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 '김병준 비대위'와 구 친박계 등 중진 의원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밝힌 인적 청산 방침을 놓고 일부 중진 의원들이 공개 석상에서 비판적 발언을 쏟아낸 것.
김병준 위원장은 28일 오전 한국당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비대위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며 "인적 쇄신에 관한 것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조강특위가) 당협위원장 교체, 인적 쇄신 작업에 들어가 있다"며 "제가 생각한 일정과 크게 변함없이 오고 있는데, 남은 기간도 제가 계획했던 일정대로 꿋꿋이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구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은 "당협위원장 교체가 화합과 발전으로 가야지 분열로 가면 안 된다"며 "앞으로 내년 1년은 총선이 없기 때문에 당을 원만하게 운영하기 위해 화합과 단합이 있어야 한다. 이 점을 비대위가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뼈있는 말을 했다.
정 의원은 특히 "항간에는 바른미래당에서 5~6명이 기습 복당되고 그 분들이 당협위원장으로 들어온다는 소문이 있다"며 "소문으로 치부한다. 이것이 갈등의 불씨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 의원은 또 김 위원장이 앞서 '분당(分黨)론까지 나오는데 유감이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관련, "의원들의 건설적 의견 개진을 계파 목소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계파 대립 구도를 살려서 덕을 보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어떤 계파가 무슨 표현을 해서 비대위원장이 걱정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걱정이 되어서 언급했겠지만, (그런 발언이) 당원과 국민에게 또다른 불안과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분당론에 대해서는 저도 이 당이 분열돼서 안 되고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수 대통합을 기대하고 있는데 분당론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차기 원내대표와 당권 선거에 대해 비대위가 조속히 일정을 공지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정 의원은 "원내대표 임기가 조만간 마무리되는데 관련 일정을 밝혀 달라"며 "전당대회 룰이 비대위에서 논의되는 상황이라면 의총을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달라"고 했다.
역시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기준 의원도 "경제와 안보가 위기에 빠져 있는데,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 원내대표 경선을 잘 치러야 한다"며 "당헌당규가 있는데 편리한 것은 그대로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지키지 않는 사례가 있다"고 공세에 나섰다.
유 의원은 "'당 대표 사퇴 이후 60일 이내 전당대회를 연다'는 규정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됐다"며 친박계의 '조기 전당대회론'을 상기시키고, 이어 "'(검찰) 기소시 당원권 정지' 규정이 있는데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의원들이 있다. 문제점을 개선하든지 통합적으로 결정하는 기준을 정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의 말은 탄핵 당시 분당 국면에서 당에 잔류한 최경환·이우현(구속기소) 의원과 원유철·홍문종·권성동·김재원·염동열·이현재·엄용수 의원(불구속)은 당원권이 정지된 반면, 바른정당에 몸담았다가 복당한 이군현·홍일표·황영철 의원은 기소 시점에서 한국당 소속이 아니었다가 이후 당에 돌아오면서 당원권 정지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복당파 대 잔류파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각 진영마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왜 누구는 정지되고 누구는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을 한 셈이다.
앞서 김용태 당 사무총장은 26일 비대위 회의 당시 "당원권 정지 관련 윤리위원회에서 다각도로 검토 중이고 여러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 "원내대표 선거나 당내 문제에 어떤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야기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우리 당헌당규 개정 작업과 묶어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12월 말로 예정되어 있는 당헌당규 개정안 마련에 같이 집어넣어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친박계 등에서는 "사후 약방문이다", "원내대표 선거 끝나고 풀어주면 뭐 하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비박계인 이군현 의원도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교체한다고 하면서 특정 계파를 잘라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통합(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떤 원외 위원장이든 현역의원든 '(누가 더 낫다'는 데이터를 가지고 해야 한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교체해서는 안 된다. 정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체해야지 자꾸 흔드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신경써서 중심을 잡아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중진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당협위원장 교체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 제가 역할을 다하겠다"고 답하고, 당원권 정지 부분과 관련해서는 "원내대표 선거나 전당대회를 걱정하는데, 선거에 영향을 안 미치도록 모든 것을 중지하든지 중립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당원권 정지를) 전부 풀게 되는 경우엔 자칫하면 시비 요소가 있어서 원내대표 선거 이후에 당원권 정지를 푸는 게 맞지 않나 판단한다"고 말해 불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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