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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가 몰아낸 선생님들…교실로 돌아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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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가 몰아낸 선생님들…교실로 돌아오기까지

[김선수, 노동을 변호하다]<18>일제고사 거부를 이유로 한 해직교사 사건

이명박 정부는 거침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했던 집권여당 인사들은 교육 분야에서도 강력한 '이명박식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른바 '3불 정책(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를 건드리려는 조짐도 보였다. 물론 '3불 정책'을 건드리는 것은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은 이명박 정부는 이명박식 '교육 개혁'의 우회로를 찾게 된다. 이른바 '수월성 교육'이다. 이를 위해 전임 정부가 '평등 교육'을 했고, 이것이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해버렸다는 논리를 내놓았다.

이같은 '개혁'으로 '특수 목적 학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일제고사가 부활했다. 지금, 그 결과는 어떤가. 최소한 국제중을 추진한 것은 완전한 실패로 귀결됐다. 자사고 등 특목고의 문제점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개혁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가차없었다. 그중 일제고사 부활에 반대했던 교사들에게는 가혹한 징계가 이뤄졌다. 6명이 파면됐고 5명이 해임됐다. "일제고사가 학생들의 줄세우기를 조장한다"는 교육적 신념에 따라 일제고사 대신 정규 수업을 했던 교사들의 눈에 눈물이 쏟아졌다. 한차례 지시를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일터에서 쫒겨나야 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이들 교사들의 복직 투쟁 과정을 함께 했다. <편집자>

▲ ▲ 2008년 '일제고사 징계' 당시, 김윤주 교사가 아이들과 인사를 하며 눈물을 참으려 애썼던 김 교사에게 청각 장애를 가진 학생이 '성적표'를 냈다.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김 교사의 얼굴을 그린 성적표를 받아든 김 교사는 기어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울었다. ⓒ프레시안(손문상)

일제고사의 실시와 해고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2008년 4월경 전국 초·중·고등학교 특정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계획을 세웠다. 표집학급은 일부에 불과했으나, 표집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학급에 대해 각 교육청별로 평가를 실시하여 활용하도록 했다. 전국의 각 교육청이 표집학급뿐만 아니라 전체 학급에 대해 평가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행되었기 때문에 이를 '일제고사(一齊考査)'라 한다.

서울에서는 2008년 10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렀다. 일제고사 대상 학년의 담임을 맡고 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시지부 교사 7명은 학부모들에게 일제고사가 위법하므로 응시 여부를 선택하도록 하는 편지를 발송하고, 응시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평가 당일 체험학습 등을 하도록 조치했다.

강원도에서는 2008년 11월 5일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렀다. 전교조 강원지부 소속으로 동해시 소재 대상 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교사 4명은 담당 학급이 표집학급에 해당하지 않고 일제고사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담당 학급 학생들에 대해 일제고사를 실시하지 않고 정규수업을 진행했다.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방침을 각 교육청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감은 2008년 12월 17일 3명 파면, 4명 해임의 징계를 했고, 강원도교육감은 2009년 1월 30일 3명 파면, 1명 해임의 징계를 했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근무해온 교사들이 소신에 따라 한 차례 지시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김선수, 노동을 변호하다
(1)
전태일을 생각하며 변호사를 꿈꾸다
(2) 노동 변호사를 야유한 노동자들, 그 실체는…
(3) 회사는 왜 캐디를 '사장님'으로 만들어줬나
(4) 건설 노동자는 병원 노동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라?
(5) 통상임금 논란, 원조는 25년 전 이 사건!
(6) 1992년, 여의도광장에서 '노동자 대회' 열린 이유는?
(7) 신영철 대법관, 노동자 옥죄는 '이것' 해결해줄 수 없나?
(8) 힘들게 대기업 합격, 그런데 출근은 하지 마라?
(9) "전두환 신군부 때문에 퇴직금 소송만 10년"
(10) "21세기, 이게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이라니…"
(11) 어느 날 캠퍼스에서 사라진 그 교수들, 왜?
(12) 8년 8개월 8일 만에 복직, 대법 판결만 2번…어쩌다?
(13) 노조 위원장 자살, 부위원장 사망…대학은 책임 없나?
(14) 법원 무시하는 사장, 스스로 권위 깎는 법원
(15) 대한항공 남자 승무원 2명의 '11년 법정 투쟁기'
(16) 세계적인 록스타도 한국 자본에 분노했다
(17) 꿈에 그리던 복직…"아이 낳았을 때만큼 기뻤다"

공동변호단의 구성과 소청

파면, 해임 등 징계를 당한 교사들은 법적 불복절차를 밟았고, 민변은 공동변호단을 구성했다. 공동변호단에는 전교조에 근무하는 강영구 변호사를 비롯하여 김진, 김영준, 탁경국, 설창일, 송병춘 변호사 그리고 내가 참여했다.

먼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 청구를 했다. 개별적으로 제기하느냐 공동으로 한 건으로 제기하느냐가 문제로 되었으나, 어차피 쟁점이나 사회적 평가가 동일하여 다른 결론이 나오기 힘들고 개인적 사정에 비추어 다른 결론이 나올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 건으로 하는 것이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으로 교육청별로 각 한 건으로 제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서울 7명 1건, 강원 4명 1건으로 제기했다.

서울 건은 각 변호사들이 당사자별로 주심을 맡기로 역할을 분담하고, 나는 전체적인 감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했다. 강원 건은 김진 변호사가 거의 전적으로 진행했다. 서울 건의 경우 2008년 12월 24일 소청을 제기하여 2009년 3월 16일(월요일) 심문기일이 진행되었다. 오후 3시로 기일이 잡혔는데, 앞 사건이 밀려 3시 30분에 시작해서 6시가 다 되어서야 마쳤다. 심문기일에서는 위원들의 질문에 대해 역할분담에 따라 당사자 또는 각 변호사들이 답변했다. 심문을 마치고 최종진술은 내가 했는데, 징계사유의 부당성과 양정의 부당성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서 지적했다.

유감스럽게도 소청심사위원회는 파면된 3명에 대해서는 해임으로 감경하였고, 해임된 4명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강원 건의 경우 2009년 2월 23일 소청을 청구했는데, 소청심사위원회는 4월 27일 파면된 3명에 대해서는 해임으로 감경하였고, 해임된 1명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파면이나 해임이나 교직을 박탈당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파면은 퇴직금의 1/2을 지급받지 못하고 5년간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고, 해임은 퇴직금을 모두 지급받고 3년간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징계양정에서 재량권 남용·일탈 여부를 결정하는데 교직 박탈의 징계이냐 아니냐가 결정적인 의미를 가지는데, 결국 소청에서는 모두 교직 박탈의 징계로 결정되었다.

서울행정법원의 절차와 결과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송달받고 2009년 5월경 서울 건은 서울행정법원에, 강원 건은 춘천지방법원 행정부에 해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의 주장은 역시 징계사유의 부존재와 재량권의 일탈·남용 두 가지였다.

징계사유의 부존재와 관련해서는 일제고사의 부당성을 집중적으로 주장했다. 교과부장관이 강제적으로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것은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과 프라이버시권, 교사의 교육권 및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위법이므로, 학생들에게 예외 없이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여야 할 의무가 교사들에게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일제고사는 전교조와 교육청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위반되고, 제7차 교육과정에도 위반되며,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 불필요한 경쟁 및 그로 인한 성적 조작 등의 폐해를 가져옴으로써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고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 한편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성실의무나 복종의무에 반한다는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교육활동을 실제 담당하는 교사로서 많은 문제의식과 깊은 고민 끝에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서신을 보내어 평가에 응시하지 아니하고 체험학습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였을 뿐 원고들 스스로 평가를 거부하거나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평가를 거부하도록 유도한 사실이 없으므로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교육청의 징계와 관련된 경위서 작성 요구 및 문답 요구,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 등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는다는 방어권 측면에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서 보호되어야 하므로 역시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재량권 남용에 대해서는 일제고사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의 존재, 동기의 순수성, 평화적인 행위 태양, 유사한 사례와의 형평성, 장기간 교사로서 성실하게 근무해온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교사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무거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10년 1월, 인권·교육 단체로 구성된 일제고사반대서울시민모임과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은 일제고사 실시로 인권을 침해받은 학생들의 진정서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프레시안

서울행정법원에서의 승소 판결

서울행정법원 담당재판부의 구성(재판장 판사 한승, 판사 이주영, 판사 장종철)을 확인하고는 사건 진행을 신속히 하기로 했다. 다음해 2월 실시되는 법관 정기인사에서 재판장이 인사 이동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으므로 그 전에 위 재판부에서 선고를 받기로 했다. 2009년 9월 3일 첫 기일이 잡히고 몇 번의 기일을 거쳐 2009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자로 판결 선고를 받았다. 결론은 해임처분을 모두 취소하여 전부 승소이나, 내용에서는 일제고사의 적법성과 징계사유 해당성을 모두 인정하고 다만 재량권 남용 주장만 받아주었다. 판결이유가 아쉬웠지만 그래도 해임처분을 취소하여 교사 신분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의 행위가 징계양정기준 상의 '학생성적을 조작하는 등 학생성적과 관련된 비리로서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서울교육감 또는 서울교육청 산하 지역교육청 교육장들 스스로도 이 사건 후에 이루어진 일제고사 거부 교사 10명에 대하여는 징계양정기준에 따른 '학생 성적을 조작하는 등 학생성적과 관련된 비리로서 고의가 있는 경우'라는 항목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그보다 낮은 징계가 가능한 항목을 적용하여 정직, 감봉, 견책 등의 현저하게 낮은 징계에 그쳤고, 이 사건과 동일한 일제고사에 대하여 유사한 행위를 하였을 뿐 아니라 그 정도가 평교사들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교장에 대하여도 정직 3월의 징계에 그쳤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해임의 징계는 형평의 원칙에 반하여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이 사건 원고들의 행위 자체나 원고들의 개별적 참작사유를 고려하여 재량권 남용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과 비교하여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남용하였다는 것이다. 징계권 남용을 인정하는 이유로 부족한 감이 있었다. 또 상대방이 다른 사건과는 사정이 다르므로 징계양정의 결과로만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고, 다른 사건의 징계양정이 오히려 낮은 것에 문제가 있다고 얼마든지 항변할 수 있는 이유 설시였다.

춘천지방법원 행정부의 판결

춘천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판사 송경근, 판사 김준혁, 판사 명선아)는 2010년 2월 11일 판결을 선고했다. 역시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이고, 그 이유에서 징계사유는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한 대신 재량권 남용 주장을 받아주었다는 점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동일했다. 다만 재량권 남용 주장을 인용한 내용이 달랐다.

재량권 남용의 이유로 춘천지법 행정부는 다음과 같이 설시(알기 쉽게 설명해 보임)했다.
① 교육감에게 시·도 단위의 자체적인 학업성취도 평가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관련 법령의 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점(문제의 원인)

② 이 사건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대상 학생이 아닌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이른바 '일제고사'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단체협약 제44조 제1항은 학업성취도 평가의 경우 표집학교를 제외한 학교에 대해서는 단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비록 위 규정이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은 인정될 수 없지만 피고로서는 교원노조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위 규정의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해야 하는 점(단체협약)

③ 일제고사 성격을 갖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하여는 교육전문가나 시민단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고, 실제로 평가결과의 조작, 교육과정의 편법·파행 운영 등 일부 문제점이 현실화되기도 하였으며, 이에 따라 교과부장관이 각 시·도 교육감에게 파행적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한 점(일제고사 자체의 문제점·부작용),

④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의 사회권규약 이행 심의·권고안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야기하는 일제고사 재고'를 권고하였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던 점(일제고사 자체의 문제점·부작용)

⑤ 원고들은 단체협약 규정과 일제고사의 성격을 갖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폐해에 대한 우려 등 때문에 이 사건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을 거부한 것이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닌 점(행위의 동기)

⑥ 원고들은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학급의 학생들에 대하여 이 사건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정규수업을 진행한 것 외에 다른 학급의 교사나 학생들이 이 사건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거나 이에 응하는 것을 방해한 사실은 없는 점(행위의 양태)

⑦ 특히 일부 원고는 이 사건 학업성취도 평가의 시행일 며칠 전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급의 학부모에게 보낸 주간학습안내를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사실과 취지를 설명하였고, 이에 대하여 담당 학급 학부모들 중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은 없었으며, 담당학급의 학부모 대표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출석하여 "담당 교사에 대한 신뢰가 두텁고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다"고 진술한 점(행위의 양태, 학부모들의 반응·입장)

⑧ 일부 원고들이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원고들이 이 사건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한 것에 대하여 학교운영위원장 등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하거나 진정서를 낸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위 원고들의 담당 학급 학부모는 아닌 점(학부모들의 반응·입장)

⑨ 원고들은 각 재직기간 동안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고, 담당 학급의 관리나 업무처리에 있어서는 차질 없이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는 소속 학교장들의 의견이 있는 점(평상시 근무태도)

⑩ 일부 원고들의 경우 각 1회씩 교육감 표창을 받은 적이 있어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상 징계양정 시 감경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는 점(평상시 근무태도)

⑪ 2007년 이후 3년간 강원도 교육청의 관내 교사들에 대한 징계처분 내역을 살펴보면 원고들 이외에 해임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교사는 단 2명에 불과한데, 그 징계사유는 '미성년자 강제추행' 또는 '취업알선 사기'라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이고, 2004년과 2006년에는 각 해임처분을 받은 교사 2명도 모두 성추행으로 인한 것이며 금품 수수나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 중대 비리행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정직 처분을 한 사례도 있는 점(종래 징계 관행)

⑫ 다른 시·도 교육청의 경우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거나 방해한 행위를 한 교사들에 대하여 그 정도에 따라 견책부터 정직까지의 징계를 한 사례가 다수 있어, 원고들의 경우 다른 지역의 유사사안에 대한 징계사례와 비교할 때 징계양정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다른 대상자들과의 균형)

⑬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징계원인으로 삼은 사유 중 일 부 원고들의 '직장이탈 금지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는 점(징계사유의 구체적 내용) 등.


재량권 남용 주장을 받아들여 승소하게 해준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이유 설시는 해주어야지, 서울행정법원 판결 정도의 이유 설시와 관련해, 원고들 입장에서도 비록 승소는 했지만 항소를 해서(원고들이 주문상 전부 승소했으므로 항소를 할 수는 없다) 보다 충분한 이유를 인정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관련 사건 판결

서울의 사립중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가 같은 이유로 파면되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을 탁경국 변호사가 진행했다. 이 사건도 2010년 4월 22일 선고되었다(2009가합59331 판결). 위 재판부(재판장 판사 최승욱, 판사 황혜민, 판사 정교형) 역시 재량권 남용·일탈 사유로 ① 문제의 원인, 행위의 동기, ② 행위 동기의 공익성, ③ 행위의 양태, ④ 평상시 근무태도, ⑤ 다른 대상자들과의 균형 등을 이유로 설시했다.

항소심의 진행 및 결과

피고 측에서 항소를 제기하여 서울 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강원 건은 서울고등법원 춘천행정부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었다. 징계사유의 부존재에 관한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주장을 보충하고, 특히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재량권 남용의 이유가 보다 충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사건을 가능한 한 단순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항소심 진행 중인 2010년 6월 2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진보적 성향의 곽노현 서울교육감과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당선되어 항소를 취하하고 원직복직 조치를 취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민병희 교육감이 그런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검찰의 반대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은 거의 같은 시기에 진행되어 강원 건은 2010년 10월 13일, 서울 건은 다음날인 10월 14일 각 선고되었다. 서울고등법원 춘천행정부(재판장 판사 윤재윤, 판사 진상훈, 판사 이원석)는 1심 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였고(2010누66),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재판장 판사 성백현, 판사 김성욱, 판사 김용하)는 이유를 추가하였다(2010누4898).

서울사건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과는 달리 원고들이 기강감사를 위해 해당 교육청에서 나온 감사팀이나 특별조사팀의 문답이나 진술 요구, 경위서 제출이나 출석 요구 등을 거부한 것이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강원 건의 경우에는 징계사유에 이 내용이 없다). 헌법 제12조 제2항의 형사절차에서의 진술거부권 보장은 징계를 예정하고 그에 앞서 진행된 감사절차에도 준용되므로 원고들이 해당 교육청의 감사과정에서 감사요원의 문답이나 진술 요구 등을 거부한 것은 행정감사규정 제19조 제3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술거부권을 행정감사의 경우까지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항소심 판결은 재량권 남용·일탈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했다.

대법원 선고와 복직

서울교육감과 강원교육감이 항소심 판결 이후 상고를 포기하고 원직복직 조치를 취해주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역시 검찰의 반대로 그렇게 되지 못하고 교육감 측이 상고를 제기했다.

상고이유와 답변서가 오고 간 이후에 강원 건에 대해 대법원 특별1부{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이홍훈 민일영 이인복(주심)}는 2011년 2월 10일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고(2010두24237 판결), 서울 건에 대해 대법원 특별3부는 2011년 3월 10일 역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2010두25473 판결).

강원 교사들은 2011년 3월 신학기부터 복직했고, 서울 교사들은 그 이후에 복직했다. 학교를 떠난 지 2년 1개월 내지 2년 4개월 만에 다시 학교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직장을 쫓겨났다가 그 임기 중에 법원의 판결로 직장에 복직한 케이스다. 해고기간 중의 임금 지급 문제와 관련하여 상당 기간 실랑이가 있었으나 결국 원만하게 정리되었다. 그 후에 공동변호단과 원고들이 마무리 회식의 자리를 마련해서 공동변호단을 구성하고 대응해서 좋은 결과를 낸 것을 함께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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