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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화학적 거세' 첫 판결…실효성 논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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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화학적 거세' 첫 판결…실효성 논란은 여전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이 받아들인 첫 사례

성폭행 범죄자에 대한 속칭 '화학적 거세'가 법원 판결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은 3일 미성년자 5명을 성폭행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표 모 씨에 대해 징역 15년, 성충동 약물치료 3년, 전자발찌 부착 20년, 정보공개 10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검찰이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감정을 받아 피의자의 약물치료를 청구하고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는 첫 사례다. 지금까지 검찰은 이번 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했다.

이 법에 따르면 16세 미만 청소년,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른 19세 이상 범죄자에게 본인의 동의를 받아 약물을 투여하도록 돼 있다. 약물 투여 기간은 최장 15년이다. 30대 초반인 표 씨는 지난 2011년부터 7개월 동안 10대 청소년들을 수차례 성폭행했다.

ⓒ연합뉴스

표 씨는 검찰 조사에서 "스스로 성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진술했고, 전문의는 표 씨가 성욕과잉 장애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청소년 성을 매수하고 나아가 이 장면을 촬영하고 협박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표씨는 다수를 상대로 흥미를 위해 성폭행 장면을 촬영하는 등 왜곡된 성의식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통제가 어려워 보이며 재범의 우려가 있어 3년 이상의 약물투여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 범죄자에 대한 약물 치료는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를 근육과 피하 지방에 주사하거나 경구용 알약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뇌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성욕과 관계가 있다는 전제 아래, 이 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하게 되는 것이다. 부작용도 있다. 골다공증이나 심폐질환, 근위축증을 수반하기도 한다.

'화학적 거세' 자체는 이미 한 차례 시행된 적이 있다. 지난해 5월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40대 성폭력 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 명령을 내렸었다. 심의위원회는 최장 3년까지 명령할 수 있지만 법원은 최장 15년까지 명령할 수 있다.

'화학적 거세' 하면 성범죄자가 줄어들까?

논란은 많다. 이 치료에 들어가는 약물 등 부대 비용은 1인당 연간 500만 원가량 든다. 최장 15년 동안 약물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1인당 7500만 원 정도 드는 셈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을 물꼬로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약물 치료에 드는 예산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을 성폭행 범죄자 치료에 쏟아붓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약물 치료로 과연 성충동이 억제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성충동은 약물 치료만으로 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전문의들 사이에서 '상식'으로 취급받는다"고 말했다. 화학적 거세만 하면 성폭행이 사라질 것처럼 사회적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화학적 거세로 성욕 억제하면?> <화학적 거세? '분노, 지배욕, 폭력성'은?> 참조)

약물 투여로 억제하게 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성욕과 직결돼 있다는 것도 규명된 적이 없다. 또한 이 방식이 범죄를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공식적인 통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법안은 '조두순 사건'의 파장 등에 따른 사회적 공분을 업고 도입됐다. 당시에도 정치권에서는 '성범죄 방지'가 아니라 '성범죄 처벌'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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