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가안보실을 사칭한 이메일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또한 이메일이 사칭당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찰주사 출신 한 직원이 지인이 관련된 뇌물 사건의 수사 상황을 캐물어 도마에 올랐다. 연이은 악재에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한국일보>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개인 이메일 계정이 도용돼 정부 부처 관계자에게 "대북 정책과 관련된 내부 자료를 보내라"고 요구하는 가짜 메일이 올해 초 발송됐다고 29일 보도했다. 윤건영 실장이 쓰지 않아 휴면 상태가 된 국내 이메일 계정을 누군가 도용해 정부 부처 관계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정부 부처 관계자가 윤건영 실장에게 해당 이메일을 보낸 것이 맞는지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윤 실장은 청와대 내의 전산 정보 책임자에게 바로 신고했다.
청와대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자체 조사 결과 해당 해킹 IP는 해외에 서버를 둔 것으로 드러나 더는 추적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추가 브리핑을 통해 "윤건영 실장의 이메일이 해킹당한 것은 아니고, 사칭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건영 실장의 이메일과 같은 아이디로 명패만 바꿔 이메일을 보냈지만, 사실은 타인의 이메일로 보낸 것이고 답장도 타인의 이메일로 가도록 하는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또 "(사칭 이메일을 받은 정부 부처 공무원이) 여러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을 사칭한 가짜 이메일이 외교 전문가들에게 발송돼 지난 27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가짜 이메일에는 권희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 이견 차이로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허위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윤건영 상황실장의 이메일 사칭 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번에는 다자 문서를 조작해서 그걸 해킹했다면, 이번에는 자료를 보내달라고 하는 것이라 성격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가짜 이메일 사건에 이어 공직기강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의 한 직원이 지난 10월 경찰에 자신의 지인이 관련된 뇌물 사건 수사 상황을 캐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검찰 출신인 청와대의 김모 수사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건설업자 최모 씨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에게 돈을 건넨 사건에 대해 물었는데, 알고 보니 건설업자가 김 수사관의 지인이었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해당 직원은 특감반의 행정 요원이고 소속은 대검찰청 소속 검찰주사 6급"이라며 "민정수석실에서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직원을 검찰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비위 내용에 대해 구두로 통보했고, 청와대 자체 조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검찰청에 징계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비위 직원을 곧바로 징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는 파견 직원에 대한 징계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국가공무원법 78조를 보면 6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소속기관의 장, 소속 상급 기관의 장에게 징계권이 있다는 것이다.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 운전으로 직권 면직된 사건으로 청와대의 '공직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또다른 청와대 직원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6일 직원들에게 보낸 전체 이메일을 통해 "관성과 결별하라.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기강 잡기에 나선 지 3일 만이다.
잇따른 공직 기강 해이 논란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의겸 대변인은 "그래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전체 청와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임종석 실장이 보낸 이메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