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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원순의 '원세훈 구속 예언' 실현되나

정치 개입 의혹 불러일으키며 궁지에 몰린 'MB 측근' 원세훈

원세훈 전 국정원장 퇴임 직후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이 불에 기름을 부은 듯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TK(대구·경북) 핵심 측근(원 전 원장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2009년 2월 취임한 원 전 원장은 취임 4개월 만인 그해 6월, 처음으로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을 받게 된다. 이후 4년간 국정원과 관련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지내던 시절인 2009년 6월 23일 한 주간지 인터뷰를 통해 "희망제작소만 해도 지역홍보센터 만드는 사업을 3년에 걸쳐 하기로 행정안전부와 계약했는데 1년 만에 해약 통보를 받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국정원에서 개입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이어 "시민단체와 관계 맺는 기업의 임원들까지 (국정원이) 전부 조사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통에 많은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힘겨운 상태"라며 "이는 명백한 민간 사찰이자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을 정면으로 겨눴다. 정권 초반, 국정원장의 힘이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에 비견되던 시기였다.

국정원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박 시장을 고소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박 시장 때문에 국가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웃픈'('웃기고 슬픈'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사건은 국정원의 패소로 막을 내렸다.

원세훈 국정원장 임명은 촛불 시위에 덴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원장에 자신의 측근을 앉힌 것이라는 비판을 받은 인사였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경찰 조직을 기껏해야 1년 정도 관할해 봤던 원 전 원장을 국가 정보 기관 수장으로 낙점한 것이, '박원순 고소 사태'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원 전 원장이 친 '사고'는 박원순 시장 건만이 아니었다.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원 전 원장이 두각을 나타낸 부문은 '소송전'이었다.

▲ 2009년 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취임 직후부터 국내 정치 개입 의혹 불러일으킨 원세훈 전 국정원장

방송인 김미화 씨는 지난해 4월 MBC 노조와 한 인터뷰에서 "(2010년) 국정원 직원이 2번 찾아왔다. VIP(이명박 대통령)가 나를 못마땅해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사회 봐서 좌파로 본다는 말도 들었다. 집까지 왔었는데 도청 장치라도 했나 싶어 어제 사실은 잠을 한숨도 못 잤다. 김제동 씨 관련 보도 보고 소름 끼쳐 잠이 안 왔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김 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국정원은 김 씨를 상대로 송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당시 고소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국정원이 이를 슬그머니 접은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이나 김미화 씨는 보수 세력으로부터 '좌파'로 낙인찍혔었다. 모두 '친야 성향'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이다. 이런 인물들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의혹은 최근 불거진 원 전 원장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과 맥을 같이한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폭로한 국정원 내부 자료는 국정원의 광범위한 '정치 사찰' 의혹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원장님 지시 사항'으로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된 글을 정리해 25건의 사례를 폭로한 진 의원은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기간 중,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5건의 '지시 사항'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통치, 그리고 국책 사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컨대 2010년의 한 '지시 사항'에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세력을 좌파 단체로 규정한 뒤, "세종시 등 국정 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 단체들"에 "정공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국정)원이 앞장서서 대통령님과 정부 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19대 총선 직후인 지난해 4월에는 "선거 결과 다수의 종북 인물들이 국회에 진출함으로써 국가정체성 흔들기"가 예상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표현된 부분도 있다. 대북심리전단은 지난해 대선 당시 불거진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 개입의 '배후'로 지목된 곳이다.

4년치 의혹 봇물…박원순의 2009년 '예언' 눈길

25일 오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전 원장이 "전교조를 '종북 단체'로 규정해 합법 노조의 명예를 훼손하고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전교조는 서울중앙지검에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직권 남용,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1일 민주노총·전교조 등이 업무상 횡령,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원 전 원장을 고발한 것에 이은 추가 고발이다. 또한 전교조는 25일 법원을 방문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앞서 4대강범국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인터넷 여론 조작, 4대강 사업 관련 여론 조작 등을 지시한 혐의로 원 전 원장을 고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미화 씨 등에 대한 민간인 사찰 의혹 역시 명백히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이런 각종 추문에 시달리는 와중에 원 전 원장은 퇴임 사흘 만인 24일 해외로 출국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23일 원 전 원장을 출국 금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각종 고소·고발이 걸려 있는 원 전 원장이 도피성 출국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장이 되기 전 원 전 원장은 행정고시 출신 행정 관료일 뿐이었다. 턱이 잘 벌어지지 않는 하악관절염으로 군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그가 정보 조직 수장으로 4년간 장수했던 데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국회 정보위 관련 인사들은 원 전 원장의 무능 사례를 다수 증언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정보위에 출석해 '우리 군의 경계 태세'니 '북한의 도발 징후'니 하는 말들을 한 것과 관련해 한 정보위 관계자는 "어떤 때는 '그런 말을 여기에서 해도 되느냐'고 의원들이 물어볼 정도로 당혹스러운 말들을 한 적도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국정원장이 정작 본연의 임무인 안보 등에 대해서는 무지했다는 지적이다.

박원순 시장이 2009년 6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오늘날 원 전 원장을 둘러싼 사태를 예견하고 있다.

"저는 이 정부, 아마도 청와대나 국정원이겠지요, 배제의 정치를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사령부가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민간 사찰이 복원되고 정치와 민간에 개입이 노골화되면 이 정권의 국정원장은 다음 정권 때 구속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지요."

박 시장 말대로 원 전 원장이 구속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편 역대 정권의 정보 기관 수장들은 대부분 말로가 좋지 않았다. 군사정권 시절 정보 기관 수장들이 훗날 줄줄이 구속된 것은 물론,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정원장들도 정권이 바뀐 후 재임 중 행적이 도마에 올랐다.

김영삼 정부 핵심 실세였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총풍', '북풍', '안풍' 의혹 등 각종 정치 공작 의혹으로 네 차례나 기소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이던 신건 전 원장은 정권이 바뀐 후 불법 감청 지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장이던 김만복 전 원장도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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