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제중, 음식점 한다고 허가 받고 유흥업소 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제중, 음식점 한다고 허가 받고 유흥업소 하나"

[리울 김형태의 교육 이야기] <1> '문제 학교', 설립 취소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특수목적학교인 영훈국제중학교에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로 입학한 것을 계기로 '귀족 학교' 논란이 불붙었다. 그 과정에서 특수목적학교의 사배자 운영 실태를 가감 없이 폭로하고 비판한 인사가 있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다.

국어 교사 시절 내부 고발자로 찍혀 해고당했던 그가, 서울시 교육의원이 돼 목격한 우리 교육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 사학 비리를 비롯해 서울시 교육 정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온 김 교육의원이 4월부터 한 달에 두 번 '리울 김형태의 교육 이야기'를 <프레시안>에 연재한다. '리울'은 '유리와 거울'의 준말로 시인이기도 한 김 교육의원이 쓰는 '아호'다. 김 교육의원은 단순한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교육 주체가 고민해볼 만한 화두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편집자>

얼마 전, 이른바 우리나라에서 1% 안에 든다는 억대 연봉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우리 사회에 불만이 많았다. "소득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사실상 우리들의 세금으로 나라가 유지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우리를 도둑 취급할 뿐 과연 한국 사회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일리 있는 얘기였다. 일부 부유층의 비도덕적 행태로 인해 모든 부유층이 다 그런 양 도매금으로 손가락질을 당하니, 얼마나 억울하랴. 그러나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다. 이른바 선진국의 부자들처럼 부유층이 먼저 나서 존경받도록 행동해야 한다. 일부 부유층의 특권을 이용한 반칙이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식에게 부귀영화 물려주고 싶은데, 아뿔싸?

현재 우리나라 부유층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들이 누리고 있는 부귀영화를 자녀에게 대물림해 주고 싶은데, 아뿔싸 자녀의 성적이 부진한 것이다. 자녀가 정문으로 들어갈 실력이 안 되니 옆문, 뒷문을 찾아 기어코 사립 초등학교, 국제중, 특목고, 또는 외국인학교에 넣고야 만다. 그것은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과 편입학 악용 사례로 나타난다.

학부모들의 제보와 증언에 따르면, 일부 학교는 편입학하여 학교발전기금을 내는 등 학교에 크게 기여하는 부유층의 자녀를 '특별 관리' 해준다. 다시 말해 '내신 부풀리기와 성적 조작'을 통해 좋은 상급 학교에 보내준다는 것인데,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만에 하나 이런 제보들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마라톤 경기에서 일반 서민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가고 있는데, 일부 부유층 자녀들은 중간에 새치기하여, 그것도 자가용을 타고 앞질러 가는 셈이다.

▲ 영훈국제중학교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특정 감사가 3월 8일 시작됐다. 영훈국제중은 최근 편입생 학부모에게 입학 대가로 현금 2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학교에 들어서는 감사관들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부유층에게는 독특한 교육관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이 진골, 성골 나누는 신라시대도 아닌데, '우리 아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학교'를 원한다는 것이다. 서민의 아이들과 섞이는 것이 싫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사례도 있다. 임대아파트 아이들만 다니는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는 폐교가 결정됐다. 일반 아파트 주민들이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섞이는 것이 싫다며 이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 부모'들도 이 정도다.

하물며 '부유층 부모'들은 오죽하랴. 그래서 자기들만의 특별한 교육을 위한 사립 유치원, 사립 초등학교, 국제중, 특목고 등등, 다시 말해 '귀족 학교'가 필요한 것 아닌가. 이런 학교에 편입학을 할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내놓겠다는 것 아닌가. 부모 잘 만난 덕분에, 사립유치원, 사립초, 국제중, 특목고 나온 아이들이 나중에 우리 사회 지도층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본다. 과연 그 아이들이 온전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존경받는 부자들이 나오려면 '심판'이 제 역할을 해야

일부 사학들은 염불에는 관심이 없다. 온통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장삿속으로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가난한 집 아이는 찬밥, 쉰밥일 수밖에 없다. 그 아이들 대신 부잣집 아이들을 받아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파행과 일탈을 우리 교육 당국이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일부 부유층의 빗나간 자식 사랑, 그리고 사실상 편입학 장사를 하고 있는 사학들의 잘못된 행태를 알면서도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중, 자사고 등 특수목적학교 설립 당시에 다 예견됐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은 마치 '민간 회사'에 선심 쓰듯 교육을 사학에 넘겨주었다. 교육은 국가의 책무인데, 국가가 사실상 수익 사업을 해보라고 그 책무를 넘겨준 것이다. 특수목적학교들은 정말 전혀 다른 '특수 목적'에 충실히 매진하고 있다. 설립 취지를 망각하고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음식점 한다고 해서 허가해 주었더니 유흥업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라도 국가는 설립 취지를 망각한 학교와 설립 이행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는 특수목적학교에 대해 과감하게 설립 취소를 단행해야 한다. 한통속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교육 당국은 국제중 등 일부 특수목적학교들을 일반학교화하고, 정말 특수목적학교들이 필요하다면 민간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육사, 경찰대처럼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 할 것이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교육 혁신에 왜 성공했는가? 교육을 철저하게 국가의 책임과 책무로 여긴 덕분 아닌가? 설립할 때는 그렇게 졸속으로 서두르던 교육 당국이 취소에는 왜 이렇게 게으른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도 존경받는 부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부유층을 '사회 지도층'이라고 말해도 아무도 시비 걸지 않고 "그 말이 맞다"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속히 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판이 제 역할을 똑바로 해야 한다. 부유층이 더는 특권을 이용해 반칙하지 않도록 휘슬을 제대로 불어줘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