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당초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에 대해 미온적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수뇌부가 바뀌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재경 경찰청 차장은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인 이 모 씨의 존재가 추가로 드러난 만큼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필요 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한 경찰청장 체제가 들어서기 전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검증 파문으로 옷을 벗고, "범죄 혐의가 없다"는 '한밤중 보도자료'를 내 축소 수사 의혹에 휩싸였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물러나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된 상황이다. 이성한 신임 경찰청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 축소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끝난 후 (김용판 전 서울청장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시스 |
검찰, 특임 검사 카드로 'MB맨' 정면 겨냥?
검찰도 수뇌부가 교체되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원세훈 전 원장 관련) 사건의 중차대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총장 취임 후에는 그에 대해 전모를 파악해 보고, 수사 체제를 재정비해서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이른바 '원장님 지시 사항' 문건이 폭로된 후 민주통합당과 시민단체로부터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특임 검사를 임명해 이 사건에 관한 수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폐지가 사실상 확정된 중수부가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채 총장의 특임 검사 임명은 과거 '중수부 하명 사건'의 의미를 갖는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선이다. 지난 정권 인사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정치적 부담감도 감수하겠다"는 채 총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비리 검사' 사건, '성 추문 검사' 사건 등으로 최근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는 평을 받은 검찰이 특임 검사 카드를 꺼낸 만큼 모종의 '수확'을 거둘지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16일에는 민주통합당 측 대리인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후 참고인 조사 등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갈래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경찰이 수사 중인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면 검찰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원 전 원장 기소 여부를 검토하게 될 전망이다. '댓글 사건'의 공소 시효가 6월 19일에 만료되는 만큼 그 이전에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결판이 나게 된다.
'원세훈 사건'은 이전 정권 핵심 인사에 대한 현 정권의 '사정'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원 전 원장 개인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어 향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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