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원내대표 선거 및 전당대회를 앞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영입 등 '보수 통합론'에 불을 지핀 여파로 바른미래당이 소속 의원 탈당설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한국당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과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계개편 관련 논의가 오갔는지 주목된다.
손 대표는 30일 김 의원의 회동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김 의원을 만난 게 얘기가 되느냐"며 "지지난주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그는 "언론에 보도된 그런 내용은 없다"며 두 야권 지도자가 중도보수 통합론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김 의원과 개혁 보수, 중도 보수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당 소속 이학재 의원의 탈당 및 한국당 입당설이 불거진 데 대해선 "이 의원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쉽게 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의원은 우리 당이 추천한 국회 정보위원장이고, 이 의원의 가치가 과연 지금 한국당과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이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좀더 생각을 해보자'고 탈당 만류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 의원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 가볍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이어 최근 강연 정치를 재개한 유승민 의원이 "'보수'라는 말을 못 쓰는 것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당내 상황에 불편함을 표한 데 대해 "(보수라는 말을) 왜 못 쓰느냐. 제가 항상 말하는 중도개혁정당은 개혁 진보와 개혁 보수를 다 아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유 의원이 강연을 통해서라도 자기 입장을 말하고, 정치를 재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유 의원은 당의 중요한 자산인 만큼, 당 개혁 활동에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오신환 당 사무총장이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에 대해 손 대표에게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사무총장의 보고 요지는 '이 의원은 마음을 굳힌 것 같지만 다른 의원들의 동요는 없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가 △이학재 의원의 탈당설 진화 △유승민 의원의 당내 역할 당부와 함께 △김무성 의원 회동 사실을 공개 확인한 것은, 한국당발(發) 보수통합 논의에 당 소속 의원 일부가 휘말리는 상황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가 생각하는 정계개편 구상은 민주평화당 쪽보다는 한국당 비박(복당)파들과의 제휴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 7월 전후로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차피 내년 여름이 되면 장이 설 텐데, 뭐하러 미리 움직이느냐'고 동요하는 일부 의원들을 주저앉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날 '평화당과는 별 이야기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평화당과 무슨 이야기를 해요?"라고 되물으며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다른 손 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평화당이나 민주당 내 비문(非문재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 세력의 통합'이라는 큰 그림에는 변함이 없고, 일부 한국당 의원들과의 접촉은 "파이를 키우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당이 쪼개지고 비박계가 당을 나오면, 그 사람들이 또 보수 신당을 만들게 두느니 그냥 데려오자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손 대표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등의 정계개편 구상은 모두 한국당 내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거나 별도 신당을 만드는 등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한다. 반면 전날 한국당에 복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내세워 비박계가 당권을 잡게 되면, 이들과 정치적 거리가 가까운 바른미래당 내 구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에 돌아갈 명분이 생긴다.
결국 야권의 통합 또는 재편 전망은 내년 2월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와 그 전초전 성격으로 평가되는 원내대표 선거의 결과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소수당인 바른미래당 등은 최소한 한국당 전당대회 결과까지 지켜본 이후 구체적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한국당이 보수를 재건하려면 보수 가치를 제대로 세우려고 해야지 바른미래당을 끌여들여 '덧칠'을 하려 한다"이라며 "변화하는 정치 지형 속에서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의 중심을 잡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른미래당이 '보수 통합'으로 한국당과 통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당과) 연대 얘기를 하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내년 2월 전당대회가 기점이고, (정계개편의) 최종 시한은 내후년 총선 공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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