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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원인은 4대강 사업', 어이없는 주장이다?

[기자의 눈] 환경 장관 매도하는 언론, 그리고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4대강 녹조 현상 확산 원인 중 하나로 4대강 사업을 지목했다. 윤 장관은 4대강 사업으로 녹조 현상이 심화됐다고 인정한 첫 정부 고위 인사가 됐다. 정부는 그간 녹조 확산과 4대강 사업의 연관성을 부정해왔다.

윤 장관 발언을 두고 꽤나 말이 많은 모양이다. 일부 언론은 강도 높게 윤 장관을 공격했다. <한국경제>와 <문화일보>가 대표적이다.

8일 <한국경제> 온라인판은 <대통령에게 "4대강 탓 녹조 악화" 보고하더니…'근거는 없다'는 환경장관>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정확한 근거 없이 4대강 사업이 낙동강 녹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다. <문화일보>도 사설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매도해온 환경 운동 단체 등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상 대변하고 있다는 것은 경솔할 뿐만 아니라 어이없는 일"이라고 윤 장관을 몰아붙였다.

새삼스럽다. 윤 장관은 이미 지난 2월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동강 같은 곳은 인 농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조건이 되면 녹조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윤 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많다. 환경부 내부 자료만 봐도 4대강 사업과 녹조 현상 확산의 관계는 짐작해볼 수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해 8월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4대강 체류 시간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시행)에 의하면 낙동강 상류인 안동댐에서 하구언까지 체류 시간은 최대 168.08일(저수량 기준)로 밝혀졌다.

즉,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동강에 보를 건설하기 이전의 건기 시 체류 시간이 18.4일인 것을 감안할 때, 보 건설 이전과 보 건설 이후에 체류 시간이 8.94배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저수지와 댐에서 물을 방류하지 않을 경우 낙동강의 유속은 초당 2.3cm에 불과하다.

▲ 윤성규 장관은 지난 2월 청문회 당시부터 4대강 사업과 녹조 발생의 연관성에 대해 우려했다. ⓒ뉴시스

책임 물어야 할 건 윤 장관이 아니라 '녹색 강' 만든 MB 정부

체류 시간은 녹조와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1년 12월 22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348호는 "조류의 성장(녹조 현상)을 좌우하는 요인은 빛, 수온, 영양염류 등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려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면 조류 발생이 증가한다. 수량과 물이 흐르는 속도도 중요한 변수다. 가뭄이 들어 수량이 줄어들고 물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조류 축적이 가속화된다"고 분석했다.

물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 조류가 발생한다. 체류 시간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이전에 없던 7개의 보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낙동강의 녹조 현상이 이전에 비해 확산되는 원인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보 건설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 도출이다. 이외에도 4대강 사업과 녹조 현상이 연관돼 있다는 정황은 많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2011년 7월 28일 환경부가 작성한 '함안보 수역 조류 발생 대응 방안'이라는 회의 문서를 지난해 8월 공개했다. 이 문건은 "4대강 사업 이후 하천 형상이 호소형으로 변형"됐다며 "낙동강 하류는 호소보다 영양염류의 농도가 3배 이상 높은 실정이며, 고수온기에 일부 구간에서 정체 수역이 생길 경우 남조류 발생 가능성 상존"이라고 예측했다. 문건은 또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 완료 후 수질이 개선되더라도 국지적 조류의 과다 발생 시 심미적 영향으로 인해 낙동강 수질에 대한 국민 불신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성규 장관이 이상한 걸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가 이상한 걸까? 지난 정부의 반응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자유선진당 이재선 전 이원은 2009년 10월 국정 감사에서 "정부가 4대강 종합 정비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해 예산을 들여 환경 분야 수질 부문 용역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용역을 수행하던 충남대학교 서동일 교수가 '4대강 사업을 하면 체류 시간의 증가로 인하여 정체 수역이 형성되고 부영양화에 의한 수질 악화(녹조 현상)가 예상된다'는 취지의 예측 결과를 내놓았다가 중간 연구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후 낙동강 등지에 녹조 현상이 있을 때마다 '날이 덥고 강수량이 부족하며 일조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보 건설로 인해 체류 시간이 늘고 그에 따라 녹조가 발생했다는 것을 공식 부인해온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윤 장관의 '소신 발언'이 나왔다. 이런 '소신 발언'에 우려를 표하기보다는 정부가 그간 취한 어이없는 태도를 탓할 일이다. "녹색 성장" 운운하며 강을 녹색으로 만들어버린 이명박 정부에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일이다.

ⓒ프레시안

박 대통령, 4대강 보 철거 여부 빨리 결정해야

문제는 이제부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진섭 환경부 수질관리과장은 국무회의 브리핑에서 "4대강 사업으로 보가 많아져 부분적으로 녹조가 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보다 녹조가 심해져도 정수 과정을 거치면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녹조가 심해져도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취수원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녹조의 원인이 4대강 사업이라는 점을 인식한 만큼, 정부도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보 철거 문제를 적극 논의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을 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한 만큼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TV 토론회에서 한 약속인 '선(先) 4대강 사업 검증, 후(後) 보 철거 여부 결정'을 지켜야 한다. 환경부가 녹조 등 수질 악화의 원인으로 4대강 사업을 지목한 상황에서 무엇을 망설이는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은 현재 구성 작업부터 지지부진한 상태인 4대강 사업 검증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 철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강이 위험하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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