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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굶어죽겠다' 싶으면 박원순에게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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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굶어죽겠다' 싶으면 박원순에게 오세요"

[열린인터뷰] 서울시민, 박원순 시장에게 묻는다 ②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와 <프레시안> 자발적 유료 독자들인 '프레시앙'들이 서울 시민 자격으로 "돈독이 오른" 박원순 시장을 인터뷰했다. 지난달 31일 늦은 7시 30분, 합정역 근처 '후마니타스 책다방'에서 열린 '본격 박원순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박 시장의 '꼼꼼함' 덕에 전할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박원순 서울시장 열린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박근혜 당선인은 왜 박원순 시장에게 '웃음'을 보였을까, 박원순 시장의 꿈은 왜 '보도블록 시장'일까. 박원순 시장은 왜 "돈독"이 올랐을까. 박원순 시장은 '종북'의 뜻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박원순 시장의 입을 통해 넘치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때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서울시 공무원들은 왜 "시장님 또 깔대기(자기 자랑) 나왔다"고 웃음 지었는지, 박원순 시장 '열린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두 번의 재수, 서울대학교에서 재적, 사법고시 합격, 검사,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1세대에서 서울특별시장까지, 서울시민들이 박원순을 파헤쳤다. 1편은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의 인터뷰, 2편은 서울시민들의 인터뷰가 발행된다.(편집자주)


서울시민, 박원순 시장에게 묻는다
① 박근혜가 박원순을 만나 웃음 지은 이유는?


박원순, "청년들, 쫀쫀해지지 말자…굶어죽게 생겼으면 저에게 오세요"

서울시민1 : 20대고, 아직 하는 일은 없다. 박원순 시장과 가까이 일을 해보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있을까?

박원순 : 예를 들어 제가 희망제작소를 할 때, '소셜디자인 스쿨'이 있었다. 3개월 과정인데, 내가 인생에서 뭘 해야 할지 발표하는 게 마지막 순서다. 안철수 교수도 오셔서 강의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도 명성은 있다. 서울시는 직접 하기보다는 그런 일을 하는 곳을 지원할 수 있다. 앞으로 서울시에서 장인에게 제대로 배우는 과정을 만들 생각도 있다. 서울시가 예산을 들인 것인데,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을 대학교와 함께 하고 있다. 청년 여러분들이 꼼꼼히 찾아보면 상당히 그런 과정이 많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은퇴해도 나이가 너무 젊지 않나. 60대도 청년 아닌가.(웃음) 새로운 인생을 찾을 수 있게 '인생2모작 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은평구에 첫 번째로 개설했다. 그런 것을 꼼꼼히 살펴보면 의외로 많다. 공무원이 되시거나 인턴 제도도 있다. 제 옆에 가까이 오실 수 있다. 오늘도 가까이 있지 않나.(웃음)

▲ 박원순 서울시장 '열린인터뷰' 포스터 ⓒ프레시안(손문상)


서울시민2 : 보육교사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서울시에서 시험적으로 운영하는 게 너무 반갑다. 보육교사에 대한 복지 문제에 관해 질문을 드리고 싶다.

박원순 : 보육교사의 급여를 조금 올린다거나, 보육 교사들이 휴가를 갈 수 있도록 보완을 했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보육 교사들이 또 비정규직이지 않나. 서울시에서 보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에 갔는데, 거기에는 서너 개 보육원마다 한 분의 교육학자가 있더라. 이 분이 돌아가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감수하고 있더라. 보육은 아이를 그냥 맡기는 게 아니고 교육까지 하는 것이다. 당시 교육학자에게 '당신의 역할이 뭐냐'고 했더니, 교육에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 지금 국공립 보육시설을 많이 짓고 있는데 양에 안찰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는데, 보육코디네이터를 동마다 한분씩 배치하는 방안이다. 지금 보육교사들이 잡무에 시달린다고 한다. 한 동에 세무 업무를 보는 분을 둘 수도 있고, 규격화된 양식을 만들어서 보육시설에 돌릴 수도 있다. 제가 이렇게 꼼꼼하게 하고 있다.(웃음)

박인규 : 그래서 '꼼꼼원순'인가보다.

박원순 : 서울시 공무원들이 아주 지긋지긋 하실 거예요. 그래도 욕은 못하시는게, 제가 또 잘 해드린다. 칭찬도 많이 해드리고.

박인규 : 보육시설 늘리는 방안과 관련해 재원이 문제인 것 같다.

박원순 :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있다. 지금 시설을 하나 만들려면 땅 사야하고, 건물 지어야 하고 그런다. 머리를 굴린 게, 땅 있는 교회, 사찰 등이 있다. 땅을 제공해주면 건물을 짓고, 국공립 시설로 지정해주겠다. 이렇게 제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부를 안해 주신다. 그러면 50년 장기 임대를 하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 합의가 된 게 있다. 저희가 작년에 보육시설 140% 초과달성했다. 금년에는 예산 훨씬 줄이고 시설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두환 경호비용 왜 내주시는 거죠?"

경기도민1 : 저는 서울시민은 아니고 경기도민이다. 재정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서울시 예산 중에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지출되는 게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우면산 터널 이익을 서울시가 민간 기업에 보전해주는 것이라든지,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 비용을 서울시가 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원순 : 맞다. 제가 보기에 낭비되는 것들이 많다고 본다. 그래서 들어와서 처음 한 일이 투자 심사를 제대로 하자는 취지로 공공투자심사센터 별도로 만들었다. 시장이 원하는 사업도 '노' 하면 못하는 걸로 돼 있다. 그 다음 과거에 했던 사업을 보니 엉터리가 많았다. 감사를 제대로 시키고 백서를 만들라고 했다. 또 계약이 엉망이다. 지하철 9호선 같은, BTL이나 BTO 방식으로 서울시가 민간 기업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도 그렇다. 도데체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로 계약을 체결한 것도 많더라. 그래서 변호사 세 명을 채용해서 검토를 했다. 서울시 예산 낭비를 신고한 사람에게, 기존에는 보상이 아주 적더라. 보상도 늘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는 국가에서 하는 것인데, 경호동 하나가 서울시 소유더라. 경찰청과 정부와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 전에는 공짜로 해줬는데, 돈(임대료)을 내라고 해서 지금 돈을 받고 있다.

서울시민3 : 미학과 대학원생이다. 취업과 인문학 공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인문학을 선택했다. 인문학을 선택할 때 어머니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어머니가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 주셨다. 저는 어머니와 소통을 잘 한 결과로 진학을 하게 됐다. 사회 경험이 적은 학생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선택을 할 때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박원순 :
중요한 지적을 하셨다. 어머니를 참 잘 만나셨네요. (웃음) 거창고등학교 직업 십계명에 '부모, 형제, 배우자가 말리는 곳이면 틀림없다'는 말이 있다. 저도 부모님이 원해서 고시에 합격해 검사도 하고 변호사도 했다. 그런데 제가 희망해서 시민운동을 했다. 부모님이 말리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안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사실 잃어버린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제가 얻었다. 실패는 누구나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저도 재수를 두 번이나 했고, 학교에서 잘리기도 했다. 청년 시기에 정말 좌절할 만한 일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좌절 때문에 제가 더 건강해졌다. 청년들, 쫀쫀하게 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 하세요. 만약 굶어죽게 생겼으면 저한테 오세요.(웃음)

서울시민4 : 서울에 있는 구립 공공도서관 사서 일을 한다. 도시의 미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도서관 사서 배치 비율이 서울시가 낮다. 박 시장이 작년에 발표한 서울시 도서관 정책 내용을 봤는데 진행 상황을 알고 싶다.

박원순 : 원칙은 시립 도서관을 크게 짓는 것보다 동네 작은 도서관을 많이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충분한 예산이 없어서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제가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공무원들이 실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시장 발표 사업은 정기적으로 점검을 한다. 도서관 사업은 한꺼번에 이상적인 형태를 못 만들지만 발표했던 것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 곳(후마니타스 책다방)도 작은 도서관이지 않나. 도서관도 좋은 마을 시설이다.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민4 : 아이디어 하나 내겠다. 서울시에 24시간 도서관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언제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박원순 :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그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노동문제가 발생한다. 다 그렇게 하기보다 몇 군데를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 생각해볼 만한 아이디어다.

"연극노동자들, 깊은 고민 못했네요. 트위터로 제안 보내주세요"

서울시민5 :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질문하고 싶은데, 박 시장이 생각하는 일자리 마련에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떤 구상들이 있나.

박원순 : 다양성 속에서 사람이 필요료 하는 것이 일자리가 되고 직업이 된다. 한국은 직업의 종류가 일본의 절반,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물론 미국에 있는 직업이 반드시 한국에도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 만들 수 있는 직업이 많다. 이를테면 미국은 '정리하는 사람이나 코디네이터 같은 형태가 직업이 돼 있다. 사실 사물을 정리해주는 것도 고급의 인문학적 바탕이 있어야 한다. 제 서울시장실을 와보면 엉망이다. 제가 앉아서 정리할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 제 철학을 잘 읽어야 한다.(웃음) '회의 전문가'도 있다. 회의를 진행하는 컨설팅을 하는 직업이다. '요약하는 직업' 같은 것도 있다. 제 책 <천 개의 직업>을 보면 책 요약사도 나온다. 지식 중심 사회의 직업들이다. 서울시의 정책도 이런 쪽으로 가야 한다.

서울시민6 : 연극을 하는 사람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관련해 연극 작업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게 바로 우리들(연극인들)이더라. 젊은 예술가들은 아르바이트를 뛰지 않으면 생계가 안된다. 30대, 40대 되면 이 직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박원순 : 너무 중요한 말씀이다. 제가 말한 창조산업의 기초는 문화 예술이다. 문화 예술이 성장해야 한다. 우리가 기초 과학에 투자를 안 하고, 응용과학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문화 예술 쪽에 일하면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 제가 깊은 고민을 못했네요. 제가 여기에 메모를 했으니, 이것이 전달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문화재단 쪽에서 화가들 그림을 임대를 받아 원하는 공공시설에 빌려주는 일을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화가들의 생활이 나아진다. 연극이라든지, 이런 쪽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좋은 제안을 해 주세요. 트위터로 보내도 되고요.(웃음)

"내가 서울시장인 한 '보도블록' 하나는 제대로!"

▲ "풍납동이나 몽촌토성, 한양도성 등 서울의 문화재를 중앙정부가 다 (복원 및 발굴 등)하면 3조 원 정도 든다고 한다. 4대강 대신에 여기에 3조원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프레시안(최형락)
서울시민7 :
세계의 다른 도시들을 보면 그 도시를 상징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멘홀 뚜껑부터 '랜드마크'까지 있다. 그런데 서울은 획일적이고 개성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전공이 건축은 아니지만 '서울스러운' 느낌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박원순 : 중요한 질문이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뭔지 아시는 분이 있나? 어떤 분은 100층 이상 큰 건물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지으려고 했었다.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연이다. 서울의 북한산만큼, 도봉산만큼 아름다운 산 보셨나요. 없다. 이만큼 아름다운 도시가 없다. 한강만큼 아름다운 강도 없다. 두번째, 역사다. 서울은 조선의 6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성백제 500년 수도다. 그런데 너무나 많이 없어졌다. 남대문을 태워버렸고, 종로의 피맛골조차 없앴다. 서울은 파면 (문화재가) 나온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다 제대로 보존 못했다. 청계천도 몇 십년에 걸쳐 제대로 연구하고 복원했다면 아마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청계천은 조선 전기 치수와 토목의 산 증거다. 그것을 다 긁어서 파다가 없애버렸다. 너무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다. 풍납동이나 몽촌토성, 한양도성 등 서울의 문화재를 중앙정부가 다 (복원 및 발굴) 하면 3조 원 정도 든다고 한다. 4대강 대신에 여기에 3조 원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박인규 : 어떻게 해야 할까?

박원순 : 저는 공공건축가, 공공조경가 개념을 도입했다. 네덜란드에는 국가건축가 제도가 있다. 건축가가 전체 건축을 총괄하는 것이다. 선거를 하면 후보자와 런닝메이트 개념으로 나오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건축을 잘 알아야 한다. 서울시가 그런 큰 것은 못하더라도 작은 화장실 하나 만들더라도 반드시 공공건축가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보도블록 있지 않나. 스트레스 안 받았나. 저도 시민으로 뚜벅이로 걸어다니는데 정말 화가 났어요. 연말만 되면 막 뒤집어 엎는다. 지금 공사하는 곳 보셨나? 서울에 딱 두 군데 하고 있다. 엉뚱한 공사 절대 못하게 하겠다. 그리고 공사를 할 때 실명제를 적용한다. 최근 공사 누가 시공했는지 다 나와있다. 다른 것은 못해도 내 임기 중에 보도블록 하나는 제대로 처리하겠다. 보도블록도 간수를 못하면서 무슨 도시를 만드나. 거리모니터링단이 현재 서울시내 전역에서 몇 백명이 보고 다닌다. 이 부분은 바뀌지 않을까. 뭐 한 시장이냐고 묻는다면 '보도블록 하나는 제대로 뜯어고친 시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박인규 : 오늘 인터뷰 어땠나?

박원순 : 너무 좋았다. 질문하신 분들, 서울특별시민 자격이 분명히 있다. 여러분들 기대를 제대로 보답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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