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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국 서비스' 받으려면 500만$ 이상 예치해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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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국 서비스' 받으려면 500만$ 이상 예치해야 가능"

[인터뷰]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뉴스타파>가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인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일종의 유령회사) 설립자 명단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 벌써 한달 가량 흘렀다. 지난달 22일 이수영 전 경총 회장 등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을 공개한 후 1600억 원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의 페이퍼컴퍼니라는 '대어'를 건지기까지, <뉴스타파>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라는 스스로 내건 이름처럼 '탐사저널리즘'에 집중했다.

20일에는 8차 명단을 발표하고 고(故) 조수훈 전 한진해운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김영소 한진해운 전 상무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김 전 상무는 고 조수호 한진 회장의 비서실 근무에 이어 서남아지역본부로 발령난 2001년 9월, 조용만 전 한진해운홀딩스 사장과 함께 사모아에 '로우즈 인터내셔널'이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뉴스타파>는 예금보험공사가 자회사인 '한아름종금'을 통해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운용한 정황도 발견했다.

앞으로 과세당국이 해야 할 일만 남았다. 국세청은 일찌감치 조사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난 19일 국회에 출석해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조세 회피처를 통한 한국인의 탈세 규모가 상당한 규모라고 생각하고 있다.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것도 국세청의 틀 속에서 분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과세 당국의 '의지'를 지켜볼 일이다.

20일에는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의 창업자들이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탈세를 한 혐의로 집행유예 1년 8개월, 벌금 50만 유로(우리돈 약 7억 원)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전세계적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조세피난처 문제는 이제 '글로벌 이슈'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탈세범'들이 밝혀질 그 날이 올까? <뉴스타파> 대표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김용진 기자를 만났다. 그는 한국 탐사저널리즘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19일 마포구 창천동에 있는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이뤄졌고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이 진행했다. (편집자주)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뉴스타파> 보도가 공중파 방송에서 톱으로 수 차례 나갔다. <뉴스타파>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것 같다. 전반적으로 한번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과정을 설명해달라고 하면 '영업 비밀'을 밝히라고 하는 것 같은데, 가능한 데까지 얘기를 듣고 싶다.

김용진 : 영업 비밀부터 얘기할까?(웃음) 딱히 영업비밀은 아니다. 지난 4월 7일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서 첫 보도가 나왔다. 바로 연락을 해서 '관심이 있으니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4월 말에 같이 하는 것으로 파트너십을 맺었다. <뉴스타파>가 비영리 탐사보도매체이고 이 쪽(조세피난처 관련 보도)에 집중해서 조직의 모든 자원을 투입해 할수 있고, 취재도 장기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어필'이 된 것 같다. <뉴스타파>와 ICIJ 자체의 조직 형태도 상당히 유사하다. 모두 비영리 기관이고 탐사보도 전문이다.

프레시안 : 김 대표는 ICIJ와 인연이 있지 않나?

김용진 : 유대가 좀 있었다. 제가 2005년 미국 미주리대학에 있는 IRE(탐사보도협회)에 방문연구원으로 갔다 왔었다.

프레시안 : 최경영 기자, 최승호 피디 등도 거기 출신이던데?

김용진 : 언론재단에 연수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제가 먼저 갔다 왔고, 최경영, 최승호 등도 후에 갔다 왔다. 일종의 IRE 동문이다. (웃음) 단일 언론사에 연수 갔다 온 사람이 세 명이 있는 것은 국내에서 <뉴스타파>가 유일하다. ICIJ의 구성원들도 IRE 출신들이 있다. ICIJ 모기관이 CPI(공공청렴센터)인데, 거기에도 IRE 출신들이 있다. 이번 건과 관련해 여러 메이저급 언론사도 많이 접촉을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가 파트너가 된 데에는 이런 배경 등이 있었다.

프레시안 : 주요 국가의 파트너는 어느 언론사들이 있나?

김용진 : 사실은 언론사 단위의 파트너라고 보기는 힘들고, 그런 회사에 자기들 회원이 있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는 <BBC>, <가디언>이 있고, 미국은 <워싱턴포스트>, 일본은 <아사히> 신문, 필리핀에는 '필리판탐사보도저널리즘센터'라고 우리와 이름이 비슷한 곳이 있다. 필리핀에서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딸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아주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프레시안 : <뉴스타파>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가디언>, <워싱턴포스트> 급인 것 같다.

김용진 : (웃음) ICIJ 멤버들이 있었던 것이고, 자연스럽게 소속된 데 따라서 보도가 된 것이다. 우리의 한국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ICIJ 홈페이지에 한국 관련 기사가 꽤 소개됐다. 전재국 씨 기사는 우리 측에서 영어 기사를 써서 송고했고 ICIJ 대문에 기사가 올라갔다. 기사를 두 편 보냈는데 모두 주요하게 올라갔다.

프레시안 :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김용진 : 조세피난처 자료가 사상 처음으로 대중의 영역에 공개됐다. 조세피난처 관련된 것은 굉장히 내밀한 자료다. 보통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스템은 이렇게 돌아간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그 법인 등의 이름으로 별도 계좌를 만든다. 보통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만든다. 그 계좌의 주인이 드러나지 않게 거래를 해주는 것이 그들(PTN, CTL 등 알선중개업체)의 일인데, 그런 구조가 이번에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비자금이나 탈세 정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대중의 영역으로 처음 드러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렇다. 전지구적 금융위기, 국가별 재정 악화 등의 요인 중 하나가 조세피난처다. 이곳에서는 막대한 자금이, 세원이 노출되지 않은 채 운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당국이) 과세가 될 부분을 찾아서 과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혁까지 이뤄진다면, 우리는 이같은 보도를 한 데 대한 보람을 느낄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우리 정치권에도 그런 움직임이 있다. 이번에 북아일랜드에서 'G8정상회담'이 열리는데, 그런 큰 틀 안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 "전지구적 금융위기, 국가별 재정 악화 등의 요인 중 하나가 조세피난처다. 이곳에서는 막대한 자금이, 세원이 노출되지 않은채 운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당국이) 과세가 될 부분을 찾아서 과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혁까지 이뤄진다면, 우리는 이같은 보도를 한데 대한 보람을 느낄수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언론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혼재돼 있는데, 조세피난처가 맞나, 조세도피처가 맞나?

김용진 : '조세회피처'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분분한 상황인데 조세피난처는 '텍스 헤이븐(Tax Haven)의 번역어다. 안식처, 피난처라는 말이다. 이미 조세피난처는 공식 용어로 학술 논문 등에도 사용돼 왔고, 또 조세피난처라는 용어를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의미 안에는 도피, 회피, 탈세, 비자금, 은닉 이미지가 담겨 굳어져 있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용어는 지엽적인 얘기다.

프레시안 : 최근 <보물섬>(니컬러스 색슨 저)이라는 책을 봤다. 조세피난처, 역외금융 등은 웬만한 전세계 실력자들에 의해 이용되는 것같다. 조세피난처를 없애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김용진 : 이번에 G8정상회담에서 아젠다로 다룬다. 통상적 상황에서는 관심을 갖기 힘들 것 같은데 각국이 현재 여러모로 이 아젠다를 다루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주역 중 하나가 이 문제고, 현재 각국이 금융위기 이후 재정 압박을 받고 있어서 노출되지 않는 세원을 발굴해야 하는 절박감도 있는 것 같다. 여러 이슈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주요 국가 정상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비정형데이터 정리만 1년, 현재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

프레시안 : ICIJ가 이 사안을 파고들어가는 계기가 무엇이었나?

김용진 : ICIJ 디렉터, 제라드 라일이라는 사람이 있다. 원래 호주의 일간지 탐사보도 전문 기자 출신이다. 호주 기업의 탈세 문제를 3년간 취재하다가 그 과정에서 PTN(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과 CTL(커먼웰스 트러스트)의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이 회사들은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회사인데, 내부 고객 관리 기록을 입수한 것이다. 총 250기가 분량이 되는데, 한 내부고발자가 하드디스크에 담아 제라드 라일에게 넘겨준 것이다. 제라드 라일은 이 방대한 자료를 한 언론사, 한 국가의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회사에 사표를 낸 후 ICIJ로 이 자료를 가지고 갔다. 이후 ICIJ 디렉터(국장)가 된다. 취재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이 데이터가 비정형의 '빅데이터'이기 때문이었다. 온갖 고객 이름, 이메일, 텍스트 등이 혼재돼 있는 자료였다.

프레시안 :
즉, 정형화되지 않은 '원자료'들이었다는 것인가?

▲ "어찌됐든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 자료 안에 안 들어있다고 해서 어떤 사람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프레시안(최형락)
김용진 :
엑셀 파일부터 온갖 것이 다 들어있었다. 그것을 분석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정형화시키는데 1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영국이나 스페인 등에서 활동하는 데이터저널리즘 전문가들이 투입됐다. 데이터 구축 이후 각국 회원들에게 분석을 제안했고, 그래서 각 개별 국가들 사례별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된 것이다. 그 첫 결과물이 올해 4월 초에 나온 것이었다. 후에 PTN이 성명자료를 냈는데, '앞으로 고객 자료 유출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고객 여러분은 우리를 믿어달라'는 발표를 하더라.(웃음)

프레시안 :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전세계 실력자, 권력자 명단이 이렇게 대거 드러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김용진 : 처음이다. 다만 유념할 게 있다. PTL이나 CTL같은 등록업체가 비공식 통계로 약 800개 가까이 된다고 한다. 즉 400분의 1 정도가 드러난 것으로 볼수 있다. 물론 정확하게 400분의 1인 것은 아니다. ICIJ의 자료 속에는 170개 국가의 13만 여명이 주주나 이사로 등재된 12만 개 페이퍼컴퍼니 정보가 들어있다. PTN이 관리하는 회사가 약 8만개 정도다. PTN이 규모가 조금 더 큰 셈이다. 어찌됐든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 자료 안에 안 들어있다고 해서 어떤 사람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PTN과 CTN, 두 회사와 연관된 자료의 핵심 인물들을 밝혀내는 작업은 끝난 것인가?

김용진 : 현재 ICIJ는 관련국 기자들과 프로젝트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대중에게 공개할 요량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지난 15일에 공개했다. 이 곳에서 이름 등 간단한 검색이 가능한데, 이메일 교신이나 팩스 교신, 여권 카피본, 여권 번호,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 내밀한 정보는 이번에 공개가 안 됐다. 개인정보 등의 문제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검색 시스템으로 Korea, Seoul 등을 검색해 약 170건을 확보했다. 그것을 우리 자체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데이터로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았다. 기본적으로 사람 이름, 페이퍼컴퍼니 이름, 기타 정보가 있다. 그러나 관련된 추가 자료는 확인을 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계속 취재를 해봐야 한다.

"전재국처럼 서비스 받으려면 500만 달러 이상 예치해야 가능"

프레시안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의 페이퍼컴퍼니가 공개됐다. 사람들의 관심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이 운용됐을지 모르는데, 그것을 밝혀내고 결국 환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실제 탈세 실태 등의 부분은 알수 없는 것인가?

김용진 : 몇 가지 단서들이 나온다. 지금까지 나온 사례를 보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법인 명의로 계좌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괴자금'을 운용하는 방식들을 추측해볼 수 있다. 대체적으로 홍콩이나 싱가폴의 은행에 계좌를 만든다. 전재국 씨의 경우는 계좌를 만든 곳이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이다. 거기 영업 담당 임원이 3명 있는데 2명이 한국 사람이다. 우리는 가서 깜짝 놀랐다. 한국인 직원이 2명 있다는 것은 한국인 고객이 많다는 것으로 추정할수 있다. SK 임원 출신 조민호라는 사람도 그 쪽의 고객이었다.

프레시안 : 그런 은행은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던데?

김용진 : 역외금융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은행에서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 받으려면, 예치 금액이 500만 달러 이상 있어야 한다고 한다. 전재국 씨의 경우는 그 계좌와 페이퍼컴퍼니 관련 된 것을 은행에 보관시켜놓고 관리나 회계 정리 등의 업무를 다 맡겼다는 이사회 결의서가 나왔다. 그 서비스를 대행하는데, 연간 수만 달러가 든다. 그런 많은 돈을 지불하고 계좌를 개설하고 운용했다면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운영하지 않았을까?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 취재팀이 싱가포르에 가서 아랍은행 관게자들에게 물어는 봤는데, 개인의 금융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다만 일반적인 이야기로, 수천만 달러를 예치한 사람도 있다, 그런 얘기는 들었다.

프레시안 : 전재국 씨 이름을 처음 발견했을 때 어땠나?

김용진 : 일단 취재하는 시스템은, 그 쪽(ICIJ)에서 구축한 검색 시스템에 우리가 접근해서 찾아가는 형태다. 전재국 씨의 경우는 조금 힘들었다. 한국 주소로 검색이 되는 사람이 아니니까. 전재국 씨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싱가포르 로펌 주소로 등록을 했다.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다양한 해외 주소로 다양한 이름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검색을 해보는 과정에서였다. 이 시스템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전재국을 임력했는데 안 나왔었다. 그러다가 '재'의 영문 철자를 Jae로 입력하니 이름이 떴다. 주소가 싱가포르로 돼 있어 전재국 씨가 설립한 회사를 따라가봤다. 처음에 전재국이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은 아니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해 추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초동에 있는 (전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주소가 발견된 것이다. 여기서 100% 확신했다. 그 다음 여권 주소도 확인했다.

프레시안 : 파면 나올 게 많을 것 같다.

김용진 : 그렇다. 예를 들어 우스갯소리지만 김영삼 치면 김영삼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주소는 도쿄로 돼 있다. 자기가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시스템에 접속해 찾아보면 재미있지 않나. 한번 들어가보고 싶지 않나. (웃음)

프레시안 : 국세청이 할 만한 부분들은 뭐가 있을까?

김용진 : 예를 들어 어떤 페이퍼컴퍼니는 개설한 은행 계좌도 나오고, 어떤 경우는 계좌번호까지 나온다. 그런 구체적인 정보가 있으면 앞으로 몫은 국세청이나 검찰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금 싱가포르와 조세정보교환 협약을 맺었다고 하니, 계좌 번호나 인물이 특정되면 정보를 요구해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국세청에서 조사한다고 하는데, 아직 결과가 안나오고 있다. 그 부분은 시민들이 주시하면서 제대로 되는지 봐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그간 공개된 한국의 한국의 자금도피자들, 공통점이 있다면 뭘까?

김용진 : 흥미로운 게 우리가 그간 공개한 대상 18명을 대상으로 설립 연도를 살펴봤다. 2000년 이후에 설립이 굉장히 늘어난다. 뚜렷한 경향성을 보이는 게, 2003년, 2004년에 많이 설립됐고, 2007년, 2008년에 굉장히 많이 설립됐다. 2003년, 2004년에는 카드 대란이 있었고, 2007년 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있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같은 안전 자산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시기다. 결국 국내 돈 많은 갑부들이 해외에 안전하게 자금을 숨길수 있는 곳을 찾아 간 것 아닌가, 이렇게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

▲ "계좌 번호나 인물이 특정되면 정보를 요구해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국세청에서 조사한다고 하는데, 아직 결과가 안나오고 있다. 시민들이 주시하면서 제대로 되는지 봐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뉴스타파> 모델 성공시켜 증명해보이고 싶다"

프레시안 : 데이터저널리즘이란 어떤 것이고, 김용진 대표는 어떻게 이런 쪽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김용진 : 예를 들어 전혀 구조화되지 않는 비정형 데이터를 250기가 가지고 있다고 치자. 너무 막막하다. 출력하거나 스크린 상에서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출력하면 기자들 수십명을 투입시켜 평생 읽어도 못 읽을 것이다. 그것을 검색 가능하게 바꿔주고,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데이터저널리즘이다. 그 작업을 하는데 1년 정도 시간이 걸린 것이다. 잘 알려진 '위키리크스' 사례도 그런 방식으로 데이터를 구축한 것이다. 최근에 <뉴스타파>가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관련해 트위터상으로 여론조작을 한 것을 발견해냈다. 우리 데이터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 즉 국정원 직원이 올린 글의 키워드를 추출해서, 트위터에 적용시키고, 관련 트윗 계정을 수집했는데, 총 660개를 수집했다. 그 다음 그 계정이 작성하거나 리트윗한 것 수십만 건을 수집했다. 사라진 데이터 흔적을 해외 사이트에서 끌어오고 분석해 총 10개 그룹으로 나누고 3단계의 상하위 계정으로 분류했다. 그것을 확인해서 그 중 한명이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이 데이터저널리즘의 활용이라고 볼 수 있다.

프레시안 : 뉴스타파는 주로 데이터저널리즘을 추구하나?

김용진 : 주로는 아니고, 활용하는 것이다. 요즘엔 대부분의 기록들이 종이보다 전자 파일로 남겨진다. 양도 많아졌다. 그것을 다루기 위한 도구다. 데이터저널리즘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현재 <뉴스타파>에는 전담하는 인력이 4명 정도 있다. 큰 언론사에도 데이터 전담 인력이 4명이나 되는 언론사는 없다. 그런 부분에서 자부심을 갖는다.

프레시안 : 최승호 피디나 김용진 기자, 모두 <MBC>, <KBS>방송사의 '에이스'들인데, 공영방송에서 사실상 쫒기듯 나왔다. 밖에 나와 지금 공영방송의 모습을 보면 어떤가?

김용진 : 참담하다. 청춘을 거의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아직도 내가 나온 곳이 친정이라고 생각하고 잘 됐으면 하고 바란다. 그런 개인적 인연을 넘어서 봐도, 현재 한국 언론 시장, 여론 시장이 굉장히 기울어져 있지 않나. 그런 균형추를 잡아줘야 할 시스템이 공영방송 시스템이다. MB정권이 망가진 것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이 영향력을 갖고 지적해주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임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기들이 뭘 잘했는지,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다. 본인의 언론 장악이 본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정자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MB정부를 통해 볼 수 있다. 공영방송 시스템은 망가지면 안된다. 아무리 <KBS>, <MBC>에 실망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살려야 하고, 기울여진 언론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프레시안 : <뉴스타파> 운영에 있어서 재정상 문제는 없나?

김용진 : 물론 돈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취재를 못할 정도로 궁핍하지는 않다. <뉴스타파> 시즌1, 시즌2 시절에는 언론노조의 지원을 받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후원 체제로 들어가서 재정적으로 독립했고, 사무실도 마련했다. 우리는 어렵더라도 광고를 안 받을 예정이다. 이런 언론의 우수성을 입증해보고 싶다. 현재 <프레시안>도 협동조합 모델을 새로 시도하고 있지 않나. 우리도 우리 모델을 성공시켜서 '이런 언론 모델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다.

▲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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