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구 친박계 또는 당 잔류파(수당파)의 지지를 받은 나경원 의원이 승리를 거두면서, 복당파가 뒷받침하던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힘을 잃고 있다. 구 친박계 쪽에서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빨리 짐 싸고 집에 갈 생각 하라"는 기세등등한 공격까지 나왔다.
특히 김병준 지도부가 추진해 온 인적 쇄신 작업은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는 '전원책 사태'를 겪으며 한 차례 힘이 빠졌지만, 후속 작업을 이어온 끝에 오는 15일 전후로 현역의원 10여 명을 포함한 당협위원장 교체안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는 1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112명의 의석도 많지 않은 의석"이라며 "우리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크게 해하는 쪽의 쇄신에 대해서는 좀 우려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현역의원 배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다만 "그러나 또 국민들 눈높이에서 보는, 쇄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구 친박그룹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및 교통방송(tbs) 라디오와 인터뷰를 갖고 인적 청산과 관련해 "당협위원장 교체는, 복당파들이 비대위원장도 모셔오고 그 분들과의 교감을 통해 추진해 왔다고 본다"며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분들이 동력을 잃었다. 그 분들이 뭐라고 얘기한들 코웃음치는 것"이라고 더 직설적으로 반발했다.
홍 의원은 "아무도 그 분들이 하는 일에 지금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비대위 체제는 동력을 잃었다. 빨리 짐 싸고 집에 갈 생각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는 "(비대위는) 자기들만의 리그였지 않느냐"며 "자기네들만의 잔치였고 잔치는 끝났다"고도 했다. 그는 "두 달 동안 무슨 활동을 한다고 해도 복당파에 대한 증오심만 더 불타오르게 할 것"이라며 "동력이 상실됐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할 생각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바보"라고 경고했다.
홍 의원은 당협위원장 선정에서 탈락할 의원이 10여 명에 이를 거라는 예상에 대해서도 "누가 관심이 있나? 그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눈 하나 깜빡할까?"라며 "오히려 자기들 더 빨리 집에 가라고 야단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의 승리로 인해 이른바 '친박 신당설'은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당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걸 제가 알고 있지만 최소한 제가 모르는 탈당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다"며 "특히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해서, 당을 지켰던 사람들이 '우리가 당을 지키면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더군다나 탈당의 원인이 제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탈당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당 밖에 신당의 실체가 있다'고 말해 신당설에 불을 지피기도 한 홍 의원은 "'실체가 있다'는 이야기는 바깥에 대한애국당을 비롯해서 바깥에서 당을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자신의 앞선 발언을 해명하며 "지금 한국당에 있는 분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고 바깥에 있는 분들이 그렇게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신당의 실체'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복당파) 이 분들이 또다른 전략을 만들어서 당을 지켰던 사람들에게 구애하는 모습으로, 뭔가 그 분들과 손잡을 수 있는 사람들로 전당대회를 준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회상장을 한다든지 아니면 당원들 입맛에 맞는 분들을 앞장세워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경우도 그런 경우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김무성 전 대표 중심의 사람들이라든가 아니면 복당파 중에서도 컬러가 김학용 의원처럼 '코어(core)'에 속해 있던 사람들, 예를 들면 김성태 전 원내대표 같은 분들이 앞장서서 당을 어떻게 해 보겠다고 나오면 이번보다 더 심한 당원으로부터의 배척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잔류파 혹은 '당을 지킨 사람들' 쪽의 전당대회 전략에 대해 홍 의원은 "아직 저희가 누구를 어떻게 하겠다, 이렇게 의견이 수렴된 것은 아니고, 저희 의견을 잘 반영하고 당을 이끌어갈 사람이 누굴까 지금 암중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 황교안 전 총리이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쪽에서는 그 분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고, 정우택·김진태·심재철이라는 분도 계시고 여러 분들이 계신다"고 답했다.
한편 '친박 신당설'과 대칭점에 놓인 이른바 '보수 통합' 논의와 관련, 나경원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경선 이전에 (입당) 의사를 표현한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계신 것으로 안다"며 "당 대 당 통합이라든지 이런 부분의 논의를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오시고 싶은 분들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본인 당선으로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오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특별히 제가 당선됐다고 달라진 것 없다"며 "아마 조강특위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당협위원장을 공모하기 전에 입당들을 하실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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