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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20년, 아직도 낯설면서 너무나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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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20년, 아직도 낯설면서 너무나 익숙한

[파견법 20년 ②] 허울뿐인 '보호'를 걷어치워라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의 요구에 따라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과 정리해고제를 도입했다. 파견법 제정 20년, 우리의 일터는 어떻게 변화했고, 파견법은 입법 취지대로 파견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는지 전문가와 당사자들의 연속 기고를 통해 살펴본다.

파견법이 시행된지 20년이다. 2000년대 초반 매우 낯설던 파견법의 존재는 이제 너무나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단순히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한 탓은 아니다. 파견관계라는 간접고용이 너무나 익숙하게 흔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정규직이라는 것, 사용자에게 직접 고용된다는 것이 오히려 낯설 정도로.

이러한 간접고용이 만연하도록 만든 법, 파견관계를 규율하는 법이 바로 파견법이다. 그리고 파견법의 풀네임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산업안전보건법, 퇴직급여보장법, 최저임금법과 같이 대부분의 법률이 규율하고 있는 내용을 건조하게 법명으로 쓰는 것과 달리 파견법은 매우 낯간지럽게 파견노동자의 '보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에 있어서 '보호'라는 법명은 거짓이며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선 파견법의 존재 자체가 파견노동자의 보호와 상충된다. 파견관계가 너무 일상화 되어버린 현재에 와서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여야만 하며, 누구도 노동자의 취업에 개입하여 중간에서 이익을 취득하여서는 안 된다는 ‘직접고용의 원칙’을 천명한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접고용 원칙에 근거하여 1961년 ‘직업안정법’이 제정되었으며, 파견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간접고용은 철저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파견법은 이러한 직업안정법의 ‘예외’로서 제정되었다.

즉, 파견법이 제정됨에 따라 드디어 사업주들은 노동자를 인신매매하듯 사고 팔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직접 고용되도록 철저히 보호하고 있던 현실을 파괴하고 간접고용이 가능해지도록 인정한 법이 파견법인 것이고, 파견법은 그 존재 자체가 노동자 보호의 예외이다.

ⓒ정기훈

파견법은 개정과정을 통해서도 파견노동자의 보호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파견법 제정 이후 파견노동자와 파견업체, 파견근로관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복잡해지고(이중, 삼중의 사용자 모시기), 임금저하, 근속기간 단축, 퇴직금 상실, 산재 시 보상신청 어려움 등의 각종 문제가 발생된다. 때문에 파견법 폐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2006년 파견법은 오히려 파견관계가 허용되는 업종을 26개에서 32개로 확대한다.

파견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이유는 이미 26개 업종 외에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까지 파견노동이 만연(불법파견)하기 때문에, 이러한 불법파견 상황으로 인하여 파견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합법의 틀에 넣어 규율/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야말로 ‘지하경제 활성화’와 일맥상통하는 일관된 입장이다. 결국 2006년 파견업종 확대 이후 파견관계의 확대는 들블처럼 번졌으며, 불법파견이 이루어지는 산업과 불법파견 하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헤아리거나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태이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넘어선 현 상태에서도 사용자들의 탐욕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동일한 논리(불법상태의 해소)에 일자리 창출이라는 논리를 더하여 사용자들은 아직도 파견허용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자 지속해서 파견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2016년 사용자들은 파견노동이 전면 금지되어 있는 제조업에 파견관계가 가능하도록 제조업 뿌리산업에 파견노동 전면 허용, 55세 이상 고연령의 고용 시 업종을 불문하고 파견관계 허용, 상위 25%의 고연봉/고임금 노동자에게 업종을 불문하고 파견관계를 허용하자는 주장을 펼치며 개정안을 발의한다. 다행히 2016년 파견법 개정안은 강력한 노동계의 반발과 박근혜 탄핵정국으로 폐기되었으나, 아직도 사용자들은 호시탐탐 파견이 가능한 산업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파견노동자들의 삶이 파견법이 파견노동자 보호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7월 2일, 서울정부청사 앞에 모인 파견노동자들은 "20대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4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비정규직이다"라는 증언으로 파견법의 실체를 드러냈다. 파견으로 2년(1+1)만 일하면 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파견노동자의 삶을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파견법의 '보호'라는 법명은 거짓이며, 파견법은 오히려 파견을 비롯한 간접고용을 확산하는 주범이다. 파견법 20년, 이제 파견을 비롯한 간접고용관계는 이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다. 그 뿌리는 노동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하여 파견법을 수정하거나 일부 개정하여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파견법이 있다는 자체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고, 상황의 개선을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자들이 뒤늦게나마 파견 등 간접고용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려면 진짜 사용자와 대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노동존중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길로 통한다고 생각된다. 바로 사용자와 노동자간에 간접고용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파견법'을 폐기하고, 다시 직접고용의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10월 12일, 13일 양일간 경향신문사 15층 교육원에서 제3회 파견노동포럼이 열린다. 파견노동포럼은 지난 2년간 파견법 폐기의 주장을 환기하는 동시에 파견노동자 조직화의 가능성과 파견노동자의 목소리를 사회화했다. 올해에도 이러한 활동은 지속된다. 특히 파견법 20년이 미친 영향을 파견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확인하고자 한다. 파견노동포럼은 파견법 폐기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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