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개혁을 거부하는 정당에 무슨 미련이 있겠나.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감히 청하진 못하나 본래부터 바라던 바)이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 변호사는 "나를 쫓아내기 위해 명분 싸움을 하는 것인데,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니까 해촉을 한 것"이라며 "전권을 준다면서 계속해서 제동을 건 이유가 그것이다. 자기들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한국당이 인적 쇄신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거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는 "내년 2월 말에 전당대회를 하려면 오는 12월 15일까지 현역 의원을 잘라야 하는데 그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며 "지금이 예산 정국인데 12월 15일까지 사람을 어떻게 자르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은 결국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결정"이라며 "비대위원 면면을 보면 김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사람 아니겠나. 비대위의 결정은 김 위원장 개인의 뜻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또 "폭로할 내용을 폭로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모든 내막을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며 "김병준 위원장이 특정인을 조강특위 위원에 넣어달라고 (명단을) 갖고 온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주 월요일에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며 "아니면 일주일 정도 뒤에 모든 것이 잠잠해진 뒤에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준 "전원책 존중하려 했지만 조강특위 범위 벗어나는 주장 수용 어려웠다"
이처럼 당분간 전원책발 내홍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 쇄신을 위해 수혈한 외부 인사를 한달 만에 해촉한 한국당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좌충우돌 스타일인 전 변호사마저 쇄신의 칼자루를 휘둘러보지도 못한 채 사실상 쫒겨난 배경에는 '김병준 비대위'의 취약성과 계파를 막론한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을 해촉한 것에 대해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의) 말씀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지만,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 조강특위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 해촉과 관련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하여서도 더이상의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당의 정상적 운영은 물론 여러가지 쇄신 작업에도 심대한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촉된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을 향해선 "당 혁신 작업에 동참해주셨던 전 변호사께도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말씀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지만,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 조강특위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한 전 변호사의 발언을 '월권'으로 규정하며 문책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지만, 당초 김병준 비대위가 전 변호사를 인적쇄신을 위한 '차도살인' 카드로 발탁했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책임회피성 변명처럼 비쳐지는 측면도 있다.
김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인적쇄신을 포함해 비대위에 맡겨진 소임을 기한 내에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당 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그렇게 해서 내년 2월말 전후 새롭게 선출되는 당 지도부가 새로운 여건 위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역의원 물갈이'를 놓고 전 변호사와 갈등을 겪은 김 위원장이 인적 쇄신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권을 부여받은 팀장 역할을 해 온 전 변호사가 빠진 조강특위도 힘이 빠질 전망이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조강특위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 변호사를 제외한 외부 위원 3명의 거취에 대해 "외부인사 3분께 한국당의 혁신과 보수 재건의 기초를 위한 조강특위 활동을 계속 해주십사 말씀 드렸고 오늘 조강특위 회의에 참석한 이후에 외부 인사들끼리 논의해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전 변호사 해촉으로 공석이 된 외부위원 한 자리에 대해서 "당에서 추천을 하고 외부인사들과 잘 협의하고 논의해서 외부인사의 뜻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은 회의 뒤 "전 변호사 권유로 (특위에) 들어왔지만 우리가 다 나가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며 "우리가 책임지고 (특위 활동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혀 조강특위 '집단 퇴진'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위원은 김용태 사무총장 등이 전 변호사 후임으로 특정 인사를 접촉하고 있다는 설명에 "그러면 우리에게 비토당한다"며 "그 분이 설령 매우 훌륭한 분이라고 해도 당 페이스대로 간다는 평판이 나오면 조강특위에 또 하나의 심대한 위기가 된다"고 했다.
김병준 비대위가 자의적으로 전 변호사 후임을 끼워넣기 할 경우 현 조강특위 위원들의 추가 반발을 예고한 발언이다. 이 위원은 "그렇게 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전 변호사를 그렇게 밀어내고 그러면 안 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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