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비핀 나랑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풍계리 약속의 진짜 의미는 김정은이 수개월 동안 시간을 끌기 위해 한 가지 겉치레 양보에서 최대한 이득을 뽑아내는 기술을 통달했다는 것"이라며 "이미 해체를 약속했던 풍계리와 서해 시험장을 6개월간 계속 얘기하면서 아주 성공적으로 똑같은 말을 두 번 팔았다"고 혹평했다고 10일 자 <중앙일보>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9일 자 사설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이미 폐쇄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렇게 중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무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핵실험장에 언론을 초청한 것과 전문가 사찰단을 초청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주류의 비난은 도가 지나치다. 미국의 상당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5월에 언론인들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을 때, 검증이 누락되었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사찰단이 없는 상태에서의 폐기로는 북한의 핵실험 중단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진정성에 의심을 나타내는 일각의 시각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번 폼페이오 방북 때 풍계리를 사찰단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못 믿겠다면 와서 보라'는 취지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양공동선언을 통해서도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했다. 이에 대해서도 국내외 일각에선 북한이 "같은 말(horse)을 두 번 파는 것"이라는 혹평이 나왔었다.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바를 재탕한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비판을 위한 비판'의 성격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직후 밝힌 김 위원장의 약속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였다. 하지만 9.19 평양 공동선언에는 세 가지 내용이 부가되었다.
하나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우선" 하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엔진시험장뿐만 아니라 "발사대"도 영구적인 폐기에 포함시켰으며, 끝으로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분명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 중단은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북한이 추가적인 핵 능력 향상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창리 발사대의 영구적인 폐기 의사 표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발사대는 위성 발사용으로 이용되었었는데, 이를 폐기한다는 것은 당분간 위성 발사도 자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여러 차례에 걸친 북한의 위성 발사가 악재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이 역시 북한이 과거와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러한 북한의 조치들과 제안들이 더디다고 여길 수는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미국의 상응조치는 6월 한미군사훈련 중단 발표 이후 아예 멈춰져 있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트럼프가 언약한 종전선언 이행도,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서 북한의 조치에 따라 완화, 변경하기로 했던 대북 제재도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미국의 주류는 트럼프 행정부도 마땅히 상응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해 빠른 비핵화를 추동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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