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크리스 케이 세계식량계획(WFP) 파트너십 사무차장 대리 겸 정부공여국장이 "정치적 문제 해소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자금의 흐름을 제한하는 장애물들이 제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케이 국장은 지난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에서 진행 중인 여성·아동 지원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내년 4월까지 최소 750만 달러(84억9000만 원 상당)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WFP는 현재 북한의 9개 도에서 여성(임산부와 수유부) 및 영유아 65만 명을 대상으로 매달 영양 및 생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케이 국장은 "지속적인 자금확보가 어려워 현재 WFP가 북한에서 진행하는 인도적 지원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상당한 도전 과제"라고 설명했다.
방한 기간 통일부 당국자와 면담을 했다고 밝힌 그는 한국 정부의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지원 기금과 관련, 통일부 측에서 "집행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적 상황이 만족할 만한 상황, 그런 방향으로 잘 해결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길 바란다는 희망을 공유했다"고 소개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지만 1년이 넘도록 기금 집행을 미루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에 저촉되지 않지만,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 국장은 "민감한(delicate) 정치적 상황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능한 한 지원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고, 정치적 영향이나 장애물이 조만간 극복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케이 국장은 방한 기간 농식품부와 개도국 대상 한국산 쌀 원조 확대 등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해 1월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 올해 처음으로 쌀 5만t을 WFP를 통해 예멘·에티오피아·케냐·우간다 등 4개 개발도상국에 지원했다.
1968년 발효된 FAC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15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해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인도적 목적의 식량을 지원하는 국제 협약이다. 우리나라가 대량으로 쌀 원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선적된 쌀은 7월 예멘을 시작으로 분배가 진행되고 있으며, 8월 한 달에만 4개국 총 210만명이 한국의 쌀 원조 혜택을 받았다. 연말까지로 예정된 쌀 배분이 마무리되면 전체 수혜자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케이 국장은 한국의 개도국 쌀 원조 결정에 깊은 사의를 표하며 "단시간에 무상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성공 사례는 우리가 기아 퇴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농식품부와 올해 쌀을 원조한 4개국에 더해 내년부터는 방글라데시 로힝야족 난민촌에도 한국산 쌀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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