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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경찰, '부글부글' 검찰, '속 끓이는'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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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경찰, '부글부글' 검찰, '속 끓이는' 청와대

[분석] 성 접대 의혹 둘러싼 핵심 권력 기관들의 엇갈린 속내

이른바 '별장 성 접대 의혹 동영상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경찰을 비롯해 검찰, 정치권 등이 총체적으로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청와대의 경찰 수사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청와대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 권력 기관과 이들을 통제해야 할 청와대가 각자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건설업자 출신인 윤 모 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윤 씨의 내연녀 사이의 '간통 사건'에서 출발한 이슈가 법무부 차관을 임명 6일 만에 끌어내린 '정관계 스캔들'로 번진 내막도 기가 막히지만, 정권 초 권력 기관들의 힘겨루기 모습까지 보이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평도 나온다.

난관에 부딛힌 경찰…검찰은 '부글부글'

경찰은 난관에 부딛혔다.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 씨 등으로부터 10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고위 간부 김광준 전 검사를 구속하는 등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 왔지만, 그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임기가 남았던 김기용 경찰청장이 이번 사건 수사 여파로 사실상 경질 수순을 밟고 있는가 하면, 부실 수사 논란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건설업자 윤 모 씨 내연녀 등의 진술을 토대로 2분 30초 분량의 '성 접대 현장 동영상'을 확보했다. 동영상이 흐릿해 인물 윤곽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경찰은 '동영상 속의 인물이 김학의 차관이 확실하다'는 몇몇 피해 여성 등의 진술을 토대로 김 차관 수사에 돌입한다. 지난 18일 내사에 착수해, 20일 윤 씨 등 3명을 출국 금지하면서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이후 하루 만인 21일, <조선일보>는 김학의 전 차관의 실명을 적시해 보도했고, 김 전 차관은 그날 저녁 사표를 제출했다.

▲ 고위층 성 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의 촬영 장소로, 건설업자 윤 모 씨의 별장(강원도 원주시) 이다. 2분가량의 동영상을 봤다는 A 씨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영상에 나온 곳은 원주에 있는 윤 씨 별장 2층의 바와 가라오케를 겸한 방"이라며 "이 별장에 몇 차례 가봐서 내부를 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른바 '성 접대 동영상' 속 문제의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또한 "성 접대가 있었다"고 진술한 일부 피해 여성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성 접대를 부인했고, 핵심 연루자인 윤 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동영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자 경찰은 슬그머니 성 접대 의혹 수사 대신 윤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윤 씨와 일부 공무원의 불법 행위만 수사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이 김 전 차관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원본을 확보하거나 결정적인 다른 증거를 포착하지 않는 한, 연루된 인사 대부분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거론된 일부 인사가 언론사 등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경찰이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검찰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검찰 쪽 인사들의 심기가 이래저래 불편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대대적인 검찰 개혁을 예고했다. 검사가 연루된 추문도 끊이지 않았다. '떡값 검사', '스폰서 검사' 논란에 이어 '벤츠 검사', '뇌물 검사' 사건이 터졌고, 그에 더해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어 물의를 일으킨 검사까지 등장했다. 검찰은 이렇게 스스로 정치권에 개혁 명분을 제공해 왔다.

이처럼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황에서 검찰 출신인 김학의 전 차관이 불명예 퇴진했다. 김광준 전 검사 구속에 더해 김 전 차관 낙마도 경찰 수사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성 접대 의혹 동영상 파문이 향후 전개될 검경 갈등의 예고편이라는 말도 나온다.

속 끓이는 청와대

경착과 검찰을 통제해야 할 청와대도 사정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김기용 경찰청장을 사실상 경질해야 했던 배경에도 이번 성 접대 의혹 동영상 파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서 김 전 차관 관련 사항에 대해 문의했을 때 경찰이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나 내사가 진행 중인 건 없다'고 보고한 것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김학의 전 차관이 낙마하게 됐다. 김 전 차관은 현 정부에서 가장 잘나간다고 평가받는 경기고-서울대 출신이다. 부친이 박정희 정부 시절 베트남전에 세 차례나 파병됐던 군인 출신이어서 박 대통령이 그를 눈여겨봤다는 말도 나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인 김 전 차관이 임명될 때 뒷말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밀어붙였다. 심지어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와 연수원 기수가 같아 '파워 차관'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가장 충격적인 이유로 낙마의 고배를 마셨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체면이 손상된 것은 물론이다.

25일에는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국과수를 찾아가 동영상 분석 기록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와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이는 야당에 '청와대의 수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빌미를 줬다. 현재 일부 청와대 인사들은 이 정보를 경찰 측에서 흘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직을 통제해야 할 청와대가 경찰에게 뒤통수를 맞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선에서 수습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청와대가 이를 계기로 공직 기강 확립 명분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경찰과 검찰 모두 워낙 색깔이 강한 조직들이고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개입 의혹까지 일면서 두 기관을 통제할 지렛대를 잃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수뇌부를 정면으로 건드린 경찰은 이번 수사가 '부실 수사'로 귀결될 경우 검찰의 거센 반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검경 수사권 문제 등에 있어서 "수사권을 달라"는 명분을 내세우기 힘들어진다. 검찰은 당분간 낮은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에서 검찰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향후 진행될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가 '성 접대 의혹'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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