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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은 '디딤돌 시장'…서울시민은 '일꾼' 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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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은 '디딤돌 시장'…서울시민은 '일꾼' 택할 것"

[고성국의 정치in]<20> 서울시장 출마 선언한 민주당 김성순 의원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민주당 김성순 의원과 인터뷰를 한 게 지난 12월 17일 오전이었다. 그런데 연말 연시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필자의 게으름으로 인터뷰 정리가 늦어져 오늘에야 기사로 올리게 되었다. 시의성있는 인터뷰 기사를 이렇게 해를 넘겨 게재하게 된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인기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일하고 섬기는 시장을 택할 것인가"

이날 인터뷰는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시작되었다. 첫 질문이 이랬다.

"슬로건을 하나 말해 달라."
"시장의 서울이 아닌 시민의 서울. '시민의 서울'이 슬로건이다."
"지금은 시장의 서울인가?"
"그렇다. 시민의 서울을 만들어줘야 한다. 음악당 하나를 만들어도 시장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서울시민과 음악계 전문가들이 주체가 돼서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한 민주당 김성순 의원 ⓒ프레시안

"당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굉장히 열심히 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인지도가 낮다.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가능성이 있느냐? 인기인을 데려다 놓으면 그 때부터 검증에 들어간다. 그러면 인기는 죽 떨어진다."
"강금실 전 장관 얘긴가?"
"그렇지만은 않고. 서울 시민이 인기보다는 일꾼을 택하지 않겠나. 지난 11월 초 서울대학교 공공리더십 연구소에서 발표한 것을 보니, 시민들이 이제는 행정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더라. 법조인, 언론인, 교수보다 행정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핀란드, 덴마크, 벨기에 등 선진국도 그런 추세다. 벨기에는 76%가 행정 경험 있는 사람을 선호하고 있더라.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것이다. 시민에게 호소할 것이다. '인기를 택할 것이냐 정말 일하고 섬기는 사람을 택할 것이냐'라고. 나는 행정 경험이 몸에 뱄다. 행정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동안 나름대로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쇄신 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행정을 해왔다. 그냥 도장이나 찍으면서 40여년 행정을 한 것이 아니다."
"오세훈 시장에게 점수를 준다면?"
"원희룡 의원이 아주 세게 비판을 하던데, 나는 냉정하게 보려고 한다. 오 시장이 다른 곳에서는 열심히 하려고 한다. 녹지축 조성, 생태 하천 복원,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시프트'를 지으려고 하는 노력 같은 것은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 시장은 '디딤돌 시정'을 하려는 것 같다. 목표가 대권에 가 있다. 그래서 자꾸 편한 쪽으로 가려고 한다. 시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이명박 시장 때는 더 안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을 위해 4000번 이상 시민들을 만났다고 하는데?"
"(몇 번 만났는지는) 모르겠고, 청계천이 시정의 다가 아니지 않나. 시장할 때 이명박 시장 혼자 다 했다. 무자비하게 했다. 뉴타운도 입주비용만 올렸다. 뉴타운을 왜 하는지 모를 정도로 막 했다."
"그럼 용산 참사는 이명박 시장 때부터 예견된 것인가?"
"그 전부터 문제가 있었지만 주로 이명박 시장 때에 (문제가) 많이 드러났다. 동경의 롯본기 구역 재개발에 17년이 걸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징이 조급한 것이다. 내친 김에 해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최후까지 차선책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다. 재개발은 주상복합 건물 짓고, 국제 비즈니스 타운 만드는 그런 것이 아니다. 생활권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것에 문화적 개념이 있어야 한다."

"광장은 시민과 소통하는 곳…경직된 사고방식으로 광화문 광장 만들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대회 봤나?"
"화면으로 봤다. 그런 거야 재미있지 않나."
"잘했다고 보나?"
"잘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런 것은 한강 시민공원 같은데서 하는 것이 좋다. 행사를 도심에서 하려 하지 말고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도심, 그 복잡한 곳에서는 편하게 맥주 한잔 마시고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거기에 사람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지 않나."
"오세훈 시장이 광화문 광장을 자기 치적이라고 생각해서 홍보하려고 그런다는 지적도 있다."
"광화문 광장은 문화의 품위와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그런 광장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이벤트는 문화가 아니다. 이벤트가 아니라 서울 문화의 품위와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 "광장은 사람들이 말하는 곳이다…이벤트는 문화가 아니다" ⓒ프레시안
"광화문 광장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다."
"많이 아쉽다. 광화문 광장을 그렇게 고립시키면 안 된다. 세종문화회관과 붙어 있으면 상당히 좋은 공간이 될 텐데."
"그러면 교통 문제가 생기지 않나?"
"조금 옆으로 가면 된다. 그렇게 길을 내면 된다. 중앙선에서 조금만 넘어가거나 중앙선 까지만 광장을 확보해도 굉장히 넓은 광장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대로와 광장이 직선이 안돼서 그렇게 한 것 아닐까?"
"개념을 달리해서 봐야 한다. 기하학적이고 수학적인 공간개념으로 할 것이 아니라, 휴식 공간을 광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 경직된 사고방식 때문에 광장을 지금처럼 만든 것 같다. 도시는 광장으로 발전한다. 직접 민주주의도 광장이 있어야 꽃핀다. 광장이 있어야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세계 여러 도시들 중에 광장은 어느 도시가 가장 마음에 드나?"
"벨기에 뷔리셀의 광장도 좋고, 마드리드 시의 광장도 좋다. 참 천국 같다. 밤 되면 몰려 나가서 춤도 추고, 어울린다. 광장은 시민들이 소통하는 곳이다. 뮌헨, 몬트리올의 광장에 가면 시민들이 시장에게 삿대질도 한다. 그러면 시장이 저녁 때 나와서 맥주 한잔 하자고 그런다. 시장은 시민의 친구가 돼야 한다. 시장이 서민일 수는 없다. 그러나 서민으로 가려고 해야 하고 그 마음은 서민이어야 한다. 시민이 시장을 만만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개념을 바꿔야 한다."
"스노보드 대회 끝나자마자 '빛의 축제'를 했다."
"축제도 시민의 축제여야 한다. 문화적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그런 축제여야 한다. 이벤트를 자꾸 하다보니 시민들도 이벤트에 많이 젖어 있다. 빨리 탈피해야 한다. 축제의 원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축제와 기부 캠페인을 엮어낸다든지 돈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 의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서울시의 축제와 이벤트 얘기를 하다보니 문득 작년과 올해 경제위기와 신종플루 때문에 창원시, 파주시 등 자치단체가 지역 축제들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남는 예산을 복지사업에 돌렸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역시 서울이 돈이 많아서일까? 얘기가 서울시 예산에 이르자 김 의원의 어조도 한층 단호해졌다.

"서울시민들이 다른 시도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 서울에 전국 부의 40% 이상이 집중돼 있으니까 도와줘야 한다."
"서울내에서도 불균형이 심하지 않나?"
"그렇다. 심각하다.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시비가 85%, 구비가 15%쯤 된다. 서울 시장이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다. 노원구는 자립도가 29%밖에 안 된다. 그것으로 자치 행정을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는 더 줘야 한다."
"반발도 있을 것 같은데?"
"강북 사는 사람과 강남 사는 사람의 생활 수준을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강남은 강남의 특성을 살리고, 강북은 강북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 특성이 뭐냐, 예를 들어 우리구는 돈은 없지만 청소년 키우는 데는 가장 좋은 구다. 또 우리 구는 문화 예술 부분은 강남 저리 가라다. 이런 식의 특화가 있어야 한다. 불균형 해소와 함께 각자 발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시정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정이 더 중요하다"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6.2 지방선거가 점차 국민들의 관심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이 단연 뜨겁다. 오세훈 시장에 대한 원희룡 의원의 도전으로 불붙기 시작한 서울시장 선거 국면. 시장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 의원은 이러한 상황전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계안 전 의원과 김 의원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했다. 후보를 가급적 빨리 결정해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많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늦추는 게 좋다. 인지도도 좀 높이고. 시정 철학, 공약, 눈에 보이지 않게 열심히 한 것들 그런 것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불량식품 문제 같은 것들이다. 이것은 꼭 막아야 한다. '서울은 안전하다' 그런 믿음을 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서울을 불량 식품이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외국에서 만드는 불량식품은 다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지금 서울은 무풍지대다. 참 바보 같은 나라다."
"어떻게 해야 하나?"
"16대 국회 보건복지위에 있을 때, 식품 수입국에 사람을 파견하자고 했다.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은 다 그렇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불량식품 반입 등이 포착되면) 현장에서 영업정지 시켜버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시민들이 음식만큼은 믿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정'으로 또 뭐가 있나?"

▲ "서울 시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프레시안

"미세 먼지가 심각하다. 미세먼지 하나 때문에 미안하지만 서울시민들은 도쿄 시민들보다 3.3년을 일찍 죽어야 한다. 그것을 줄여야 한다"

이 말을 하다 말고 김 의원은 잠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더니 '이 정도면 오늘 미세먼지 농도는 65ppm정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눈으로 봐서 아냐는 우문에 십몇년 동안 미세먼지하고 싸우다 보면 척 보면 알게 된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미세먼지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미세 먼지의 70%는 도로 먼지다. 버스가 7600대 쯤 되는데 전부 CNG 가스로 바꿔야 한다. 지금도 바꾸고는 있다. 도로 양 옆에 항상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외국은 다 그렇게 한다. 가로수 관리도 중요하다. 가로수를 더 키워야 한다. 가로수 예산을 배로 늘리면 가능하다. 가로수가 있는 거리는 온도가 3도 내지 6도가 낮다.
공사장도 아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송파구청장할 때 공사장 관리를 원칙대로 했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공사 정지시켰다. 다들 설마 공사 정지까지 시키랴 했는데, 나는 문제가 있으면 일단 정지시켰다. 취소는 아니었다. 무소불위는 아니니까. 이명박 대통령처럼은 할 수 없었다.(웃음)
왜 전봇대를 마음대로 뽑나. 그것도 독재다. 제도를 고쳐야지. 법에 의해서 뽑아야지. 대통령이 마음대로 뽑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다. 전봇대 마다 대통령이 명령을 할 것이냐. 그런 것은 누가 건의해도 일찍 뽑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다.
보육문제도 그렇다. 예산만 가지고는 안 된다. 미국 성인의 51%가 자원봉사자다. 엄청난 자원이다. 이것을 예산으로 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옛날부터 우리는 이웃 사람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강하다. 그 피가 DNA에 있다. 그 동기 유발을 잘 해줘야 한다."


"노인복지 전문가…'여생'이 아닌 '새 노인 문화'만들 것"

김 의원은 '노인 복지' 전문가다. 그동안 노인복지관련 전문서적만 6권을 냈다. 그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노인복지문제를 가장 먼저 파고든 사람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고령화 사회의 노인 복지 정책을 '전문가'에게 듣는 심정으로 물었다.

"노인 복지를 언제부터 연구했나?"
"1977년부터 했다. 그 때는 노인 복지 공부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노인 복지 관련 책은 내가 제일 먼저 냈다."
"그 시절에 어떻게 노인 복지를 전공할 생각을 했나?"
"내가 미래학을 좋아했다. 요즘은 게을러졌지만 4대강 때문에 압박을 많이 받아서.(웃음)
공부를 하다보니까, 노령화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많이 있더라. 우리나라에도 이 문제가 곧 닥칠 것이라 봤다. 공부를 시작할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65세 이상 노인이 2.8% 정도밖에 안됐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관심 밖이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비인기과목 공부하느라 자료 찾아서 외국에도 나가고 외국 교수들도 만나고 다녔다."

"그런 한국이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문제의 해법은 뭔가?"
"쉬운 게 아니다.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소득 보장이다. 먹고 사는 문제다. 여가 문제도 중요하다. 95세까지 산다고 치면 60세는 젊은이다. 60세에서 30년 이상을 더 사는데, 이 30년이 '여생'인가? 아니다. 인생 사이클의 중요한 한 과정이다. 국가에서 여가를 관리해줘야 한다. 새로운 노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노인을 사회의 중요한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다 그렇게 한다.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고독 문제, 건강 문제, 소득 문제 등 많은 것이 해결된다. 건강보험이 2020년 가면 26조원이 빈다. 그러면 나라의 건강 보험 체계가 무너진다. 노인 때문이다. 노인을 건강보험에서 분리해 별도 관리해줘야 한다. 외국처럼 노인 병원을 만들어서 분리해서, 수가도 노인 수가는 따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득 보장을 위해 일거리를 계속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을 '언오픈드 리소시스(Unopened Resources), '뚜껑을 따지 않은 자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 새크라멘토 시에 가보니까, 어느 구에는 그곳에 사는 전직 대학 총장, 목사 이런 명단이 있어서 그 마을 학교에 선생님이 안 나오면 그 풀로 인력을 활용하고 있더라. 마인드만 바꾸면 큰 돈 안들이고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 운영할 수 있다."

▲ "마구잡이로 단일화 하면 야합이 된다" ⓒ프레시안
전문가다운 설명이 한참 이어지고 있는데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쉬운 대로 화제를 서울시장 선거전망으로 돌렸다.

"민노-진보신당과 단일화는 안돼…외부인사 영입은 많으면 좋다"

야권의 서울시장 선거구도와 관련해 가장 큰 변수는 뭐니뭐니해도 후보단일화다. 후보단일화만 되면 필승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은 게 또한 정치다.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는 어떻게 보나?"
"마구잡이로 하면 안 된다. 야합을 하면 안 된다.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중도 개혁 정당 아니냐. 그 이념에 맞는 사람이 돼야 한다. 너무 급진적인 사람과 하면 안 된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의 단일화는 안 된다는 것인가?"
"적절치 않다."
"국민참여당은 어떻나?"
"좀 봐야겠다. 국민참여당도 어떤 면에서는 급진적이어서 성격을 좀 더 봐야 한다."
"선거 승리보다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 정체성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길게 봐야 한다."
"박원순 변호사를 영입해서 서울시장에 내보내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 것 같다."
"박원순 변호사 뿐 아니라 누구든 많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을 다 뛰어넘어야 내가 시장이 되니까 기피할 이유는 없다. 다만 서울시장은 시민운동이 아니다. 전혀 다르다. 그런 것을 박원순 변호사도 생각할 것이다."
"민주, 뭉쳐야 한다…정동영, 손학규 최대한 빨리 복귀해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대한 김 의원의 생각은 확고했다.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민주당 전체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일까?

"민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뉴 민주당 플랜은 아직 검토도 안 되고 있다."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도 소득이 안정되고 중산층이 되면 안정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한 것이다. 학생 때는 정의롭게 싸우고 감옥에 가기도 하지만 나이 마흔을 넘으면 그렇게 하기 어렵다. 나는 보수다. 보수도 잘못 된 것을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판적 보수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그런 사람을 포함해 중간층을 끌어와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중간층을 포용 못해 참패한 것이라고 보는가?"
"지난 대선 참패는 열린우리당이 잘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못을 그때그때 수정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중간층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빼앗겼다."
"찾아올 수 있을까? 아직 민주당이 중간층을 흡수하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뉴 민주당 플랜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뉴 민주당 플랜을 검토도 못하고 있지 않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확정될 것이다. 혁신과 통합위원회 김원기 위원장이 주도해서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통합과 포용'이라는 측면에서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두 사람도 당에 복귀해야 하지 않나?"
"복귀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버려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독재로 가고 있는데…뭉쳐야 한다.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

▲ "민주당은 뭉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빼앗긴 중산층을 끌어모아야 한다." ⓒ프레시안

"서울시장은 오래된 '꿈'…정정당당하게 도전하고 깨끗이 승복하겠다"

"김 의원 지역구가 송파 병이다. 강남 3구는 한나라당의 아성인데?"
"그렇다. 한나라당이 아주 강하다."
"어떻게 당선됐나?"
"내가 송파구청장을 9년 가까이 아주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하니까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다 보러 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자기 홍보다. 서울시장 공약에도 '나는 나를 홍보하지 않겠다'고 넣을 것이다. 지역구 유권자들도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아 역시 그 사람이 열심히 했다'하면서 옛날에 일 열심히 한 것을 보고 선택을 해준 것 같다."
"자치단체장은 매일 주민들과 접촉하니까 나중에 국회의원 선거할 때 큰 자산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이 있다. 그러나 일 자체가 소중하고, 재미있고 그런 자세로 해야지 이렇게 하면 선거 때 표가 나오겠지,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나는 구민들 수도가 고장 나면 제일 먼저 가서 봐주고 그랬다. 내 일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게 구청장이다."
"어머니가 집안 살림하듯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 같다."
"특히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 지금 서울에 억울하고 하소연할 곳 없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회사가 망해서 은행에서 '너 (집에서) 나가라' 하면 시장이 관여할 수 없다. 서울시장이 되면 민생구조단같은 것을 구성하려고 한다. 의협심이 강한 변호사단을 만들어서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려고 한다."

"서울시장이 꿈이었나?"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아주 오래됐다. 80년대 초다. 그 때는 군사정부 시절이었다. 그러니 대통령은 꿈도 꿀 수 없고(웃음). 내가 서울시 행정만 했는데 하다 보니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정을 봐오게 됐다. 서울시 행정이면 어떤 분야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 메모하면서 봤다. 93년에 지방자치제를 하는 거 보면서 언젠가 나도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딱 마음을 먹었다."
"이번에 도전에 실패하면 다음에 또 도전할 것인가?"
"30년간 가꾸어온 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참으로 소중한 기회다. 그러나 서울 시민들이 선택하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의기가 충천해도 나이가 있다. 나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정정당당하게 도전하고 깨끗하게 승복하겠다."

▲ 고성국 박사와 김성순 의원 ⓒ프레시안

1940년생이니 김의원은 올해 만 70세다. 40년 행정경험을 쌓은 노정치인과의 인터뷰였지만 노회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순진'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어렴풋이나마 그 느낌의 비밀을 알 것 같았다.

그가 약간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건넨 작은 책, '밤에도 파란 하늘을 그리고 싶다'는 그의 네 번째 시집이었다. '감동하며, 조심스레, 고개 숙이며' 낸 앞의 시집들과는 달리 '기도하며' 낸 네 번째 시집처럼, 30년 가까이 가꾸어온 서울시장의 꿈을 향한 도전에도 그의 간절한 기도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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