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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 '분노, 지배욕, 폭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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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 '분노, 지배욕, 폭력성'은?

범죄예방 실효성도 확인 안 된 '화학적 거세' 논란

지난 6월 국회에서 통과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일명 '화학적 거세'가 여전히 논란이다. '정치적 상징성'은 크지만,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고 성범죄의 원인이 '성욕'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성폭력범죄자의 재범을 막고 아동성폭력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된 '화학적 거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단체 회원, 법률가 등을 패널로 초대해 재범방지정책으로 실효성은 있는지, 인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논의했다.

"형벌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패널로 참석한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격적인 강성 형벌정책의 막이 올랐다"며 "생각만 해도 숨이 가쁘다"고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강제적 화학적 거세 정책을 비판했다.

이호중 교수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화학적 거세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대상자 본인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제적인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명령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라며 "법원의 명령에 의한 강제적 약물치료는 위헌의 요소를 안고 있으며 함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마흔 다섯 살 김모 씨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8세 여자 아동을 납치해 성폭행 한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에 대한 거세 논란'에 불이 붙었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인권 침해의 우려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화학적 거세는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강제적 처분으로 도입됐다"며 "외국의 경우 대체로 본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것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성도착증이 원인이 된 성폭력범죄자에게 강제로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며 "헌법 제10조에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도 아동성폭력에 관한 강성 정책이 아동성폭력범죄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인지, 또 어떤 부작용을 낳을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 없이 쏟아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형벌로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화학적 거세가 성폭력범죄자 모두에게 효력 있는 거 아니다"

이호중 교수는 "화학적 거세처분 도입이 지니는 정치적 상징성은 매우 크다"고 평하면서도 "이러한 치료요법이 모든 아동성폭력범죄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화학적 거세는 성폭력범죄자 중에서 '특유의 성적인 환상과 성취를 동반하는 성도착 범죄자'에게만 일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분노, 지배욕, 폭력성 등 비성적인 이유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유형의 범죄자들에게 화학적 거세는 성폭력의 재범위험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결국 그 적용범위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실제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범죄자의 의지와 심리치료 등 여러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본인의 자벌적 의자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화학적 거세는 재활과 치료를 할 수 없을 뿐더러 재범억제의 효력도 발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더욱이 교도소 안에서의 전문적인 교육이나 심리치료 없이 치료감호소에서의 단기적인 약물처방으로 효력이 발휘되기란 불가능하다"며 "더욱이 사회에 방출된 이후 강제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하겠다는 취지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결국 대부분이 보호관찰 규칙 위반으로 명령의 집행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화학적 거세에는 당사자의 동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넘쳐나는 제재방안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할까를 고민해야"

이수정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아동성폭력 범죄 근절 방안으로 "외국 제도를 도입하는 게 아닌, 이미 넘쳐나는 제재방안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억제력을 발휘하도록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아동 대상 성범죄의 근본원인을 좀 더 광범위하게 조사 연구해 각 유형의 성범죄자들에게 적합한 처우를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징벌을 위해 법을 집행하는 게 아니라 각 처분이 대상자에게 적합한지, 적합지 않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등을 지속적으로 '피드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임혜경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임혜경 소장은 "범죄자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의식과 특성, 환경에 대한 조사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게 순서"라며 "형량이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어떤 내용을 채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임혜경 소장은 "또한 가해자들의 상황에 맞게 어떤 내용으로, 누구에게 무엇을 할지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예산이나 전문가 투입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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