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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보수 재건이 소명…어떤 희생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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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승민 "보수 재건이 소명…어떤 희생도 하겠다"

5개월 만에 공개행보 文정부 맹비판…"한국당서 입당 제의"

바른미래당·바른정당 대표를 지낸 유승민 의원이 6.13 지방선거 이후 5개월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를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소득주도성장론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강력 비판하는가 하면 보수 통합 관련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상 정치 활동을 재개한 셈이다. 유 의원의 복귀가 바른미래당이나 보수진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유 의원은 28일 서울 이화여대의 한 경제 관련 수업에 특강 연사로 나서 '시장, 국가 그리고 정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유 의원은 강의 중 한 학생의 질문에 답하면서 "보수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 자신이 보수를 어떻게 제대로 재건할 수 있느냐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 필요한 때가 오면, 제가 어떤 희생을 해서라도 보수가 다시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보수가 이렇게 분열되고 국민들한테 멸시·무시당하면 진보도 정치하기 편해져서 긴장을 안 한다. 보수가 다시 서는 게 대한민국을 위해 중요하다"며 다만 "아직 우리 바른미래당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과거를 갖고 싸우고 있으니 보수 재건을 마음 열고 자기를 내려놓고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갈 길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마음을 열고 자기를 내려놓는다"는 표현이나 "때가 오면 어떤 희생을 해서라도" 등의 발언은 유 의원이 정치적 거취 선택에 있어 극적 결심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강의 전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보수 통합' 관련 질문을 받고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오랫동안 생각을 많이 했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며 "보수가 정치인들끼리 통합하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국민들 마음을 얻느냐가 중요하다. 2007년, 2012년 대선에서 이명박·박근혜 찍은 분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데 그 분들 지지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재건' 작업 등 구체적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언젠가 결심이 굳어지면 그건 뭐 국민들께 꼭 말씀을 당당하게 드리고 그 후에 행동을 할 생각"이라며 "(때를) 언제라고 정한 것은 없다. 무너진 보수 재건이 정치적 소명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과 희생도 하겠다. 제가 그 길을 찾을 때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강연 일정이 정치활동 재개냐'는 질문에는 "제가 정치인인데 정치 활동을 접은 적이 없다"며 "(단) 정치적 문제에 대해 제가 좀더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고, 고민이 끝나면 말씀을 드릴 것이다. 정치를 적극적으로 새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보수진영 일각에서 '반문(反문재인)연대 빅텐트' 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이 정부가 잘못 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야당이 힘을 합치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반문'이 보수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반문'보다 훨씬 중요한 보수의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그는 "한국당 사람들이 저와 가까운 정치인을 보내서 '빨리 입당하라'는 얘기를 했지만 통합 전대 관련 얘기는 없었다"며 "정치권에서 사람을 중간에 넣어서 한다는 게 좋은 대화 방식도 아니다. 입당 제안에 대해서는 전혀 답을 안 하고 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기자들이 '입당 제안이 언제 있었느냐. 최근이냐?'고 묻자 그는 "그 동안 계속, 여러 루트를 통해"라고 했다.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 내 상황과 관련해 "저는 바른미래당이 건전한 중도보수정당으로 태어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안철수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만들 때의 약속이었다"며 "그게 흔들렸던 부분이 바른미래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지지를 갉아먹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 현재 당권을 잡고 있는 손학규 지도부에 선을 그었다.

그는 "건전한 중도보수정당으로 태어나야 하는데 '보수'라는 말을 못 쓰는 것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 있었지만, 그 점은 보수 재건 결심이 서면 언젠가는 당 안에서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말했다. 모종의 정치적 결심이 서면 당 내에서 정체성 투쟁부터 시작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文대통령, 삶의 질이 중요하다? 경제성장은 곤두박질쳐도 되느냐"

유 의원은 강연 내용을 통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과 최근 문 대통령의 경제 관련 발언 등을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인 지난 여름, 인사혁신처의 <공정채용 가이드북>을 보면 '공정성의 핵심은 운(運)의 중립화'라는 존 롤즈의 말을 써놨다"며 "저 말과 최근 서울시 교통공사에서 있었던 고용세습 문제, 민주노총 조합원 친척 자식들 세습 문제를 비교해보면 우리 현실은 아직도 너무나 다른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권이 공정한 시장경제를 제대로 만들 수 있겠느냐. 민주노총 조합원 아들이라고 뽑는 이것을 진짜 공정하게 바로잡을 수 있느냐, 공기업 취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느냐"며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입에 달고 살지만, 혁신성장을 하려면 규제를 없애고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노동개혁을 해야 하고, 재벌은 글로벌 시장 나가서 1등 하도록 자유를 주되 국내시장에서 나쁜 짓 못하게 하는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 의원은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만나 "GDP(국내총생산)나 경제성장률보다 삶의 질의 지표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점을 들어 "그럼 삶의 질은 고상한 것이고 GDP는 삶의 질이나 행복과 관계없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무슨 뜻으로 GDP나 성장률이 아니라 삶의 질이 중요하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나라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경제성장은 곤두박질쳐도 괜찮고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한 것이냐. 그러면 삶의 질은 뭐냐. 소득 없고, 일자리 없고 그런 상태라도 과연 괜찮은 거냐"고도 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그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0년~50년 집권을 더 하겠다고 하는데, 20년~50년 동안 경제성장 무시하고 그러면 (경제가) 벼랑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민주당 등이) 대표적으로 하는 말이 '낙수효과가 없다'는 것인데, 생각해 보라. 조선사가 망하니 거제·진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며 "낙수효과는 없는 게 아니라 부족한 것이다. 부족하지만 대-중소기업이 같이 잘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낙수효과가 없으니 대기업 위주 경제는 안 된다'며 대기업을 과하게 때려잡아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고용 없는 성장'이란 말도 학자들이 연구실에서 쉽게 말하지만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성장률이 아니라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데, 성장률이 올해 2%대에서 0%대로 내려가면 우리 경제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IMF 사태 이후) 20년간 겪었는데 아직 저런 소리를 한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가는 경향은 맞지만, (예컨대) 1% 성장했을 때 일자리가 10만 개 생기던 것이 7만 개 생기고, 5만 개 생기고 하면서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성장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란 격한 언사까지 동원했다. 그는 "최저임금 올리고, 공무원 많이 뽑고,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 주고, 기초연금 드리고… 이런 거 열심히 하면 경제가 사느냐"며 "소득주도성장이란 게 그 분들 가처분 소득을 높여서 그게 소비·투자로 이어지면 성장할 거라는 논리인데, 그게 전혀 작동 안 한다고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경제(성장률)가 내려가는 것을 뒤집을 만큼 강력한 성장 해법은 전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의) 상당 내용은 복지정책이거나 노동정책"이라며 "정명(正名). 이름을 옳게 지어야 한다. 복지는 복지다. 복지는 하되 다만 세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복지를 해야 하고,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이 경제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거짓말 하지 말고, 문 대통령도 하시겠다는 혁신성장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께서 소득주도성장에 보이는 열과 성을 반 정도만 혁신성장에 보여주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우리나라 경제의 모든 구조적 문제는 시장에서 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시장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람들은 구조적 모순을 축적시키고 확대할 뿐이다'(라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우리 정치는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가 있다"며 "IMF 사태는 시장실패이기도 하고 정부실패이도 했다. 그런데 그것을 '시장 실패이니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보에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하다가 실패해 자영업자가 들고 일어나니 카드 수수료를 낮추라고 하는데 이것이 가격규제다. 최저임금도 가격규제"라며 "시장에서 일자리가 안 생기니 세금을 걷어 공무원을 왕창 뽑고 공공기관도 뽑는다고 한다. (그런데) 일자리는 정부가 하는 게 시장이 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일 때가 많고, 그것이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나는 핵심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일 한심하게 보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일자리 17만 개 만들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세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공무원이 무슨 부가가치를 만드나. 공무원 한 사람 먹여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야 하고, 국민연금보다 많은 연금 주고, 정년도 보장해야 한다. 그 비효율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 매년 엄청난 예산을 쓰겠다고 한다"고 비난도 했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이념적으로 경도된 사람들이, 예컨대 전경련이나 한국경제연구원 같은 곳에서는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하며), '시장에 맡기라'고 하지만 사실 시장에만 맡겨서는 문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면서 "시장만능주의도 국가만능주의도 아니고 적절한 해법은 중도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 문제마다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뭔지, 시장에 맡기는 건지 아니면 정부가 간섭·규제하는 건지 찾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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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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