직에 취임하는 것이 의료원의 업무수행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때에는 해고가 정당화될 수도 있으나, 의료원으로서는 원고에 대한 휴직명령을 통하여 근로기준법 제10조가 규정하고 있는 원고의 공민권 행사를 보장하고, 의료원 직원의 지위와 지방의회의원의 지위를 겸임함에 따라 야기되는 상근성의 충돌 문제를 회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이 추가로 설시한 이유 부분을 인용에서 제외하고, 의료원은 그 정관, 인사규정 및 복무규정에 따라 원고의 겸직금지위반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원은 원고를 징계해고가 아니라 인사규정에 따른 통상해고를 하였는데, 인사규정의 직권면직에 관한 규정은 정관의 직원 신분보장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또한 인사규정에 지방의회의원직 재직 또는 겸직을 직권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이 사건 통상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판결의 의미

지방의회의원 겸직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가 부당함은 확정되었다. 의료원이 직권면직 또는 통상해고를 하지 않고 징계해고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항소심 판결은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행정법원 판결은 명확하게 판단했다.

즉, 행정법원 판결은 근로자에 대한 가장 불이익한 처분으로 그 지위를 상실시키는 해고는 최후의 방법으로 고려되어야 하는데, 의료원 근로자의 지위와 지방의회의원의 지위를 겸임함에 따라 상근성의 충돌이 야기되긴 하지만, 이는 휴직명령을 통하여 회피될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고 의료원의 인력운영권에 심각한 제약이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는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사유로서 해고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행정법원의 판단이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까지 명시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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