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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기? 그렇다면 비준해 감시하면 될 것 아닌가?

[기고] 판문점 선언 비준이 시급하다

불과 1년 전인 2017년 가을 이맘때, 우리는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인류를 수십 번 절멸시키고도 남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그 미국에 한 번도 굴하지 않고 70년을 싸워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나라가 서로 핵무기 발사 단추가 책상 위에 있다느니, 내 것은 그것보다 더 크다느니 하면서 으르렁댔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부모 형제 애타게 찾아 헤매야 하는, 난민으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야 하는 전쟁, 그 전쟁이 바로 눈앞에 온 듯하였다. 이 땅에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쟁의 화마 속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음을 절감해야 했던 때였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기적같이 이 땅에 평화가 왔다. 평창 동계 올림픽 공동입장, 공동팀 구성, 공동응원 등으로 분위기가 무르익더니 드디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전쟁의 종식과 평화 번영을 선언하는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5개월도 채 안 된 9월 19일 우리는 판문점 선언을 구체화하고 더욱 진전된 평양 선언을 보게 되었다. 이제 남북 사이에 전쟁은 없을 것이고, 평화와 번영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판문점 선언과 같은 평화 선언은 처음 있는 것이 아니다. 1972년의 7·4공동성명,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공동선언, 2007년의 10·4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합의를 대내외에 선포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오래 가지 못했다.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앞선 선언들이 당시 최고지도자의 결단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최고지도자가 바뀌는 순간 빛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의 합의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세력이 정치적으로 강하게 영향력을 발휘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내의 수구세력만이 아니라 외세도 포함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민주공화국답게 주권자인 국민의 힘으로 판문점 선언의 지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첫 단계로 국민의 대표로 뽑힌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입법부가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이 땅에 평화와 번영을 지속성 있게 안착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최고 지도자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남북 합의가 되도록 해야 하고, 어떠한 방해에도 우리 국민의 힘으로 지켜 나가는 평화와 번영의 합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을 치른 나라, 월드컵을 치른 나라, 세계 10대 교역국,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1700만 촛불이 평화적으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낸 나라. 이 모든 자랑스러운 일들이 전쟁이 일어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의 자랑스러움을 지키기 위해서도 판문점 선언을 굳건하게 해야 한다.

마침 정부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 야당의 반대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판문점 비준을 반대하는 야당은 말한다. 북의 비핵화가 아직 덜 진전되었다고. 하지만 북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을 통해 그들의 비핵화 의지를 이미 확실히 보여주었다. 설사 그것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하여도, 그것을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또한 판문점 선언은 제2의 퍼주기라고 야당은 말한다.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욱이 국회가 책임 있게 감시하기 위해서도 비준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비난만 하고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대표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길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회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열망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비준을 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자신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들이 이와 같은 중차대한 임무를 외면하지 않도록 최대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생명, 재산, 번영, 인권, 존엄 등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도 우리는 평화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하고, 국민의 대표로 뽑힌 국회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판문점 선언 비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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