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전원책 조강특위' 논란으로 내홍을 맞으면서 김병준 지도부가 추진해온 인적 청산 작업 자체가 존립 위기에 놓이는 분위기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강특위는 인적 청산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청산 대상으로 지목돼온 구 친박계에서는 이들의 순수성 자체가 의심받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2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비바람이든 태풍이든 우리가 이겨나가야 한다"며 "송구한 마음이지만 이것을 기화로 다잡아서 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당의 기강이 흔들려서는 어떤 쇄신도 혁신도 불가능하다"며 "남은 기간 동안 내실 있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는 그야말로 인적 쇄신 1차"라며 "그다음에 2차, 3차, 4차로 계속 가야 한다. 당협위원장 교체로 인적 쇄신을 하고, 또다시 전당대회 때 어떤 분은 나오고 못 나오느냐에 따라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고, 총선 공천 때도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고, 총선에서도 인적 쇄신이 이뤄지는 등 1, 2, 3, 4차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강특위를 통한 인적 청산의 폭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번의 절차를 거쳐서 서서히 완전한 인적 청산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번에 한 번 했다고 해서 그게 바로 인적 청산이다, 이렇게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라고 김 위원장의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
이 위원은 전원책 변호사가 주장했던 '통합 전당대회' 주장과 관련해서도 "바른미래당과의 전당대회 같은 것은 전 변호사가 정치평론가 입장에서 의견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통합 전당대회를 하느냐 안 하느냐 이것은 한국당의 일로, 조강특위의 일이라기보다 비대위가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기존 전 변호사가 조강특위를 이끌던 때에 비해 확연히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친박 "복당파가 전당대회 앞두고 당 주도권 위해 '쇄신' 이름으로 사당화"
이런 가운데 구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던 홍문종 의원은 같은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적 쇄신, 혁신을 누가 반대하겠느냐만, 인적 쇄신이 특별히 당의 한 계파, 말하자면 당을 나갔다 온 사람들이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인적 쇄신이란 이름으로 당을 사당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인적 청산 작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인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구색 갖추기를 위해 인적 쇄신이란 이름으로 이런 일을 자행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한 발짝도 못 나갈 것"이라며 "당원들이, 또 실질적으로 혁신의 대상이라고 지목받은 사람들이, 그 사람들(복당파 등)이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홍 의원은 이어 전당대회 날짜를 내년 2월 전후로 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날짜를 정한다는 것은 전당대회를 위해서, 한 계파를 위한 인적쇄신이 되게 되는 것"이라며 "이것은 혁신 작업이 아니라 자기 계파 아닌 사람들을 골라내고 제거하는 이른바 자기 계파 골라내기, 다음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인적 쇄신 작업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그런 사람들은 (자파를) 더 많이 공천해서 당을 장악하고, 더 나아가 대통령 선거에서 자기 계파 사람들에게 중요한 어드밴티지를 준다는 약간 불순한 의도의 혁신 작업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혁신작업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그것의 순수성까지 의심하게 됐다"고 주장하며 "지금 혁신이란 것이 지금 일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일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사람들이 손 떼기 전에는 '혁신'이란 말 자체를 꺼내기가 굉장히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사실상 김병준 지도부가 인적 청산 작업에서 손을 뗄 것을 촉구했다. 친박계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일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사람'이란 표현과 관련, 김무성 전 대표를 지칭한 게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홍 의원은 "이 분들이 착각하고 있다. 조강특위를 통해 지구당 위원장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당 대표가 만들어지면 지구당 위원장이나 공천권에 엄청난 파워를 갖게 되기 때문에, 지구당 위원장 바꾼다는 것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혁신 작업을 했다고 해도 전당대회에서 뽑힌 당 대표가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잘 됐다고 하더라도 국면 보호에 지나지 않고, 잘 안 됐을 경우에는 더더군다나 별 의미가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를 하기 위한 '땜빵' 작업 정도에 그치는 결과"가 될 거라고 그는 표현하기도 했다.
박찬종 "친박 최소한 15명은 '단칼에' 잘라야"
보수진영 일부 원로들 가운데서는 전 변호사의 위촉·해촉 여부와 무관하게 지금이라도 김병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청산 작업을 단행해야 한다는 촉구가 나왔다. 한국당 상임고문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역시 YTN 라디오에 출연해 "(당이) 탄핵 사태의 수렁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며 "여기서 환골탈태를 하려고 하면 친박 핵심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파동에 칼춤 추고, 비박을 압박했던 사람들 중에 적어도 15명 이상은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15명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 사법처리 당한 사람들이 대부분이 친박 아니냐"며 "한국당이 끝내 이런 식으로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제가 그 당 기자실에 가서 제 나름대로 명단을 발표할 생각"이라고 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비대위원장 된 이가 그 자리를 걸고,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자를 사람 잘라내고 해서 봉합을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고 자꾸 세월 가는 대로만 흘러 보내고, 뭘 하는지도 모르게끔 되니까 자꾸 지리멸렬한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김병준 지도부를 간접 비판했다. 그는 "잘라내는 건 전광석화처럼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지금이라도 단칼에 잘라낼 사람부터 우선 잘라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변호사는 전당대회 시기 관련 질문에도 "2월에 하면 어떻고 6월에 하면 어떠냐. 2월에 하면 이 당이 이 상태로 좋아질 가능성이 있느냐, 또 6월에 한다고 해서 그 사이에 잘라낼 사람 제대로 잘라지겠느냐"며 "지금이라도, 이번 주 안이라도 잘라낼 사람 잘라내야 한다. 단칼에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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