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문일답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펼쳤다. 언성이 높아지거나 열띤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지켜보는 이들이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나서, 먼저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며 공세를 시작했다. 김 원내대표는 "왜 조 수석은 오늘 안 나왔나? 네?"라며 조 수석의 불출석 사유를 인용해 "'실장 부재중에 현안에 신속 대응'해야 하는 사람이 본인 자기 정치 위한 SNS 활동은 그렇게 시간적 여유가 있나?"라고 비꼬았다.
임종석 실장은 이에 대해 "과거 10년간(민정수석이) 한 번도 출석을 안 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관행을 바꾸자면 국회 운영위에서 좀더 좋은 게 뭔지 논의해 달라"고 맞섰다.
두 사람의 설전은 지난달 17일 임 실장이 선글라스를 쓰고 비무장지대(DMZ)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을 방문한 데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야당은 이를 '선글라스 DMZ 시찰'이라며 비서실장이 자기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 부재중에는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은 문 대통령 자서전 <운명>에 나온 구절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유럽 순방 가 있었으면 정위치를 지켜야 했다"고 지적하고 "대통령 귀국 이후에 장·차관, 국정원장 데려가 폼을 잡더라도 잡아야지 말이야"라고 비꼬았다.
김 원내대표가 이어 "잘했나 잘못했나"라고 즉답을 요구하자, 임 실장은 "설명을 좀 드리겠다"며 말을 좀 이어가려 했으나 김 원내대표는 답변을 도중에 끊고 "(나중에) 홍영표 운영위원장이 (답변) 시간을 드릴 것"이라며 질의를 이어 나갔다.
이에 대한 임 실장은 답변은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의 질의 시간에 들을 수 있었다. 임 실장은 '선글라스 시찰' 논란에 "제가 햇볕에 눈을 잘 못뜬다. 과거에도 쓰고 싶을 때 못 쓸 때가 많았는데 오해의 빌미가 된 것 같아서 고민"이라며 "더 옷깃을 여미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공동선언이행추진위원회에서 남북합의 중 가장 보람있는 사업을 찾은 것이 유해발굴 사업"이라며 "미국과 유엔 참전국도 관심을 갖고 있고, 내년에 본격화 될 사업인데 (선글라스 논란으로) 제가 억울해하기 보다는 이 자리가 갖는 무거움을 다시 되새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음을 언급하며 "대통령에게 조 장관 경질을 건의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고, 임 실장은 "제가 할 일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통일장관이 그 정도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일을 했는지는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또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근 방한해 모두 임 실장과 회동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 사람들이 이낙연 총리, 강경화 외교장관, 조 통일장관 찾지 않고 임 실장을 만난다. 그만큼 임 실장이 최고 권력자다"라고 주장하고 "인정하시죠?"라고 임 실장에게 답을 요구했다.
임 실장이 "칼둔 청장은…"이라며 해명하려 하자 김 원내대표는 거듭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고 되물으며 "뭐 칼둔 청장이 (거기서) 왜 나오냐"고 면박을 줬다. 임 실장이 한 차례 '허허' 웃고 재차 "칼둔 청장은…"이라고 해명을 재시도했으나 김 원내대표는 답을 듣지 않고 "좋아요"라며 다시 질의를 이어갔다.
이어진 질문은 "비건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지원 내용을 제시하며 미국 정부가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는 판단을 임 실장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첩보를 저희가 수집했다"는 것이었다.
임 실장은 즉각 "그런 사실 없다"고 잘랐다. 임 실장은 '한미 워킹그룹 구성이 대북 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워킹그룹은 정의용 안보실장이 미국과 실무적 차원의 소통 강화를 위해 먼저 안을 낸 것"이라며 "비건 대표가 저희에게 원한 것은 '앞으로 본인이 실무협상 대표이기 때문에 남북 간 진행되는 상황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도록 도와달라'는 말을 많이 했고, 저희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외교안보 분야를 넘어 사회정책 쪽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어제 여야정협의체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원전(핵발전소) 2기 건설하겠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신규 건설인) 신한울 3·4호기인가?"라고 물었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현재 원전 추진 계획이 이미 설립돼 있는데, 우리 정부 말에 최종 2기가 늘어난다는 말씀이었다"고 답했다. 임 실장의 발언 취지를 보면, 문재인 정부 말에 늘어나는 '2기'는 신고리 5·6호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나 거듭 "신한울 3·4호기"를 언급하며 말을 이어가려 했고, 그러자 이번에는 임 실장이 말을 끊으며 "아니, 새로 (건설)하는 것을 얘기하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왜 또 답변 내용이 달라지느냐"고 항의했고, 임 실장은 "아니 제가 언제…"라고 또 한 차례 헛웃음을 터뜨리며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이 다 완성되면 우리 정부 말에 2기가 늘어나게 된다는 말씀"이라고 재강조했다.
한편 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임 실장이 '첫눈이 오면 탁현민 행정관을 놓아주겠다'고 했다는 과거 언론 보도와 10월 중순 설악산 첫눈 소식을 자료로 제시하며 "첫눈이 왔는데, 하시겠느냐?"라고 따지고 "일각에서는 임 실장이 지구 온난화로 눈이 많이 안 오는 것을 노린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고 비꼬았다.
임 실장은 "탁 행정관 본인은 늘 좀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제가 좀 더 고생해 달라, 있어 달라고 만류하는 중"이라며 '첫눈' 발언에 대해서는 "따로 약속했다기보다는 '겨울까지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말 바꾸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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