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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20년 사람장사, 업체만 배가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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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20년 사람장사, 업체만 배가 터진다

[파견법 20년 ①] 양극화 해소의 출발점 파견법 폐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의 요구에 따라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과 정리해고제를 도입했다. 파견법 제정 20년, 우리의 일터는 어떻게 변화했고, 파견법은 입법 취지대로 파견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는지 전문가와 당사자들의 연속 기고를 통해 살펴본다.

파견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여전히 과격한 언사로만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파견법을 폐지하지 않는 이상 간접고용 비정규직 착취구조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파견법이라는 것은 어쨌든 중간착취를 허용하는 면죄부이기 때문이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제9조 중간착취금지 규정을 통해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마다 인력파견업체가 넘쳐난다. 노동자를 대여하는 사업을 합법으로 인정하는 파견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견법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검토기간이 부족한 채로 정리해고법과 함께 도입됐다. 원청 사장이 고용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사용자 책임에서도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었다. 사업자들에게 최대한 노무관리부담을 줄여주고 인력을 단기간, 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겉으로 보이는 생산성 수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의 외환위기 탈출용 응급조치였다.

그 결과 파견법 제정 98년 이후 3년 만에 파견업체의 수는 무려 59.3%가 증가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진짜 사장이 사라진 법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했다. 실제 사용하는 자와 형식상 고용하는 자가 분리되다보니 노동 3권을 누구에게 주장해야 할지 모호해졌다.

ⓒ정기훈

파견업체 사장은 사업장에 가서 원청 사장에게 요청하라고 하고, 원청 사장은 근로계약서상 사장에게 가서 항의하라며 파견 노동자를 두고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이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파견노동자들은 혐오 시설, 위험설비에 투입되었고 정부가 파견법을 손보지 않는 기간 동안 그 정도와 범위는 계속 확대되는 실정이다.

파견법 도입 당시 정부는 2년 이상 파견근로를 하게 되면 직접고용하게 해두었으니 걱정 없다고 확언했다. 그러나 2년이 되기 전에 파견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쫓겨났다. 사용자는 파견노동자를 2년에 한 번씩 교체하거나 동일한 노동자에게 중간 휴식기간을 주는 식의 꼼수로 파견법을 악용하고 있다. 2년경과 금지규정은 유명무실화한 지 오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가 파견법의 존재다. 파견법에 차별금지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같은 업무를 하는 비교집단 정규직이 있는 경우에나 해당된다. 사용자는 특정 업무 전체에 파견노동자를 채워 넣는 방법으로 비교집단 자체를 없애버렸다. 남은 것은 한 사업장 내의 정규직과 파견노동자의 공간 및 계급 분리이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신분을 용인하지 않고 있으나 정규직과 파견노동자의 임금과 복리후생, 그리고 인격적 대우에서 절대적 차이를 본다면 이를 사회적 신분이라 칭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즉, 파견법은 현실에서 사용자의 악용과 법률 자체의 허술함으로 인해 형식적 민주사회를 내용적 신분사회로 만들고 있다.

파견노동은 제조업 대공장을 넘어 서비스 산업, 유통 산업 구별하지 않고 전방위로 퍼져가고 있다. 2013년 2월 이마트에서 캐셔 노동자 등의 불법파견 사실이 노동부로부터 적발되어 1만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같은 해 7월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이 폭로되었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올해 4월 삼성은 협력업체 소속 전 직원 8000여 명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사건도 있었다. 드러나지 않은 파견법 피해 국민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재계는 '합법파견'이면 문제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파견법이 정당하므로 파견노동이 정당하다는 순환논리 오류에 불과하다. 합법파견이라는 개념이 있으니 이 틈을 비집고, 위장하여 불법파견이 계속 생겨나는 것이다.

노동하지 않는 자가 노동하는 자의 임금과 권리를 중간착취하는 전근대적 노예사회의 구조에 형식적 합법의 틀을 씌워준 것이 파견법이다. 따라서 합법파견, 불법파견의 구별은 파견법의 존재 자체에 강한 회의를 표하는 사회적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될 수 없다.

현행 파견법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파견법 도입취지를 스스로 몰각하는 자기 모순적 조항들이 다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하나하나 개정하여 고쳐 써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므로 결국 무용하다고 본다. 양극화 해소의 시작점은 파견법 폐지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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